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당선인이 새 집 꾸밀 궁리만 하고 있으니 참담… 이러니 취임덕" 비난文, 2012년·2017년 거듭 "靑은 구중궁궐, 독재 상징"… 광화문시대 약속했다 철회국민의힘 김기현 "文 약속과 尹 약속, 뭐가 다른가"… 민주당 또 내로남불 비판
  •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기륭 기자(사진=국민의힘)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기륭 기자(사진=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새 집 꾸밀 궁리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용산시대' 의미를 깎아내리는 가운데 10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부지를 '조선총독부 관저'라고 표현한 기자회견문이 정치권에서 재조명되며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윤호중 "靑 어디 있든 일 열심히 하는 대통령 원해"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국민은 하루 하루 불안하고 고통스러운데 대통령 당선인이 새 집 꾸밀 궁리만 하고 있으니 정말 참담하다"며 "이러니까 미국에서는 한국에 'K-트럼프가 나셨다'는 말이 떠돌고, 항간에는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언급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어 "거듭 말씀드리지만, 청와대 용산 이전은 민생에 백해무익하고 국가안보에는 재앙과도 같은 선택"이라며 "청와대 용산 이전을 철회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일선 부대를 하나 옮기는 데도 수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데, 국방의 심장을 단 두 달 만에 옮기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경계했다.

    "이런 선택을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디에 청와대가 있든 국민은 일 열심히 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취임하기도 전에 집무실 옮길 궁리부터 하는 것은 국민의 그런 기대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한 윤 위원장은 "즉각 청와대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다급한 민생부터 챙겨 달라"고 촉구했다.

    조응천 민주당 비대위원도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열흘간 몰두한 것은 청와대 집무실 이전과 인테리어, 이사 비용"이라며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 핵심 관계자가 던지는 화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자'는 것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조 비대위원은 "과연 이것들이 국민이 먹고사는 데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 것인가 묻고 싶다"며 "임기 첫날부터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용산 집무실이 아니라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자 민생에 대한 약속 이행과 안보공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윤석열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회동을 서둘러야 하고,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현안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시대 끝내고 광화문시대" 尹 아닌 文 약속

    그러나 문 대통령은 10년 전 지금의 청와대를 두고 '조선총독부 관저' '경무대'로 이어졌다며 독재와 권위주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광화문집무실을 공약했다. 문 대통령 공약 당시 문제를 제기하지 않던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정부를 초기부터 흔들기 위해 용산 집무실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대선후보이던 2012년 12월12일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이전하겠다"며 "지금의 청와대는 개방해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 대통령 시대를 끝내고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와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 늘 소통하고 함께하겠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면, 북악산까지 완전 개방이 가능해진다.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휴식의 명소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청와대 터는 조선 왕궁인 경복궁 일부이자 뒤뜰이 있던 자리다.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의 일부"라면서도 "일제가 경복궁 일부 건물을 허물고 조선총독부 관사를 지었던 곳이다. 나쁜 의도에서 비롯된 터"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총독부 관저, 경무대에서 이어진 청와대는 지난 우리 역사에서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상징이었다. 제왕적 대통령문화의 상징이었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의 상징이었고, 대통령을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격리하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 이어 2017년 대선 때도 국민과 소통 강화를 위해 대통령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 직속으로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까지 출범시키며 의지를 보였으나 결국 대체 부지를 찾을 수 없고 경호 문제 등의 이유를 들어 공약은 전면 보류됐다.

    김기현 "벽에 주저앉느냐, 벽 넘어 약속 지키느냐 차이"

    민주당의 내로남불에 국민의힘은 반격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에서 "민주당은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권의 발목을 잡는 데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키지 못했던 광화문 대통령 약속을 이제라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2017년 4월24일 민주당은 서울 역사문화벨트 조성 공약 기획위원회 및 광화문 대통령 공약기획위원회를 출범시켰다"며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의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문재인정권 출범과 함께 국민과 약속은 휴지조각이 됐다. 공약 파기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 역시 없었다"고 꼬집은 김 원내대표는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과 지금 윤석열 당선인의 약속은 그 목적과 취지가 크게 다를 바 없다. 차이가 있다면 현실의 벽을 핑계로 주저앉았는가, 아니면 그 벽을 넘어 국민과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가 하는 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12월12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광화문집무실 공약 발표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주일 후면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만나게 됩니다. 많은 국민들은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찾아올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민들과 소통하고 동행하는 대통령,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이웃 같은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손을 내밀면 금방이라도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는 대통령을 소망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오래 전부터,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꿈꿔 온 대통령의 모습이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시민들과 함께 같은 영화를 보며 울고 웃는 대통령, 노량진 공시촌에서 취업 준비생들과 함께 컵밥을 먹으며 아픈 청춘의 애로에 귀 기울여 주는 대통령, 남대문 시장에서 옷 한 벌 사고 상인들과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하는 대통령,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나서 젊은이들과 호프 한 잔 하는 대통령입니다. 그러면서 경청하고 위로하는 대통령입니다.

    국민들에게 보이기 위한 반짝 이벤트가 아니라, 대통령과 국민이 함께 하면서 늘 소통하고 동행하는 새로운 정치를 위해 대통령 문화가 그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국민 속에 있어야 합니다. 언제나 마음을 열고 국민과 대화할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합니다. 국민의 육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합니다.

    늘 그렇게 국민과 소통하고 동행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오랫동안 구상해온 특별한 공약 하나를 오늘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이전하겠습니다. ‘청와대 대통령 시대’를 끝내고,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와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 늘 소통하고 함께 하겠습니다. 시민들의 이웃이 되겠습니다.

    2013년이면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 있는 여러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국민 부담 없이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의 청와대는 개방해서 국민께 돌려드리겠습니다. 때때로 국가적인 의전 행사가 열리면 국민들께 좋은 구경이 될 것입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면, 북악산까지 완전 개방이 가능해집니다.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휴식의 명소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이제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라는 이름을 대신할 것입니다. ‘청와대’는 더 이상 높은 권부를 상징하는 용어가 아니라, 서울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을 뜻하는 용어가 될 것입니다.

    지금의 청와대 터는 조선 왕궁인 경복궁의 일부이자 뒤뜰이 있던 자리입니다. 자랑스런 문화유산의 일부입니다. 일제가 경복궁 일부 건물을 허물고 조선총독부 관사를 지었던 곳입니다. 나쁜 의도에서 비롯된 터입니다.

    조선총독부 관저, 경무대에서 이어진 청와대는, 지난 우리 역사에서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상징이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 문화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의 상징이었습니다. 대통령을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격리하는 곳이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 비서실조차 대통령과 멀리 떨어져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만나려 해도 차를 타고 가야하는 권위적인 곳이었습니다. 그 넓은 청와대 거의 대부분이 대통령을 위한 공간이고, 극히 적은 일부를 수백명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의 업무공간으로 사용하는 이상한 곳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과도 철저히 격리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의 개막과 함께 이 모든 상징들을 청산하겠습니다.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 국민들과 함께 대통령직을 수행하겠습니다.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과 동행하는 ‘겸손한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국민들은 출퇴근길에 대통령과 마주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갑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 집무실의 창문을 열면 국민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삶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원하는 새 정치이자 수준 높은 민주주의입니다.

    이전에 따른 불편함도 있을 것입니다. 경호, 의전과 같은 실무적 어려움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경호와 의전까지도 탈권위주의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합니다.

    잘못된 대통령 문화의 한 장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열겠습니다. 기꺼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대통령의 권위라고 믿습니다. 이로써 특권의 한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합니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옵니다. 늘 국민과 함께 하는 새 시대 첫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