김태흠 "지도부 요청받아 원대 출마 접어"… 충남지사로 선회"당선인과 깊은 신뢰, 할 말은 하겠다"… 윤핵관 권성동 재도전조해진 "벼 고개 빳빳할 때, 속 차지 않아"… 윤핵관 자중 촉구
  • ▲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뉴데일리DB
    ▲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뉴데일리DB
    오늘 8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원내대표선거와 관련해 후보군의 출마·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며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의 최측근인 4선 권성동 의원과 3선 조해진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하며 '윤핵관 대 비핵관'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지난해 원내대표선거 2위로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충청권 3선 김태흠 의원은 지도부 요청으로 충남도지사선거로 선회했다.

    지도부 요청에 원내대표 유력 김태흠 출마 접기로

    김 의원은 5일 성명을 내고 "당 지도부로부터 충남도지사 출마 요청을 받고 당혹스럽고 고민스러웠다"며 "당 지도부의 요청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그동안 준비해왔던 원내대표 출마를 접는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6·1지방선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저는 충청도 정치인으로서 평소 자랑스러운 충청도 시대를 만들겠다는 열정도 갖고 있다"고 밝힌 김 의원은 "정치인생의 좌우명인 '사생취의'(捨生取義·목숨을 버리고 의리를 좇는다)와 선공후사·선당후사를 행동가치로 정치를 해왔다. 향후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고 부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김 의원과 약 15분간 면담하며 충남지사 출마를 권유했다. 

    지난해 원내대표선거에서 김기현·권성동 구도를 깨고 2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보여준 김 의원이 당 지도부의 설득에 따라 출마를 포기하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권성동 의원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당 내에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당 내에서는 새로 시작하는 윤석열정부와 당 사이 손발을 맞추기 위해 차기 원내대표를 경선 대신 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선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정부 국회 1기 원내 여야 지도부는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연장 대리전 성격의 정국을 다뤄야 하는 지도부로 곧바로 2차전이 전개될 것"이라며 "앞으로 여야 간 숱한 논쟁으로 번질 인사청문회와 정부조직개편안, 추경 등 산적한 현안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과 원활한 소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적었다.

    윤 의원은 이어 "따라서 윤석열 당선인과 신뢰가 두텁고, 당선인과 주파수 혼선 없이 국정철학과 과제를 긴밀히 공유할 수 있는 인물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지금은 압도적 여소야대 국면이다. 대선에서 우리가 그러했듯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이 연장 대리전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이 당선인과 주파수를 언급한 것은 윤핵관으로 꼽히는 권 의원을 우회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읽힌다.

    윤핵관 권성동, 원내대표선거 재도전 선언

    지난해 원내대표선거에서 3위를 차지한 권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선인과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고 할 말은 하는 원내대표가 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권 의원은 출마 배경으로 "(정부) 집권 1년차 원내대표가 굉장히 중요한 자리이고, 당정 간 협력과 건강한 긴장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 당도 살고 윤석열정부도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분이 해도 잘할 수 있겠지만, 당선인과 인간적인 신뢰관계가 있고 또 대선 캠프라든가 인수위 구성에서 일정한 역할을 한 제가 (원내대표를) 하는 것이 원활한 당·정관계를 위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에서 출마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과 원내대표 출마를 두고 소통했느냐는 질문에는 "오롯이 4선 의원인 제 판단인 것이지, 당선인과 교감하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윤핵관'이 당 내 경선에 나오는 데 따른 우려에는 "과거 정부에서 당·정이 신뢰관계 없이 갈등이 생겼을 때 당도, 정부도 후폭풍이 있었다"며 "오히려 당선인과 인간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당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게 하는 것이 수직적 당·청관계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는 '원내대표 추대론'에는 "당 내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경선이 원칙"이라면서도 "당 내 갈등을 최소화하고 당 내 화합을 위해 (원내대표를) 추대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 ▲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조해진 "새 정부 출발 앞두고 퇴행적" 추대론 반발

    같은 날 원내대표선거 출마를 선언한 조해진 의원은 권 의원을 저격하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조 의원은 "누구와 가까우니까 유리하다, 힘 있는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는 얘기는 그동안 우리가 고장난 녹음기처럼 지루하게 들어온 논리"라며 "정권교체기마다 상투적으로 그런 주장이 반복됐지만, 그런 논리와 배경으로 선출된 지도부가 성공한 예는 한 번도 없다"고 '윤핵관' 출마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회견 후 "상식적으로 말해 저 같은 사람이 원내 사령탑이 돼 일할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일부에서 추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한 조 의원은 "새 정부가 출발을 앞두고 있는데 국정을 뒷받침할 집권당에서 퇴행적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경계했다.

    권 의원과 자신이 각각 '윤핵관'과 '비핵관'으로 평가 받는 것에는 "어떤 정치 그룹에 대중적 네이밍(이름)이 붙는 순간 위기이고 적신호다. 최근까지 '문고리 3인방' '십상시'라고 이름이 붙여졌다"며 "'비핵관' 조해진은 사실과 다르다. 제가 대선 기간에 (윤석열) 후보를 도와 드린 일을 처음 시작한 게 쓴소리"라고 윤핵관과 비핵관이 다르지 않음을 시사했다.

    조 의원은 그러면서 "당사자들이 민감하게 인식해야 한다. 벼의 고개가 빳빳할 때는 속이 차지 않을 때다. 정말로 모시는 분의 힘이 쏠려 있으면 고개가 숙여지고, 보이지 않게 자기 역할을 한다"고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자중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6일까지 후보 등록을 받고 8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 246호에서 새 원내 사령탑을 선출한다. 

    한편,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분류되던 김도읍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원내대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