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50억 클럽 홍씨' 소속 숨기면서 '중앙일보 사주'가 괜한 오해 받아
  • ▲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기자가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기자가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대장동 게이트 핵심 인물 중 한명인 자산관리업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가 활동했던 언론사 사주 홍 모씨와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화천대유가 배당 수익을 거두기 시작한 때인 2019년 무렵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김 씨로부터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렸다는 것이다. 두 사람 사이 오간 돈은 적게는 십억대에서 많게는 수십억대라고 한다. 홍 씨는 현재 빌린 돈을 모두 상환했다. 이 금전거래 등을 위해 홍 씨가 성남시 판교동에 위치한 화천대유 사무실을 직접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회사 임직원 다수가 목격했다고 한다.

    이 사실은 경향신문 단독보도로 알려졌다. 필자가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홍 씨는 이 대장동 개발과 관련하여 돈을 받기로 약속돼 있는 소위 ‘화천대유 50억 클럽’ 명단의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홍 씨가 다시 돌려줬다는 이 돈은 본인 말대로 단순히 빌린 돈이었을 뿐인가. 50억 클럽 명단을 공개한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의 폭로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 박 의원은 얼마 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0억 약속 그룹’ 명단을 공개하며 “화천대유 50억원 약속 리스트 중에는 이미 받은 사람도 있고, 약속을 했으나 대장동 게이트가 터져서 아직 받지 못한 사람도 있고, 급하게 차용증서를 써서 빌렸다고 위장을 했다가 다시 돌려줬다는 사람도 있고. 빨리 달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있다는 추가 제보가 있다”고 폭로했다.

    홍 씨가 바로 차용증서를 써준 사례에 해당한다.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도 검찰조사에서 “2명에게 돈이 실제로 전달됐다”고 증언했다. 50억 원을 받은 사람은 곽상도 의원을 제외하면 홍 씨 뿐이다. 경향신문 취재에 의하면 홍 씨는 빌린 날로부터 2~3주 후에 모두 상환했고 그 돈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검찰은 김만배와 홍 모 씨 두 사람 사이 금전거래를 파악하고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성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하니, 돈의 성격이 조만간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이 사안에 대해 필자는 이미 화천대유 김만배와 화천동인 7호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었던 배성준 기자가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출신이라는 사실, 부동산 개발에 관한한 최고 전문지라 할 수 있는 머니투데이가 유독 대장동 게이트 보도에 소극적이라는 사실, 김만배 등에 대해서도 마치 회사와 무관한 3자처럼 보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가 이 게이트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썼다.

    게다가 무슨 이유인지 정치권 인사와 고위 공직자, 언론인들 실명은 다 까져 나오는데도 홍 씨 이름은 아직도 ‘언론사 고위 인사 홍 모씨’ 등으로 보호받고 있다. 홍 씨와 김 씨 금전거래를 단독으로 보도한 경향신문도 실명을 공개하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김씨의 언론사 입사 선배인 홍씨’ 정도로 설명하고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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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미 노컷뉴스는 “익명으로 언급된 홍 모 씨는 언론사 사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은 “유일하게 익명으로 언급된 홍 모 씨는 경제매체 사주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고 사실상 특정했다.

    그런데도 언론들이 끝까지 홍 씨의 실명을 가리고 있다. 이것 때문에 경향신문 기사 댓글란에 네티즌들은 “언론인 홍모씨가 혹시 조중동 홍회장?” “3대찌라시의 홍회장은 왜 이름을 홍ㅇㅇ으로 하나? 조중동의 권력이 이리도 무섭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언론개혁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래서 조티비씨가 이재명한테 둬집어 씌우려고 혈안이구나” “조중동이 언론인 홍모씨에 관해 뉴스기사 안쓰는 거 보면 조중동과 관계있나?” “중앙일보 사주 홍모씨??? 얘가 검찰수사 받기나 할까? 중앙일보 이재명 때리다 어떻게 논조가 변해가는지 한번보자”와 같은 댓글을 달고 있다.

    유력 정치인, 고위공직자, 연루 의혹 기자들 실명은 진작 다 공개했으면서 유독 홍 모씨 이름은 감추는 바람에 엉뚱한 피해자를 만드는 꼴이다.

    지금 언론은 대장동 게이트 김만배와 함께 연루의혹이 제기된 언론사 고위간부 홍 씨의 이름을 무슨 이유에선지 끝까지 꼭꼭 숨겨주면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이런 수상한 보도는 의도했든 아니든 대장동 게이트를 국민의힘 게이트로 적반하장 식 선동하는 이재명 후보 측 움직임과도 맞아 떨어진다. 일부 네티즌들이 홍 씨를 중앙일보 그룹 홍석현 회장으로 오인함으로써, 아니면 의도적으로 왜곡하면서 조중동 프레임, 국민의힘 프레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얘기다.

    언론은 왜 홍 씨 이름을 밝히지 못하나. 대통령부터 모든 공직자 정치인 언론인의 실명은 공개할 수 있지만 ‘언론사 고위간부’ 이름만큼은 성역이라 그런가. 눈치 빠른 네티즌들이 ‘중앙 홍모씨인 줄 알았는데 머투 홍모씨인가? 만배가 머투 출신이니 머투 홍이 더 가능성 있네. 근데 왜 실명 안 깜? 다른 사람들은 다 실명인데, 설마 동업자정신 뭐 그런 거야?’라는 힐난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박수영 의원이 공개한 내용만 봐도 ‘언론사 고위간부 홍 씨’ 연루 의혹은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현재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아들이 돈을 받은 곽상도 의원처럼 이재명 후보와의 이런 저런 연관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하면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최근 문광위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게이트에 기자들이 연루된 머니투데이 정부광고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사 출신 기자들이 연루됐는데도 사표처리로 끝냈고 기사에 김만배가 자사 출신임을 밝히지도 않았으며 사주와 친인척 관계인 가해자의 수년전 성추행 사건에서도 내부 기자 몇몇이 김만배가 검찰에 손을 써 처분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해에만 조중동보다 더 많은 132억원의 정부광고를 받았다고 한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부광고를 줘선 안 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언론윤리를 무시한 것을 넘어 탈불법 행위에 연루됐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머니투데이도 지금이라도 자사에 제기된 온갖 의혹에 분명한 입장과 사과표명이 있어야 한다.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윤리와 양심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