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검문소 설치, 기자회견 막아… 자영업자비대위, 장소 바꿔 자정에 심야 회견8000명 모인 3일 민주노총 집회와 대조적… 자영업자들 "우리가 죄 지었나" 분통
  • ▲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밤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밤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종현 기자
    "제발 좀 살려 달라고 빌었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나?"

    14일 밤 11시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1인 기자회견을 연 김기홍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울분을 토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정책이어서 이를 수정하고, 그동안 발생한 영업손실을 국가에서 신속히 보존해 달라는 취지다. 

    비대위는 PC방·카페·음식점 등 22개 자영업자단체들이 연합한 단체로, 밤10시에 영업을 마친 뒤 이날 여의도에 모인 탓에 자정이 다 된 시간에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비대위는 당초 밤 11시 국회 둔치주차장에서 1인 기자회견을 한 뒤 차량 500여 대로 광화문까지 진행하는 '드라이브스루 시위'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1인 차량집회라 하더라도 2대 이상 모여 행사를 하는 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이라며 막아섰다.

    경찰, 오후 9시30분께부터 검문소 설치하고 국회 방향 진입 막아

    경찰은 14일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단체의 차량시위를 미신고 불법시위로 규정하고 엄정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경찰청은 "방역당국과 합동으로 집결지를 차단하고 도심권과 여의도에 다수의 검문소를 운영해 시위차량을 회차시키겠다"며 시위 철회를 요구했다. 

    경찰은 "집회 주최자와 참가자는 감염병예방법·집시법·도로교통법 등 위반으로 처벌하고 폭행 등 묵과할 수 없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범 검거로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 ▲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 항의 심야 차량 시위가 예정된 14일 밤 국회 앞에서 경찰이 차량에 대한 검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 항의 심야 차량 시위가 예정된 14일 밤 국회 앞에서 경찰이 차량에 대한 검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경찰은 오후 9시30분께부터 여의도 곳곳에 검문소를 세우고 국회 쪽으로 진입하는 차를 멈춰 세운 뒤 행선지를 확인했다. 검문소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당국에서 집회를 금지했으니 협조해 달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 일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8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불법집회를 열었을 때와는 상반된 분위기였다.

    국회 둔치주차장 집결이 무산된 비대위는 오후 10시30분께 기자들에게 여의도공원 인근으로 기자회견 장소가 변경됐다는 안내 문자를 보냈다. 비대위는 경찰 통제에 "너무 부당한 행위"라며 "우리들이 무슨 죄를 지었느냐. 억울함 호소하러 나온 것인데 이런 것까지 막으면 어쩌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의도 곳곳에서는 자영업자와 경찰 간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위해 LED 차량이 들어오자 경찰이 이를 막아서면서다. 경찰은 "LED 차량을 이용한 기자회견은 다수가 참여할 가능성이 있어 집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수차례 경고방송을 했다. 

    기자회견 LED 차량 막자 "왜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느냐" 울분

    경찰이 LED 차량 진입을 막자 이 차량을 운전하던 자영업자는 "왜 이렇게까지 막는 것이냐. 민주노총은 놔두지 않았느냐"며 "도대체 왜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주변에 모인 자영업자들도 "차량 1인시위까지 왜 불법이라고 하느냐"며 "우리는 말도 못하고 그대로 죽으라는 거냐"고 소리쳤다. 

    결국 경찰과 비대위는 '순수하고 평화로운 1인 기자회견'만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 ▲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 항의 심야 차량 시위 참가자가 14일 밤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경찰의 저지를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 항의 심야 차량 시위 참가자가 14일 밤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경찰의 저지를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당초 예정시각에서 30분이 지난 오후 11시30분께 연단에 오른 김기홍 비대위 대표는 "정부는 1년6개월간 자영업자들에게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희생을 강요했다. 제발 살려 달라고 그렇게 빌었는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대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을 차별하지 말고, 자영업자도 국민임을 인정해 돌봐주고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비대위 "인원·시간제한 폐지, 손실 보상" 요구

    김 대표는 "정부는 그동안 자영업자들에게 기다리라는 말만 하며 우리를 희생시켰다. 주위를 둘러보라. 자영업자만 문을 닫았다"면서 "의미 없는 거리 두기 4단계를 폐지하고 새로운 방역을 실시할 때다. 시간규제를 철폐하고, 인원제한을 철폐해 달라"고 촉구했다.

    "우리가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 확진자는 나온다. 도대체 언제까지 가게 문을 닫으면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믿는 것이냐"고 항변한 김 대표는 "정부는 이제 더이상 코로나 방역수치에 연연하지 말고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장을 지낸 최승재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영업자들에게 힘을 보탰다.

    최 의원은 "이 시간에 많은 중·소상공인이 거리에서 생존을 위해 나서게 된 점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대단히 죄송스럽고 미안하다"며 "코로나로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사회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힘든 이유는 생활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정부 대책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부분"이라고 지적한 최 의원은 "국가의 시책에 협력·협조·희생해 왔는데 정당한 보상은커녕 당연하게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대학로 주변서 400여 차량 1인시위

    오후 11시50분께 기자회견을 마친 비대위는 차량시위 장소를 광화문 일대에서 대학로 주변으로 변경했다. 이곳에서도 집회를 막기 위해 수십 곳에 검문소를 설치한 경찰이 운전자들의 행선지와 탑승인원을 확인하면서 곳곳에서 승강이가 벌어졌다.

    400여 대(주최 측 추산)의 시위차량은 비상등을 켜고 달리며 정부의 거리 두기 4단계 조치에 항의했다. 시위차량은 15일 새벽 1시가 넘어가면서 자진해산했다.
  • ▲ 14일 밤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항의하며 차량 시위를 이어가자 경찰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14일 밤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항의하며 차량 시위를 이어가자 경찰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