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손 검사 체포할 필요성을 입증 못했다는 것… 최고 수사기관이 규칙과 규율 무시"
  • ▲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공동취재단
    ▲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공동취재단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이 지난 20일 기각된 후 사흘 만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선 체포영장이 기각된 피의자에 대한 별도 조사 없이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손 검사 측은 "공수처가 최소한의 절차도 준수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손 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근거자료 수집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측에 고발장을 전달한 혐의도 있다. 

    공수처, 손준성 체포영장 기각 3일 만에 조사도 없이 사전구속영장 청구

    앞서 공수처는 지난달 10일 손 검사의 자택과 대구고검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을 하면서 강제수사에 나섰지만, 46일째인 이날까지 손 검사를 조사하지 못했다. 또 공수처는 지난달 4일부터 손 검사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불응해 20일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그러자 공수처는 23일 손 검사에 대해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체포영장이 기각된 피의자에 대해 조사 없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공수처 "양측이 투명하게 법원 판단을 받아 보자는 것"

    이에 대해 공수처는 "일정 조율 과정에서 손 검사 측이 보여준 일관된 불응 태도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체포영장 재청구를 통한 출석 담보 시도는 무의미하다고 봤다"면서 "26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통해 법관 앞에서 양측이 투명하게 소명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처리 방향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고 밝혔다.

    반면 손 검사 측은 "공수처는 '(다음 달 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을 고려해 당장 출석해야 한다며 출석을 종용했는데, 야당 경선에 개입하는 수사를 하겠다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피의자의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 캠프는 "야당 경선일에 임박해 정치 공작을 벌였다”며 “명백한 선거 개입이자 선거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공수처, 절차 무시하고 피의자 방어권 침해"

    대한변협 등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절차를 무시하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내놨다. 변협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체포영장이 기각된 피의자에 대하여 면밀하고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3일 만에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공수처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한다"며 "최고 수사기관 중 하나인 공수처가 오히려 규칙과 규율을 무시하고 피의자가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적절한 기회와 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윤우 대한변협 수석대변인 본지 통화에서 "사실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구별되긴 하지만, 결국에는 동일하다. 체포영장이 기각됐다는 것은 피의자로 (적시)된 자의 혐의가 인정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며 "체포영장이 기각됐는데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은 공수처 입장에서 자신들이 체포할 필요성을 입증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제수사를 더 확대하고 더 나아가 구속을 해서 피의자로 하여금 방어권보장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편법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손 검사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26일 저녁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