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조국 사태로 "文정권 내로남불" 비판 커지자… 검찰·언론개혁 주장여당 '윤석열 때리기'와 '언론 징벌적 손배' 동시 추진… '조국 삽화'가 불 질러전문가들 "개혁 명분으로 반대파 척결… 언론규제, 목적·이유 불분명" 의문 제기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전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조 전 장관 자료사진. ⓒ강민석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전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조 전 장관 자료사진. ⓒ강민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초반 내걸었던 지역 언론 진흥, 매체 간 상생균형발전 등의 '언론개혁 방안'이 최근 언론 '징벌'로 바뀌었다. 위헌 소지가 다분한 '언론을 대상으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지난해부터 집권 여당이 추진하려는 것이다.

    여권의 '언론 규제' 속도전 배경에는 꾸준히 거론되는 '조국 사태'가 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이자 차기 여권 대선주자로 불렸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019년 갖가지 의혹 보도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고, 이후 피고인 신분이 됐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 보도에… 검찰·언론개혁 목소리

    강성 친여 인사들은 검찰과 함께 조 전 장관 가족 관련 의혹을 보도한 보수언론을 '적폐 대상'으로 규정했다. 사모펀드비리, 자녀 입시비리,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관련 사안의 증거인멸 등 온갖 의혹 보도가 '검찰발(發)' 뉴스였고, 이는 검찰을 개혁하려던 조 전 장관을 검찰이 공격한 것이라는 논리였다.

    조 전 장관의 '이미지 타격'은 촛불정국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의 명분을 깎아내렸다. 문 정부는 '조국 사태'부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등의 오명을 떠안게 됐다. 조 전 장관이 교수 시절부터 '반칙과 특권 없는 공정사회' 등의 진보적 시각을 강조했던 만큼, 관련 의혹만으로도 문 정부의 이중성은 크게 부각됐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부·여당의 집중공격을 받게 된 시점도 이때부터였다. 여기에 조 전 장관 관련 의혹을 보도한 보수언론도 자연스레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실제로 지난해 1월 장관 취임 후 윤 전 총장을 저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검찰 인사 때 윤 전 총장의 의견을 배제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고,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제청한다'는 검찰청법 규정과 어긋났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월8일 윤 전 총장의 핵심참모들을 전원 교체하는 내용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냈다. 이 과정에서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과 '의견 교환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법무부는 "검찰총장과 직접 대면해 인사 관련 의견을 듣기로 했다"고 했고, 대검은 "인사 대상자의 명단부터 보내라"고 대치하면서다. 법무부는 결국 이날 고위간부 인사를 강행, '직권남용' 논란에 휩싸였다.

    '윤석열 때리기' '검언유착'… 거세진 與

    이로부터 15일 뒤인 1월23일, 추 전 장관은 다시 현 정부 관련 수사에서 윤 전 총장 측근을 배제하는 내용의 검찰 중간간부와 평검사 인사를 발표했다. '조국 일가 수사'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등 주요 사건에서 윤 전 총장의 참모들이 모두 나가게 됐다.

    정부·여당의 '윤석열 때리기'는 검언유착 의혹으로 번졌다. 이모 전 채널A 기자가 윤 전 총장의 핵심참모 한동훈 검사장과 유착, 이철 전 VIK(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제보하라고 압박(강요미수 혐의)했다는 것이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이다.
  • ▲ 추미애(좌)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우) 전 검찰총장은 지난해 검찰 인사, 검언유착 의혹 수사 등과 관련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자료사진. ⓒ뉴데일리 DB
    ▲ 추미애(좌)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우) 전 검찰총장은 지난해 검찰 인사, 검언유착 의혹 수사 등과 관련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자료사진. ⓒ뉴데일리 DB
    이와 관련, 추 전 장관은 지난해 7월2일 대검찰청이 소집한 전문수사자문단이 아닌, 이성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수사하라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언론개혁 목소리도 이때부터 거세졌다.

    정부·여당이 윤 전 총장의 사퇴를 노골적으로 종용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19일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내가 윤석열 검찰총장이었으면 벌써 그만뒀다"고 언급했고, 추 전 장관은 같은 해 7월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 총장을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文 초기와 달라진 언론개악, '조국 삽화' 계기

    '언론을 대상으로 한 징벌적 손배'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이 나온 것도 같은 시기인 지난해 6월부터였다. 언론 기사로 인한 피해자가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액의 3~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었다.

    언론중재법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조 전 장관 부녀 삽화 사태'도 여당의 속도전에 기름을 부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6월21일자 성매매 관련 기사에 조 전 장관의 딸을 연상케 하는 삽화를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조 전 장관은 보도 9일 만에 소송을 제기했고, 민주당은 이후 언론을 대상으로 한 징벌적 손배 개정에 속도를 냈다.

    비공개 회의에서 나온 민주당 의원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소위에서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향해 '조국 삽화 사태'를 상기시켰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거나 피해자를 모욕·비방할 목적으로 그림·사진·영상을 포함하는 경우'도 징벌적 손배의 판단 기준 중 하나로 넣자고 제안했다. 여당이 추진 중인 언론규제가 조 전 장관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秋 "검찰권력 감시해야 할 언론이 제 기능 못했다"

    언론을 대상으로 한 징벌적 손배는 당초 문 대통령의 공약과도 결이 다르다. '조국 사태'가 '언론 징벌'을 부추겼다는 의구심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적폐에 대한 대청소에는 언론에 대한 요구도 담겨 있다"(2016년 12월16일)며 언론개혁을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의 언론 관련 대선 공약에는 종편·보도전문채널·유료방송에 시청자위원회 설치, 시청자가 참여하는 '수신료위원회' 설치해 수신료 관리·감독 강화, 지역방송 위한 지역 미디어센터 육성·지원 확대, 신문 광고 및 구독자 확장 위한 불공정거래 근절, 매체 간 균형발전과 상생적 경쟁환경 조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언론을 대상으로 한 징벌적 손배와는 많이 다른 내용이다. 
  • ▲ 추미애 전 법무장관 자료사진. ⓒ이종현 기자
    ▲ 추미애 전 법무장관 자료사진. ⓒ이종현 기자
    언론개혁이 '조국 사태'와 '검찰 문제'에서 비롯됐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말한 것은 추 전 장관이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1일 'CBS 매거진'에서 자신의 재임 시절 불거진 검찰개혁 논란과 관련 "제대로 검찰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라며 "검찰총장은 고도의 정치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요즘 윤 전 총장은 현직에 있으면서 언론사주를 만나고 다니고, 촛불로 만든 대통령을 독대한다는 망언을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그러면서 "'조국 사태'는 언론이 잘못 말씀하고 계셨지만 이미 괴물집단이 된 무소불위의 검찰이 장관을 축출하고 인사권에 도전한 검찰 쿠데타, 검찰 항명이었다"고 규정했다.

    "개혁의 결론은 늘 '반대파 척결'이었다" 

    그러자 언론개혁의 목적과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권마다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무언가를 했지만, 결론은 늘 '반대파 척결'을 위한 것이었다"면서 "이번 언론개혁도 언론 압박 등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이번 정권도 집권 초반부터 언론개혁을 이야기했고,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언론개혁이) 더 절실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언론개혁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면서 결론이 정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은 이 평론가는 "권력이 언론 길들이기를 하는 순간 언론개혁도 그때부터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언론개혁의 내용, 목적, 이유가 구체적이지 않다"며 "무엇보다 언론이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