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 박범계 "공정성 시비 더 심해질 것"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지휘권 4번 발동… 추미애·박범계, 윤석열 겨냥해 3번 사용
  • ▲ 박범계 법무부장관. ⓒ이종현 기자
    ▲ 박범계 법무부장관. ⓒ이종현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검찰에 대한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반대한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정책에 반대하고 나섰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아직 출범하지도 않은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에 반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장관은 14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수사의 공정성이 담보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사법공약을 발표하며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장관이 가진 검찰 예산 편성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기겠다는 언급을 한 바 있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취지의 공약이다.

    윤석열, 검찰 독립성 위해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공약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없앤다면 검찰 일선의 결정이나 수사 결과에 대해 검증할 방법도 없고, 공정성 시비가 더 심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검찰이 독립한다고 해서 수사가 공정해진다는 등식은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검찰 조직문화의 민주적 개선이 정착돼야 독립성이 정치적 중립성, 수사의 공정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 8조가 근거다. 해당 조항은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했다.

    수사지휘권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한 차례(2005년)만 발동될 만큼 제한적으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세 차례 사용됐다. 
  • ▲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이종현 기자
    ▲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이종현 기자
    추미애, '윤석열 패싱' 수사지휘권 사용

    우선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이 두 차례 사용했다. 추 전 장관은 '채널A 사건'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사실상 배제하는 취지의 수사지휘를 내렸다. 

    또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관련해서도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는데, 이는 당시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편지를 근거로 했다. 김 전 회장은 '윤 총장이 야권 인사 수사에 부정적'이라는 취지의 옥중편지를 썼다.

    박 법무부장관도 지난해 3월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내려 재수사를 지시했다. 이 사건은 윤 당선인과 조남관 당시 검찰총장직무대행이 수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으나, 이후 열린 고검장·대검부장 회의에서도 불기소 처분이 굳어졌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임명한 법무부장관들이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박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자신과 추 전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권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 내용은 사건의 내용과 관련한 지휘였다"며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나 울산 (시장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처럼 권력을, 청와대를 겨냥한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없었다. 제 수사지휘도 역시 절차적 지휘에 해당했다"고 해명했다.

    또 윤 당선인이 사법공약으로 내건 '검찰 예산 독립'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 장관은 "검찰 예산 편성과 소요·집행은 법무부를 창구로 해서 (지금도) 큰 통제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특수활동비 문제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예산 편성의 독립성 문제가 긍정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현재로서는 특활비 관련 행정소송도 진행되고 있고, 투명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수시지휘권 폐지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장관의 반대가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아직 차기 정부가 들어오려면 두 달 정도가 남았는데, 벌써부터 야료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특히 본인도 윤 당선인을 겨냥해 수사지휘권을 썼다가 유의미한 결과물을 찾지 못했는데, 반대를 하는 당위성이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 폐지에 반대하는 것은 말 그대로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인다"며 "아직 윤 당선인의 사법공약이 구체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고 입을 여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