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날처럼 아무 정책도 내놓지 말기를" "지금 정부가 뭐라 하든 그냥 무시하면 돼요"
  • 홍남기(왼쪽 2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스 금융위원장, 홍 부총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뉴데일리DB
    ▲ 홍남기(왼쪽 2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스 금융위원장, 홍 부총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뉴데일리DB
    "홍남기의 이번 부동산 관련 발표가 역대급으로 마음에 듭니다."

    국내 한 인터넷 카페에서 이런 제목의 글이 29일 올라왔다. 이 카페는 회원 수가 164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부동산 분야 인터넷 카페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글이 주로 게시됐고 호응도 좋았다. 그런데 지난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대국민담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이 느닷없이 올라온 것이다.

    홍 부총리의 28일 담화에 대해 대부분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무책임한 발언"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와중에 이 카페에서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이번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아 정말 마음에 듭니다"

    제목을 클릭해 내용을 살피니 제목의 표면적 의미와는 정반대 취지의 글이 이어졌다. 글은 "홍남기 부총리가 아예 협박을 하네요. 집값 떨어질테니 집 사지 말라는 경고,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시작하더니 "그래도 이번 발표는 역대급으로 마음에 듭니다. 그냥 언론 플레이만 했지, 아무런 실질적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라고 비웃었다.

    "정말 마음에 듭니다"라고 조소를 이어간 글은 "지금 이 정권은 그거면 됩니다. 이 정권에서 무슨 말을 하든 말든 그냥 무시하면 되고"라며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과 홍 부총리 발언에 대한 불신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文, 제발 물러날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말기를"

    글은 이어 "제발 문재인 물러나고 정권교체 할 때까지 아무 짓도 안 하길 바랍니다"라고 일침을 놓으며 "정권교체해서 모든 (부동산) 규제를 문재인 이전으로 돌리지 않는 한 희망이 없습니다"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세입자는 전월세 폭등과 월세가속화로 고통받고, 집주인은 세금폭탄에 신음하고, 계약갱신한 국민은 잠깐 안도해봐야 2년 뒤 더 큰 지옥이 기다리고 있겠죠"라고 현 부동산 상황을 진단하면서 "아무도 좋아지는 국민 없는데, 문재인 좋다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전문가들의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라고 맺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는 담화, 왜 발표했을까?

    28일 홍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담화를 발표하고, △부동산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 △막연한 상승심리가 가격상승을 이끈다 △불법·편법거래 및 시장교란행위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야 안정된다 등의 분석과 주문을 내놨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다수 매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는 인정하지 않은 채, 국민 탓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해당 글이 질타한 대로 이날 담화에서 홍 부총리는 '주택공급에 주력하겠다' '유동성 과잉유입을 관리하고 시장교란 행위를 차단하겠다' 등 원론적인 대책 외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시점에서 왜 경제부총리가 '욕 먹을 게 뻔한' 담화를 발표했는가를 두고 그 정치적 의도를 지적한다.

    "부동산 책임론, 文에게 향하는 걸 막으려는 목적"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공동대표인 홍세욱 변호사는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론이 문 대통령으로 향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진단했다.

    홍 변호사는 29일 본지 통화에서 "홍 부총리를 내세워 이런 담화를 발표하게 한 것은 그간 부동산 정책에서 제3자적 지위에 있는 듯한 모양새였던 경제부총리가 마치 객관적으로 시장을 분석한 것인양 국민들을 착각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부동산 가격 폭등 책임이 국민에게 있다는 주장을 그나마 가장 설득력있게 보이기 위한 최적의 인물이 홍남기 부총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공동책임론 범정부차원서 부각, 여권 주자들에 활용시키려"

    홍 변호사는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아무 책임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대통령의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애꿎은 경제부총리를 등 떠밀어 담화를 시킨 것 아니겠나"라며 "지금 시장 상황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겠다고 해도 모자라다. 이번 담화는 형식적 내용적으로 모두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공동대표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통화에서 "홍 부총리가 부동산시장점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니 부동산 관련 담화를 낸 것 자체는 문제삼기 어렵다"면서도 "대선전이 깊어가는 상황에서 부동산가격 폭등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를 범정부차원에서 정리한 다음, 이를 여권 주자들이 인용하도록 하려는 속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