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4월 미국 필라델피아서 열린 '제1차 한인자유대회'"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 선포… '대통령제' 채택 결의이혜경 교수 극본·감독…"대한독립" 외친 그날의 함성 재현유대인 기자 회고록 최초 공개…한인자유대회 의미 재조명
  • "우리는 조국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다음 어떻게 지킬 것인지 알아야만 합니다. 우리 정부는 형식으로는 공화국이고 정신으로는 자유민주주의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천부인권을 찾아 민주주의 원칙 안에서 자유 시민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서 신음하던 1919년 4월, 이역만리 떨어진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까지 날아간 한인 청년들이 그곳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 삼창을 외쳤다. 1919년 4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필라델피아 리틀씨어터(The Little Theatre)에서 열린 '제1차 대한인 대표자회의(The First  Korean Congress)'는 사실상 미국판 대한민국 임시정부 선포식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 서재필·이승만·정한경 3인의 이름으로 낸 초청장을 받고 각지에서 모인 150여명의 애국 인사들은 새로 독립할 대한민국이 자유민주공화국임을 선포하고, 의원내각제가 아닌 '미국식 대통령제'를 정부 형태로 채택했음을 천명했다. 이때 채택된 '한국인의 목표와 열망(The Aims and Aspirations of Koreans)' 내용은 상해 통합임시정부의 헌법 및 1948년 건국헌법에 모두 반영돼 한민족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식 자유민주공화제가 출범하는 기틀이 됐다.

    다큐멘터리 음악극 '1919 필라델피아'… The First  Korean Congress

    '1919 필라델피아'는 지금으로부터 103년 전, 한인 청년들이 미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당당히 자유대한민국의 청사진을 제시했던 역사적인 순간을 재현한 다큐멘터리 음악극이다. '제1차 대한인 대표자회의'를 이른바 '한인자유대회'로 명명한 제작진은 당시 회의록을 바탕으로 회의 중 실제로 연주했던 음악들과 당시 사진 자료들을 삽입해 역사적인 현장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당시 대회 진행에 함께 했던 한 유대인 기자(조지 베네딕트)의 회고록을 최초로 공개하며 '한인자유대회'의 또 다른 세계사적 의미를 조명할 예정이다.

    현재 유튜브 등으로 '1919 필라델피아'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는 조평세(트루스포럼 연구위원) 씨는 2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승만 건국대통령이 구한말부터 미국을 모델로 한 대한민국 건국을 꿈꿔왔음을 입증한 사건이 바로 '1919 필라델피아 한인자유대회'였다"며 "이승만 대통령이 민주공화국과 자유민주주의의 뿌리를 이 나라에 심었고, 그 모태가 기독교 국가인 미국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조씨는 "원래 임시정부는 정부 형태를 '의원내각제'로 하려고 했는데, 당시 필라델피아 한인회의에서 미국 정부 형태(대통령제)를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바뀐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형식으로는 공화국이고, 정신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게 바로 이때 확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씨는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대한민국의 뿌리를 우리 스스로 제거해 버리면, '우리 민족끼리'를 앞세운 위정척사파적 민족주의, 친북·친중사관에 물든 세력에 대항하기 어려워진다"며 "국가 정체성의 혼란을 바로잡고 한미동맹을 다시 강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우리나라 건국 과정에 기독교적인 배경과 뿌리가 있다는 사실을 보다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독립' 선언한 필라델피아에서 '대한민국 독립'을 외치다

    조씨는 "이승만과 서재필 등이 굳이 필라델피아에서 '한인자유대회'를 열기로 한 것은 당시 미국의 발자취를 좇아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나라를 세워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이승만 등은 1774년 필라델피아에서 '제1차 대륙회의(The First Continental Congress)'가 열렸고 1776년 바로 이곳에서 '독립선언문'이 발표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진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회의 이름을 '콘티넨탈 콩그레스(Continental Congress)'를 연상시키는 '코리안 콩그레스(Korean Congress)'로 정한 것이라고 밝힌 조씨는 "'제2차 한인자유대회'를 워싱턴에서 연 것도 필라델피아에서 미국이 건국됐지만 대륙회의를 통해 워싱턴이 수도로 정해졌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미국을 좇아 두 번째 회의 장소로 워싱턴을 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씨는 "당시 상해 임시정부에 공산주의에 경도된 민족운동가들이 많았기 때문에 정부 형태(내각제)뿐만 아니라 이념적으로도 저쪽이 원하는 대로 끌려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며 "만일 한인 대표자들의 '필라델피아 독립선언'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모습이 돼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한편, 이혜경 국민대 명예교수가 극본과 예술감독을 맡은 다큐멘터리 음악극 '1919 필라델피아'는 오는 3월 5~6일 서울 성동구 성수아트홀에서 총 3차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