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김기현, 대선주자들 반발에 토론회→정견발표 절충안 제안서병수 "토론회, 최고위 의결 없어도 가능"… 지도부 절충안 거부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월권 논란'이 불거진 경선준비위원회가 주도하는 정책토론회를 두고 국민의힘의 내홍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가 논란을 촉발한 대권주자 토론회를 정견발표로 교체하는 안까지 논의했으나, 경준위가 이를 다시 문제 삼고 원안을 고수하면서다.

    이준석-김기현, 갈등 봉합 위해 정견발표회 제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김기현 원내대표가 어제 직접 상주까지 찾아오셔서 여러 가지 당무를 논의했다"며 "경준위에 토론회 방식의 일부 변경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논의했고, 발표회 방식으로의 전환 등을 포함해 최고위원들에게 의견을 수렴 중인데 동의해 주신 최고위원도 있고 반대하는 분도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언급한 발표회는 내홍을 촉발한 후보들 간 공방을 벌이는 토론회와 달리 개별 정책비전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토론회 참석에 난색을 보이는 윤 예비후보의 당 행사 동참을 촉구하기 위해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경준위는 18일, 25일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선 준비까지가 본연의 업무인 경준위가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출범하기도 전에 일부 경선 방식을 확정하고 나서자 대선주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에 김 원내대표가 휴가 중인 이 대표를 만나 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수습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불필요한 이슈를 갖고 당내 불협화음이 생겨서 매우 유감스럽다"며 "오래 걸리지 않아 수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준위, '월권' 논란 토론회 강행키로

    당 지도부가 갈등 봉합을 위해 정책토론회를 정견발표회로 변경하는 안을 꺼내 들었으나 경준위는 이에 반대하며 변경 불가를 선언했다. 이 대표와 경준위 사이에서도 의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잡음이 나온 것이다.

    경준위원장인 서병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회의 후 "정책토론회가 발표회로 변경되면 또 다른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김기현 원내대표와 이준석 대표와도 통화했는데, 경준위에서 논의한 결론은 '토론회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토론회를 하는데 어느 후보 측에서도 공식적으로 불편한 측면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13명의 (대선)후보 중 12명이 참석하겠다고 했는데, 토론회를 일방적인 주제발표라든가 이런 것으로 전환하면 다른 후보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겠느냐"고 우려한 서 의원은 "(참석 의사를 아직 밝히지 않은) 윤 예비후보도 우리에게 소중하지만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최고위에서 반대하더라도 토론회를 강행할 의사를 내비쳤다. 대선후보와 당 지도부 간 갈등이 경준위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서 의원은 "토론회가 반드시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고위가 경준위에 부여한 권한이 있는데 자꾸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준위가 토론회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순서를 추첨하기 위해 이날 마련한 예비후보 대리인 간담회에는 윤석열·원희룡 예비후보 측이 불참했다.

    윤석열 대선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경준위 주관 토론회 개최 여부를 두고 지도부간, 지도부와 경준위간 이견이 있다"며 "지도부와 조율되지 않은 경준위 주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원희룡 "이준석, 오만과 독선의 당 운영" 질타

    원희룡 대선 예비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는 당의 민주적 운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잊고 있다. 경선 룰을 정하는 것처럼 중대한 사항은 구성원들의 의사를 널리 수렴하고 당헌·당규상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이 대표가 이러한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있음은 오만과 독선의 당 운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선 캠프의 김경진 대외협력특보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준위가 경선의 일환인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며 "1인당 5분에서 10분 정도 공약을 발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서병수 의원이 (토론회 개최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계신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