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22일 '대장동 3인방' 기소로 중간수사 마무리… 배임 '최소 1827억원' 제외하고 진척 없어54일간 수사 끝에 유동규·김만배·남욱·정영학 등 4명 기소… 이재명 등 '윗선' 언급 없어'최측근' 정진상과 성남시 관계자들 조사조차 안 해… 검찰 부실수사 논란만 더 키운 꼴검찰 내부선 "의도적 부실수사 했나"… 법조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부랴부랴 마무리"
  • ▲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정상윤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정상윤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구속 기소에 이어 지난 22일 김만배·남욱·정영학 씨 등 '대장동 3인방'을 추가 기소하면서 사실상 중간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이 대장동 개발 관련 문서에 수차례 결재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이 후보는 물론 성남시 관계자들은 조사도 못했다. 또한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을 향해 사퇴하라고 종용한 녹취록이 나왔는데도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도 소환조차 못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9월29일 '대장동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을 꾸려 지난 22일까지 54일간 수사를 벌였다. 투입된 검사만 26명으로 중앙지검 수사력의 상당부분이 집중됐지만, 중간수사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검찰이 지금까지 밝힌 배임의 규모만 최소 1827억원에 달하는데도 고작 3명 구속 기소, 1명 불구속 기소에 그친 것이다.

    검찰, '수천억원대 배임' 유동규 개인 일탈로 결론 냈나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벌어진 수천억원대 배임 범죄가 유 전 본부장이 부동산업자 몇 명과 결탁해 벌인 개인 일탈로 사실상 결론지었다. 700억원 약속과 5억원 수수 등 사업 과정에서 나오는 경제적 이익은 유 전 본부장이 독차지했다고 봤다.

    검찰이 22일 대장동 3인방을 기소하면서 제출한 공소장 내용은 앞서 지난 1일 이들을 대상으로 청구한 구속영장과 거의 똑같은 것으로 전해졌다. 20여 일을 허송세월한 것이다. 달라진 내용은 당초 '최소 651억원'이었던 배임 액수가 '최소 1827억원'으로 늘어난 것뿐이다. 택지 개발 배당이익 651억원에 분양 시행이익 1176억원을 추가한 것이 전부였다.

    수사팀은 수사 초기인 지난달 2일 유 전 본부장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배임 손해액을 '수천억원'이라고만 적시했다. 열흘이 지난 지난달 12일 김만배 씨 구속영장에는 '최소 1163억원 이상'이라고 적었다. 대장동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발생한 전체 배당수익 5903억원에서 2015년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간 주주협약 체결 당시 예상한 배당수익 3593억원(3.3m²당 1400만 원)을 뺀 뒤 공사의 지분인 약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산정했다.

    배임 손해액, 수천억→1163억→651억→1827억

    수사팀은 이후 보강수사를 거쳐 지난달 1일 김씨를 대상으로 2차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배임액을 '최소 651억원'으로 특정했다. 2015년 당시 대장동 택지 분양수익을 최소 3.3m²당 1500만원 이상을 객관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예상 분양수익을 3.3m²당 1400만원으로 낮춰 산정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22일 김씨 등 대장동 3인방 공소장에 651억원에 더해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대장동 아파트 분양수익 2352억원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176억원도 배임액으로 추가 적시했다. 2352억원은 화천대유가 지난해까지 대장동 부지 5개 블록에서 얻은 수익으로,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지분에 따라 절반이 배임액에 해당한다고 봤다.

    김만배·남욱·정영학, 유동규 배임 공동정범 적시

    검찰은 김씨 등 대장동 3인방이 유 전 본부장,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의 배임 행위에 적극 가담한 공동정범이라는 점도 적시했다. 2015년 2월 공사가 작성한 공모지침서에 화천대유가 제시한 7가지 필수 조항이 모두 담겨 있는 등 공모지침을 결탁해 작성하고, 화천대유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도록 평가 방법을 위반하는 등 특혜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배임 손해액 등을 구체화했을 뿐 김씨에게 뇌물공여 등 혐의는 추가하지 못했다. 수사팀은 그간 성남시 실무진을 불러 조사했지만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정책결정 관계자들은 조사하지 못했다.

    김씨 등의 공소장에는 당시 성남시장을 지낸 이재명 후보나 이 후보의 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성남시 관계자들의 역할도 빠졌다. 검찰은 배임 피해자를 성남시가 아닌 성남도시개발공사로 한정했는데, 결국 이 후보를 피해가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순일 재판 거래' 의혹도 손 못 대… '50억 클럽' 내용도 없어

    그간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 후보가 결재한 각종 서류와 민간사업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작성된 공모지침서가 보고된 정황 등이 밝혀졌음에도 검찰 수사는 진척을 보지 못한 셈이다.

    여기에 지난 9월 초부터 제기된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을 비롯해 곽상도 전 의원, 성남시의회 고위 관계자,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이른바 '50억 클럽'을 대상으로 한 내용도 수사팀 중간수사 결과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도 "이런 수사팀은 처음 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의도적으로 부실수사를 하지 않았으면 나오기 어려운 결과"라며 "애당초 왜 전담 수사팀을 대대적으로 꾸렸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법조계 "이재명 수사 부담으로 사건 급 마무리… 특검 자초"

    법조계에서는 "수사팀이 윗선을 대상으로 한 수사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세욱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상임대표는 통화에서 "현재 검찰이 이번 사건을 유동규 전 본부장 선에서 자르려고 하는 것이 너무 빤히 보이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는 "검찰 수사 다음 단계는 이제 성남시"라며 "어차피 특검 얘기가 나오는 상황인데 윗선이자 최종 결재권자인 이 후보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남은 상황에서 부랴부랴 중간에 마무리한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 자체가 지금 검찰 구조상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지 않으냐"며 "검찰이 특검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관련자 몇 명을 기소하면서 여론을 몰고 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SNS 등에서도 이번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에 비판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5000억원의 배당금은 이 자들이 술을 먹었는지 노름질에 탕진했는지 부동산을 구입했는지 그런 건 알아보지도 않고 끝! 그 배당금의 종착지 밝혀지는 것이 두려운 검찰" "주범에게 면죄부 주는 수사는 국민 폭동으로 이어질 것" "이 정부의 검찰개혁은 사기극이었어! 문재인의 대형 사기극" 등의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