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일 성남도개공 전직 직원들 조사… 황무성 사표, 제출 1달 지나 접수된 경위 등 물어지난달 24일 유한기 사표 요구 녹취록 공개됐는데… 검찰, 이재명·정진상 관련 질문 안 해수사팀, 정진상 소환조사조차 못해… 법조계 "전형적인 보신, 수사 생각조차 없는 것"
  • ▲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정상윤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정상윤 기자
    "이번 대장동 수사는 해도해도 너무 한다. 아무리 복지부동한다 해도 묻지도 않는 것이 말이 되나."

    검찰이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 외압 의혹을 조사하면서, 사퇴를 종용하는 녹취록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와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실장의 이름이 언급됐는데도 이들과 관련해서는 묻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보신수사가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수사팀이 최근 성남도시개발공사 전직 인사담당자 조사 과정에서 이 후보와 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 부실장(전 성남시 정책실장) 등과 관련해서는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공개된 황 전 사장 사퇴 외압 관련 녹취록에서는 윗선으로 두 사람이 거론된 바 있다. 검찰이 이 사안에 대해서도 윗선 수사 없이 '꼬리 자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팀, 전직 인사팀장·인사전략실장 소환조사

    24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수사팀은 지난 17일과 18일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직원 한모 인사팀장과 최모 인사전략실장을 소환 조사했다. 수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황 전 사장이 사표를 제출하고 한 달이 지나서야 인사팀에 접수된 경위,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이 공사 내 실세였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팀은 이 후보나 정 전 실장과 관련한 질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아직 정 전 실장을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4일 유한기 전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2015년 2월 황 전 사장을 찾아 사표 제출을 14차례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의 뒤를 이은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 2인자라는 의미로 '유투(2)'라고 불렸다.

    당시 유한기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며 정 전 실장과 유동규 전 본부장을 수차례 거론했고"(이재명) 시장님 명"이라고도 말했다. 한 달 뒤 황 전 사장은 임기 1년7개월을 앞둔 상태에서 중도사퇴했다.

    법조계 "이번 수사는 해도해도 너무한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유한기 전 본부장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통화에서 "전형적인 보신을 위한 수사"라며 "쉽게 말해서 검찰이 조사할 생각조차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담당 검사들이 차후 정권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면서도 "검사가 이 후보나 정 전 실장에 대한 질문조차 못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일갈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검사도 일단 공무원 신분이라 '복지부동'을 택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대장동 관련 수사는 해도해도 너무한 것 같다"고 개탄했다.

    수사팀, '배임 의혹'에도 유동규 선에서 수사 마무리

    한편 유동규·김만배·남욱·정영학 등 '대장동 일당'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26쪽 분량의 공소장에도 이 후보나 정 전 실장 등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배임 액수가 최소 651억원에서 최소 1827억원으로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유 전 본부장의 배임 공소장과 내용도 거의 같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도 "의도적으로 부실수사를 하지 않았으면 나오기 어려운 결과"라며 "애당초 왜 전담 수사팀을 대대적으로 꾸렸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