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자 의중에 따라 국가 정책에서 적법절차 지켜지지 않아""헌법이 정한 권한 넘어선 인사 개입에 공직자들 정권 눈치"
  • ▲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야권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제73주년 제헌절 맞아 "헌법정신 회복"을 강조했다. 

    최 전 원장은 16일 '제헌절 메시지'를 내고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의 정책 수립이나 집행 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선 인사 개입도 많았다"고 문재인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 전 원장은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화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사실상 내각제 개헌에 반대하기도 했다. "지금의 헌법은 지난 87년 당시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여야의 정치권이 합의한 헌법"으로 "헌법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극심한 정치적 갈등의 원인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관점과 관련, 최 전 원장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현행 헌법대로 국정을 운영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화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내각제 개헌론'에 선을 그었다. 그간 타인의 '입'을 통해 확산한 최 전 원장의 '내각제 개헌' 추진론을 전면 일축한 것이다.

    최 전 원장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듯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의 정책 수립이나 집행 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선 인사 개입도 많았다"며 "그 결과 공직자들이 국민보다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도 언급했다.

    "헌법은 대통령과 헌법기관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서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한 최 전 원장은 "대통령도 헌법 아래다. 헌법에 충성하고 국민을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아래는 최 전 원장의 제헌절 메시지 전문.

    제73주년 제헌절을 맞이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린다. 대통령도 헌법 아래, 헌법에 충성하고, 국민을 섬기겠다.

    제73주년 제헌절을 맞이한다. 이번 제헌절은 내게는 너무나 특별하게 다가온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헌법조문과 함께 살아온 내가 낯선 정치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헌법정신을 다시 마음속에 새겨본다. 지금의 헌법은 지난 87년 당시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여야의 정치권이 합의한 헌법이다. 하지만 지난 세월 돌이켜 보면 이 나라의 정치가 과연 헌법정신을 그대로 실천해왔는지 많은 의문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흔히들 말한다. 우리 정치의 끊임없는 갈등과 반복, 극한적인 투쟁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헌법은 대통령과 헌법 기관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서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통치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다.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의 정책수립이나 집행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으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선 인사개입도 많았다. 그 결과 공직자들이 국민보다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헌법정신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법치주의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 현행 헌법대로 국정을 운영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화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헌법정신을 지키고 법치주의를 정착시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그래야 국민이 안전하고 국민이 힘을 모아 더 낳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다. 제73주년 제헌절을 맞는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