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엄기준·강필석·차지연 등 출연, 9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
  • ▲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 장면.ⓒCJ ENM
    ▲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 장면.ⓒCJ ENM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 갔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 같은 곡들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연가'가 1980·90년대 향수를 자극하며 관객들을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지난 16일 개막한 '광화문연가'는 죽음까지 단 1분을 앞둔 명우가 시간여행 안내자 월하와 함께 과거로 추억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깊은 밤을 날아서' '소녀' '그녀의 웃음소리뿐' '옛사랑' 등 이영훈의 30여 곡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고선웅 작가가 극본을 맡고 연출가 이지나가 참여한 이 작품은 2017년 초연 당시 중장년층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4주라는 짧은 공연 기간에도 흥행에 성공했다. 편곡의 김성수 음악감독은 원곡이 가진 시적인 가사와 선율을 고스란히 살리며 서정성과 감동을 극대화했다.
  • ▲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 장면.ⓒCJ ENM
    ▲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 장면.ⓒCJ ENM
    이지나 연출은 "20년 넘게 뮤지컬 연출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아름다운 음악은 영원하다'는 것이다. 히트곡은 세월이 지나면서 명곡으로 인정받고 명곡은 고전이 된다. 이영훈의 모든 음악은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며 '광화문연가'가 사랑받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시즌 '중년 명우' 역에는 윤도현·엄기준·강필석, '월하' 역은 차지연·김호영·김성규가 열연을 펼친다. '중년 수아' 역에 전혜선·리사, 명우의 아내 '시영' 역 문진아·송문선, '젊은 명우' 양지원·황순종, '젊은 수아'는 홍서영·이채민이 연기한다.

    2016년 '헤드윅' 이후 뮤지컬 무대에 선 윤도현은 "너무 힘들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닌 것 같아 은퇴를 선언했는데, 이 작품이어서 번복하고 다시 하게 됐다"며 "이전보다 더 열심히 하려고 연습도 많이 했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극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월하'는 나이와 성별, 국적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캐릭터로, 국내에서 흔치 않았던 젠더프리 캐스팅을 시도해 화제가 됐다. 초·재연에 이어 3년 만에 돌아온 삼연에서도 '월하' 역은 성별의 구분을 두지 않았다.
  • ▲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 장면.ⓒCJ ENM
    ▲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 장면.ⓒCJ ENM
    4년 만에 '광화문연가'에 출연하는 차지연은 '젠더프리'에 대해 "용감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무대를 허락해주셔서 많이 배우고 발전할 수 있었다. 누구나 더 좋은 작품을 찾고, 다양한 배역에 도전하며 협력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종을 앞둔 명우는 인연을 관장하는 신 '월하'를 통해 첫사랑 수아를 처음 만난 1984년 봄 덕수궁 사생대회로 돌아간다. 명우는 시간여행을 하면서 젊은 시절의 자신과 수아를 보며 기억 속 빈집을 채워가고 "추억은 추억일 뿐, 지금의 삶이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백미는 노래 그 자체에 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친숙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 배우들의 가창력이 더해져 관객들은 160분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충분히 즐기게 된다. 커튼콜 넘버 '붉은 노을'에서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따라부를 수 없지만 모두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9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