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소현-제보자 A씨, 9개월간 대화에… 카드 바꿔치기 정황 10회 넘게 담겨소 안심 4팩 사서 개인카드 결제… 다음날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재결제이재명 경기도 비울 때도… "사모님이 초밥 올려달라고 그랬다" 김혜경 심부름배씨 "송구하다"… 김혜경 "저의 불찰"… 이재명 "감사기관에서 진상 밝혀 달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씨. ⓒ뉴데일리DB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씨. ⓒ뉴데일리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를 향한 '과잉의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퇴직한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에게 각종 심부름을 시킨 것에 더해 이번에는 김씨가 경기도 비서실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썼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김씨 수행팀은 관련 회계규정을 피하기 위해 개인카드로 선결제한 뒤 이를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등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KBS는 전 경기도청 7급 비서 A씨가 전직 경기도청 비서실 5급 공무원 배소현 씨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전화 녹음 등을 제보받아 이런 사실을 보도했다. A씨가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배씨와 나눈 대화 내용을 근거로 했다.

    "소고기 안심 4팩 사서 수내로 이동"… 개인카드 결제 후 법인카드 재결제

    지난해 4월13일 배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A씨에게 "고깃집에 소고기 안심 4팩을 이야기해 놓았다. 가격표 떼고 랩 씌워서 아이스박스에 넣어 달라고 하라"며 "수내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서 배씨가 말한 '수내'는 이 후보의 아파트가 있는 성남시 수내동으로, 김씨 자택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A씨는 배씨 지시에 따라 소고기 등을 경기도 공금으로 산 뒤 집까지 배달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개인카드로 먼저 결제한 뒤 나중에 법인카드로 재결제했다고 이 매체에 토로했다. 

    KBS가 확보한 A씨의 카드 내역에 따르면, A씨는 텔레그램으로 지시 받은 날 개인카드로 고깃값 11만8000원을 결제한 뒤 다음날 이를 취소하고, 비서실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했다.

    KBS가 해당 식당에서 직접 확인한 재발행 영수증에서도 지난해 4월14일 점심시간 무렵인 낮 12시40분쯤 A씨의 카드 내역 11만8000원을 취소하고, 1분 뒤 경기도 법인카드로 같은 금액을 결제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한다. 

    당시 배씨는 A씨에게 지시 하며 "내가 선결제 후 법인카드로 결제('카드깡'으로 표현)했을 때도 그게 20만원이 넘은 적이 없다"고 그간 관례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님이 내일 초밥 올려 달라 했다"

    이 후보가 일정상 경기도를 비웠을 때도 김씨의 식사 심부름을 한 정황도 발견됐다. 지난해 6월16일은 이 후보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회동 일정으로 경남 창원으로 내려가기 하루 전이었다. 그런데 배씨는 A씨에게 다음날 김씨를 위한 초밥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배씨는 A씨에게 "내일 샐러드 3개 초밥·회덮밥 오후에"라며 "사모님이 내일 초밥 올려 달라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그러면 이야기했던 초밥집에 가서 결제를 카드 가져다 하고, 재결제하고 나서 올리겠다"고 답했다. 소고기를 구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개인카드로 선결제한 뒤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재결제하겠다는 얘기다.

    KBS에 따르면, 두 사람의 9개월간 대화에는 카드를 바꿔치기해 결제하는 내용이 10차례 넘게 등장한다.

    2016년 시행된 정부 지침에 따르면, 지자체장 배우자의 사적 활동에 공무원 수행이나 의전 지원이 금지된다. 또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라 지자체 법인카드는 업무자의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공휴일이나 주말, 비정상 시간대 사용 등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배소현 "이재명 부부에게 잘보이고 싶었다"

    논란이 일자 배씨는 2일 성명을 내고 "경기도 별정직 비서 A씨에게 각종 요구를 하면서 벌어진 일들로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하여 당사자인 A씨와 국민 여러분, 경기도청 공무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배씨는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씨에게 요구했다"면서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고 해명했다. 

    배씨는 이어 "도지사 음식 배달 등 여러 심부름도 제 치기 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아무런 지시 권한이 없었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A씨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덧붙였다.

    김혜경 "배씨와 친분 있어 도움"… 이재명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 못했다"

    배씨에 이어 김혜경 씨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서 송구하다"며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김씨는 "그동안 고통을 받았을 A모 비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으나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도 3일 성명을 통해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는 이어 "더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와 주변을 돌아보려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자랐다"며 "보도된 내용을 포함하여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 주기 바란다.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발뺌용 사과문… 김혜경방지법이라도 나와야"

    이에 국민의힘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할 공무원에게 몸종 부리듯 갑질을 했다니 김혜경방지법이라도 나와야 할 것 같다"고 질타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제보자의 상관이었던 배모 씨는 민주당 선대위를 통해서 누가 봐도 황당하기만 한 거짓 입장문을 내놨고, 기다렸다는 듯이 김혜경 씨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발뺌용 사과문을 발표했다"며 "범죄 은폐, 축소 조작에 민주당 선대위 전체가 개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맹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