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계 박홍근, 이낙연계 박광온, 정세균계 안규백·이원욱, 이해찬계 김경협계파 구도 격화 피하기 위해 '콘클라베 방식' 고안했지만 5파 대리전 양상특정 후보에 "응원한다" 메시지 집중… 다른 후보에겐 "양보하라" "사퇴하라" 압박
  • ▲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선거가 24일로 예정된 가운데, 친(親) 이재명계와 이낙연계의 대결 구도가 성립되는 모양새다.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5명의 민주당 의원 대부분 '계파 극복'을 내걸었지만, 뚜렷한 정책적 견해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 만큼 결국 어느 계파가 당권을 장악하느냐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23일 민주당에 따르면,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이는 김경협·박광온·박홍근·안규백·이원욱 의원(가나다순) 등이다. 5파전 양상이지만, 이들을 계파별로 구분하면 이재명·이낙연·정세균계 등 3파전으로 압축된다.

    이재명 캠프 비서실장을 맡았던 박홍근 의원과 이낙연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으로 활동했던 박광온 의원, 정세균계로 통하는 안규백·이원욱 의원, 그외 이해찬계의 김경협 의원 등이다.

  • ▲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박홍근 의원.ⓒ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박홍근 의원.ⓒ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들 5명 모두 최근 원내대표 출마선언을 통해 '통합'을 거론하고 나섰다. 지난 9일 대선 패배 이후 야당 신세로 전락함에 따라 차기 정부를 견제하겠다는 메시지 또한 공통점이다.

    그런데, 5명 모두 뚜렷한 원내투쟁 전략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국 계파 경쟁 양상을 띨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당초 민주당은 계파 간 과열 현상을 막기 위해 별도의 입후보 절차를 두지 않는 일명 '콘클라베 방식 선거'로 진행하기로 했다는 회의 결과를 18일 밝힌 바 있다.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선거는 오는 24일로 예정됐는데, 의원 간 일부 후보의 당선을 겨냥한 일종의 '대리 유세'는 금지된다. 지난 18일 당 선관위원인 송기헌 의원이 "계파 중심 선거를 하지 말 것"을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입후보 의사를 밝힌 의원은 지지를 호소해도 된다.

    그러나 민주당의 방침과 달리 계파성이 눈에 띄는 의원들이 출마 의사를 밝힘에 따라 3계파 구도가 형성됐다.

    23일 민주당 당원게시판에서는 출마 의사를 밝힌 5명의 국회의원을 두고 특정 후보를 향한 상이하면서도 격한 반응이 포착됐다.

    일부 후보자에게는 이날 오전 내내 "응원한다"는 메시지가 수천 개가 나온 반면, 지난 경선 과정에서 타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후보들에게는 "양보하라" "사퇴하라"는 압박이 가해지기도 했다. 

    후보 간 메시지 편차는 약 9배가 넘기도 했다. 그만큼 계파 구도가 심화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결국 민주당의 최초 의도와 반대로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이재명·이낙연·정세균계의 대리전(戰) 구도가 형성됐음이 엿보인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들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 ▲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박홍근 의원.ⓒ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선거가 '콘클라베 방식'으로 고안된 배경으로는, 그간 치러진 원내대표선거가 계파 구도의 양상으로 치달았던 이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선거 이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해 4월 재·보선 직후 치러진 민주당 원내대표선거에서는 윤호중 현 원내대표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당시 친문(親文) 당권파로 분류된 윤 의원은 '비문(非文) 비당권파'로 통하는 박완주 의원과 2파전 양상을 띠며 전체 169표 중 무려 104표를 받았다.

    당시 이들은 '친문-비문'으로 또렷하게 분류됐는데,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와 야당과의 원 구성 협상안을 두고 상반된 시각을 보인 점이 작용했다.

    윤 원내대표가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된 선거에 앞서 전임 원내대표는 김태년 의원이었다. 지난해 4·7 재·보선 패배의 책임론에 따라 자진사퇴했지만, 윤 원내대표가 당선됨에 따라 민주당의 친문 결집세가 작용했음이 나타났다.

    2020년 5월 선출됐다 사퇴한 김태년 의원 역시 당권파로 통한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꾸려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격 조직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던 김태년 의원은 원내대표선거에서 전체 163표 중 82표를 얻어 선출됐다.

    결국 역대 원내대표선거와 다름없이 이번 선거에서도 계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24일 오후2시 전체 172명의 소속 의원이 참가한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전체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원내대표로 선출될 예정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1차 투표에서 10% 이상 득표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정견발표 후 2차 투표를 하게 된다.

    과반 득표가 없을 시 2차 투표에서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한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중간 선거 결과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