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한일회담 무산 수습에 진땀… 전직 외교관들 "죽창가 들먹이고 뒷감당 못해"'도쿄올림픽 무관중' 일본 죽을 맛인데… 文, 해법도 없이 담판 짓겠다고 한 격외교는 상대가 있어 희망대로 안 되는데… '다시는 지지 않겠다' 확증편향에 빠져
  • ▲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일본 총리.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일본 총리.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하던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됐음에도 임기가 끝나기 전 회담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직 외교관들은 그러나 그동안 한일관계가 나빠진 책임이 문재인정부에 있기 때문에 태도 변화가 없으면 9개월여 남은 임기 내 정상회담 개최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전화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께 마지막 보고를 드릴 때 자리에서 대통령이 굉장히 아쉬움을 표현했다"면서 "한일 실무적 협상을 '해 나가라'는 강력하게 의지가 담긴 말씀을 하셨다. 상당한 성과가 진척된 상황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다시 출발해 외무장관회담 등을 이어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방일 무산 배경과 관련해 "한일 간 현안에 대해 막판까지 아주 접근했지만 성과로 발표하기에는 약간 부족했다"며 "국민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변수가 막판에 생겼다. 국민 정서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도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발언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편타당한 가치에 입각해 관계 풀어가야"

    '문 대통령은 가능하면 방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박 수석은 "당연하다. 문 대통령 뿐 아니라 정부도 보편타당한 가치에 입각해 한일관계를 풀어가야 하고, 그런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은 강한 의지를 가졌고, 그렇게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박 수석은 이어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도 "일본도 의지가 강하고 우리도 기본적으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계기만 잘 마련되면 문 대통령 임기 안에 양국 정상이 회담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저희는 소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춘 전 러시아 대사는 통화에서 문재인정부의 회담 재추진 의지와 관련 "이 정부 임기 내에 한일관계가 호전되기 어려울 것이니, 다음 정권이 들어설 때를 기다려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을 방문하려고 했으면 참석해서 축하만 한다고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日 코로나로 죽을 맛인데, 잔칫집 가서 담판 지으려"

    이 전 대사는 "안 그래도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이 무관중으로 치러져 일본은 죽을 맛"이라며 "잔칫집 주인한테 옆집 사람이 와서 해법도 없이 이번에 꼭 담판을 짓겠다고 한 격인데 예의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스가 총리는 만날 준비를 했으니 양국관계가 부드러워질 찬스가 있었는데, 방일을 취소하고 일본공사의 발언을 꼬투리 삼은 것은 현명한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한 이 전 대사는 "그 발언은 부적절 하지만, 원래 이렇게 회담을 추진할 때는 파악을 해도 보도가 안 되는 것인데 언론에 일파만파 알려지면서 여론이 안 좋아진 분위기에 묻어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전 대사는 "한일관계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며 "위안부, 강제징용 배상, 지소미아 문제에 국가 간 약속을 일방적으로 백지화한 잘못을 돌이키고, 체면을 먼저 세우려는 외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천영우 "큰 싸움 벌여놓고 퇴로 찾느라 갈팡질팡"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외교안보정책은 이념과 신앙의 영역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안위, 번영을 확보하기 위한 실사구시의 영역"이라며 "외교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희망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도 우리가 바라는 대로 풀릴 것이라는 확증편향에 빠지면 출구전략 마련을 소홀히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천 전 수석은 "일본과 큰 싸움을 벌여놓고 퇴로를 찾느라 갈팡질팡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희망사항과 확증편향은 초현실주의적, 자폐적 외교안보정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비난했다.

    또 "죽창가를 들먹이면서 위안부 합의를 맹공격하고, 대통령이 직접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면서 일전불사의 자세로 나오다가 뒷감당도 못했다"고 회고한 천 전 수석은 "금년에 들어와서는 아무 설명도 없이 '위안부 합의는 살아 있다'고 하고, 일본과 대화하겠다고 한다. 도대체 진심이 뭔지 종잡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백주현 전 카자흐스탄 대사는 "한일 경색국면을 개선할 필요성에 양국이 공감한 듯한데, 외교관계상 임기 말인 상황을 고려하지만 꼭 임기를 의식하지는 않는다"며 "임기 말 국내사정 때문에 조율이 어려워도 회담 재추진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文정부도 반일감정 자극 책임 있어"

    야당에서는 한일관계가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나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극단으로 치닫는 한일관계의 책임이 모두 일본에게만 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문재인정부도 죽창가, 지소미아 폐기 등 반일감정을 자극하는 감정적 외교로 관계 악화에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라며 "한일관계가 지금처럼 평행선을 달린다면 안보·경제공동체인 우리나라에도 최종적으로 득이 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