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500만원 고문료… 일 없이 받으면 사후뇌물죄, 일하고 받으면 변호사법 의심""양승태·임종헌은 사익 없는데도 '탄핵' 외치더니… 내 편 재판거래는 착하다는 거냐""권순일, 이익 수수했다면 사법부 문 닫아야"… 김태규 전 부장판사 작심 비판
  • ▲ 김태규 전 부장판사. ⓒ정상윤 기자
    ▲ 김태규 전 부장판사. ⓒ정상윤 기자
    김태규 전 부장판사가 권순일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연루 의혹에 침묵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대표회의)'를 비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 때는 수차례 성명을 발표한 대표회의가 권 전 대법관 의혹에는 침묵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권순일 전 대밥관 의혹은 착한 재판거래라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침묵하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권순일 '사후뇌물죄' 혹은 '변호사법 위반' 의심

    김 전 부장판사는 "(권순일) 전직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도 하지 않고 화천대유라는 별로 이름도 없는 기업체로부터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며 "일도 없이 받았으면 사후뇌물죄가 의심되고, 일을 하고 받았으면 변호사법 위반이 문제 된다"고 짚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7월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는데, 당시 권 전 대법관은 무죄 판결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9월 퇴임한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에서 월 1500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고문으로 일했는데, 권 전 대법관은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전 부장판사는 이 지사와 권 전 대법관의 관계도 의심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유죄 의견으로 연구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권순일 대법관을 포함한 일부 대법관의 요구로 무죄 취지의 연구보고서가 새로이 작성됐다"며 "권 전 대법관은 이 사건에 대해 강한 애착이 있었던지 자신이 펴낸 <공화국과 법치주의>라는 책에서 24번째 판결로 이를 소개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자신은 주심은 아니어서 요약보고서만 봤다고 말한다"고 의문을 표한 김 전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의 연구보고서를 굳이 요약보고서라고 말해, 국민들이 이것을 마치 요약 메모지 정도로 오해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권 전 대법관의 주장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재판연구관들은 법원에서 주로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현직 법관들이고, 이들이 작성한 연구보고서는 학술논문에 상당하는 수준인 경우가 많은데, 이를 '요약보고서'라고 의미를 줄이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부모 빼고 이재명에게 생명 준 것은 권순일 뿐일 것"

    또 "이 지사는 이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새로운 정치생명을 얻었다"고 전제한 김 전 부장판사는 "부모를 빼고 이 지사에게 생명을 준 사람은 권 전 대법관뿐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권 전 대법관에 대해 재판거래를 의심하는데 더 이상의 근거가 필요할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와 권 전 대법관의 관계를 지적한 김 전 부장판사는 이어 대표회의를 향한 비판을 제기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조용하다"며 "만약 권 전 대법관이 판결과 연계해 이익을 수수했다면 사법부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이런 폭발적인 사건에서 대표회의는 미동도 없다"고 힐난한 김 전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사익을 도모해 재판거래라는 멍에를 썼던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나 임 전 차장의 경우 국민이 신속한 재판을 받기 위해 상고법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다 그 처신이 문제가 된 것이지, 금전을 추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권순일 의혹에는 침묵… 양승태·임종헌 때는 1년에 수차례 회의 열어

    "그런 사람들(양승태·임종헌)을 공격하느라 1년에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대여섯 차례 열고 수시로 성명을 발표하던 조직이 전국법관대표회의"라고 힐난한 김 전 부장판사는 "불명확한 의혹으로 동료 법관을 탄핵하자고 목소리 높이고, 검찰에서 판사의 공개된 이력만 확인해도 법관 사찰이 있었다고 문제 삼던 조직이 전국법관대표회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대편은 조그만 잘못이라도 저지르면 득달같이 일어나 온갖 구실로 공격하고, 내 편은 큰 잘못을 저질러도 좋은 의도로 그랬을 것이라고 여긴다"며 "내 편이 하면 비록 재판거래라도 당연히 '착한 재판거래'라 생각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과연 이러한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전 부장판사는 법원이나 검찰을 둘러싼 법조계 이슈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처벌 방침을 밝히고 여권에서 '역사왜곡금지법'을 추진하자 "표현의 자유가 신음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 2018년 11월에는 대표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판사 탄핵이 필요하다'는 안건이 의결되자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탄핵하라"는 취지의 글을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Mr. 쓴소리'라고 불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