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후기 소나타 담은 6번째 앨범 발매…18일부터 전국 투어
  • ▲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진행된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발매 및 리사이틀 투어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크레디아
    ▲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진행된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발매 및 리사이틀 투어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크레디아
    "10~20대에는 콩쿠르 입상이라는 목표를 보고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다. 40대를 바라보는 지금은 더 나은 뮤지션이 되는 게 꿈이다.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아직 사랑하며, 배우려는 열망이 넘친다는 점을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 

    피아니스트 임동혁(38)이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음반 데뷔 20주년을 맞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만 17세 최연소로 EMI(현 워너클래식)와 계약해 2002년 쇼팽·슈베르트·라벨로 첫 음반을 발표했다.

    지난 10일 발매된 앨범에는 슈베르트의 '음악적 유언'이라 불리는 3개의 피아노 소나타 중 마지막 2곡 20번 A장조 D.959과 21번 B flat 장조 D.960을 수록했다. 녹음은 지난해 10월 독일의 텔덱 스튜디오에서 4일간 진행했다.

    "많은 작곡가 중 슈베르트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표현한 임동혁은 "그의 음악은 절제된 방식으로 연주될 필요가 있다. 매우 낭만적인 기질을 가진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이 작품들을 고전적인 방식으로 연주해야 한다고 느꼈고, 그 안에서 노래하도록 연습했다"고 말했다.

    임동혁은 슈베르트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다. 데뷔 앨범과 국내 첫 리사이틀에서 슈베르트 4개의 즉흥곡을 내놓았고, 2018년 슈베르트 프로그램만으로 리사이틀을 가졌다. 슈베르트 후기 소나타를 죽기 전에 꼭 녹음하고 싶은 레퍼토리로 꼽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애증의 관계"라며 "지금쯤은 부끄럽지 않은 연주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슈베르트 앨범이 최상은 아니지만 이 시기의 제가 담겨 있다. 30대 후반 임동혁만의 해석으로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 많은 분이 듣고 질타와 의견을 주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 ▲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진행된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발매 및 리사이틀 투어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크레디아
    ▲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진행된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발매 및 리사이틀 투어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크레디아
    7살에 피아노를 시작한 임동혁은 10세 때 러시아로 이주해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당시 대기업에 다니던 그의 아버지가 아들의 음악교육을 위해 러시아 근무를 자원한 것이다. 1996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에서 형인 임동민이 1위에, 임동혁은 2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01년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최연소이자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했으며, 2003년에는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에 올랐다. 하지만 "수준 낮은 연주를 했음에도 스승을 심사위원장으로 둔 참가자가 2위에 입상했다"며 대회가 시작된 1938년 이래 처음으로 수상을 거부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거부하지 않는 게 맞다. 여왕이 주는 상을 거부한 음악가라는 꼬리표를 달았고,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라를 구한 것도 아니고… 결론적으로 저에게 좋은 일이 아니었다"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임동혁은 발매 음반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전국투어에 나선다. 리사이틀은 오는 18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19일 성남아트리움, 5월 12일 남한산성아트홀, 13일 울산현대미술관,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저는 무대공포증이 심한 사람이고 예민한 사람이다. 꾸역꾸역 하는 거다. 무대에서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크지만 최대한 실패하지 않으려고 매일 연습한다. 연주회를 할 때마다 수명이 50일씩 줄어드는 것 같다. 힘든 직업이지만 평생의 숙명이다."

    이어 가장 후회되는 것으로 "술과 담배를 배운 것"이라며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주력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뇌를 포함해 신체적 능력이 퇴화하기 때문에 의식하고 관리해야 한다. 똑같은 레퍼토리를 하면 실력이 녹슬 것 같아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성가신 일을 찾는다."
  • ▲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포스터.ⓒ크레디아
    ▲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포스터.ⓒ크레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