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SLBM, 미국 본토 아닌 한반도에서 사용할 듯…제주 남쪽서 공격하면 한국 막기 어려워북한 핵개발 목표는 ‘핵보복 역량’ 확보…한미, 360도 감시·방어역량, 대잠작전 역량 확충해야
  • ▲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 20일 공개한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장면. KN-23을 개량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 20일 공개한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장면. KN-23을 개량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최근 시험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은 한반도와 일본에서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 미사일 방어망의 약점을 뚫고 공격할 수 있다고 미국 군사전문가가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또한 현재 북한은 핵보복(세컨드 스트라이크) 역량을 강화하려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CSIS 이언 윌리엄스 부국장 “북한 신형 SLBM, 유사시 한국·일본 공격용”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그램 이언 윌리엄스 부국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의 신형 SLBM 시험 발사는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상당히 큰 성과를 거둔 것”이라며 “특히 북한이 공을 들였던 ‘북극성’ 계열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라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고 평가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은 ‘북극성’ 계열 SLBM을 먼저 실전배치할 것처럼 보였는데 기존의 지상발사형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을 개량한 신형 SLBM을 쏘았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KN-23 미사일에 상당히 만족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도 안정성이 높고 정교한 무기로 보인다”고 평가한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의 신형 SLBM이 활강 중 다시 상승하는 기동(풀업기동)을 한다는 점보다 고체연료 기반의 SLBM을 확보하려는 시도에 주목했다.

    그는 또 북한의 신형 SLBM이 소형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미사일이 소형이라는 것은 기존 잠수함에 더 많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는 뜻이며,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기존의 ‘북극성’ 미사일은 북한 잠수함에 장착하기에는 너무 크다. 또한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다면 사거리가 길 필요가 없다”면서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미사일(신형 SLBM)은 동해에 상시 배치되고 유사시 즉각적 공격수단으로 쓸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신형 SLBM, 잠수함에 싣고선 제주 남쪽서 쏘면 한국 못 막을 것”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이 신형 SLBM으로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이 가진 약점을 공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은 모두 북쪽을 향하고 있다”는게 그가 말한 약점이다.

    그는 “(한국을 공격할) 대부분의 미사일이 북쪽에서 날아올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 구성은) 이해할 만한 방식”이라면서도 “하지만 잠수함은 어느 방향에서든 미사일을 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북한 잠수함이 신형 SLBM을 탑재한 뒤 제주 남쪽 해상까지 몰래 들어온 뒤 수도권을 향해 미사일을 쏠 경우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은 이를 탐지·추적·요격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윌리엄스 부국장의 지적이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따라서 (한미 당국은) 한반도 360도에 대한 미사일 방어 역량을 갖추고 대잠작전 역량도 확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120도 범위로 북쪽만 보는 기존의 사드 미사일의 레이더 대신 360도 감시가 가능한 차세대 레이더(LTAMDS)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 레이더는 향후 패트리어트 미사일 체계에 장착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북한의 핵개발 활동, 핵보복 역량 강화하려는 것”

    북한이 전술핵무기 개발와 신형 SLBM을 개발하고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두고 윌리엄스 부국장은 “전쟁 발발 시 핵무기 플랫폼이 적의 첫 공격에 모두 노출되는 상황을 대비하고, 핵보복(핵공격을 받은 뒤 생존한 핵무기로 보복하는 것, 일명 ‘세컨드 스트라이크’) 능력을 갖추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미국이 방어보다는 선제 핵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미사일 개발전략을 세우고 탄도미사일 발사 플랫폼을 다각화하고 있다는 것이 윌리엄스 부국장의 분석이다. 그는 “하지만 북한의 잠수함 능력이 이런 핵보복 역량을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 SLBM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게임 체인저’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 잠수함은 낡고 소음이 심하다. 미사일 발사 플랫폼으로서의 역량도 떨어진다”며 “북한 잠수함이 미국 연안까지 이동한다면 매우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북한은 대외적인 위신 등 상징적인 의미에서 SLBM 탑재 잠수함 1~2척은 보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 입장에서는 유사시 침몰당하기 전에 미사일 몇 발을 먼저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정도로도 충분한 억지력이 되며, 위신이 설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윌리엄스 부국장은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