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일' 하루 앞둔 8일 자정,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신변이상설' 의식한 듯뇌출혈 사망설, 쿠데타설 돌아… 국정원 “김정은 신변에 이상 없다” 입장자료 내
  • ▲ 8일 0시 부하들을 데리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은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8일 0시 부하들을 데리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은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를 중심으로 김정은의 신변이상설이 돌았다. 같은 날 국가정보원은 "김정은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마치 이를 의식한 듯 8일 자정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을 보관 중인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노동당 고위간부들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민족 최대 추모의 날(김일성 사망일, 7월9일)에 즈음해 김정은이 8일0시(자정)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성원들과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들이 함께했다”고 전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미이라 상태로 보관된 것을 두고 통신은 “영생의 모습으로 계신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이어 “(김정은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입상(동상)에 꽃바구니를 올렸고,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도 꽃바구니를 바쳤다”면서 “김정은은 참가자들과 함께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을 우러러 숭고한 경의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의 보도가 전해지자 국내 언론은 일제히 “지난 7일 국내에서 돌던 ‘신변이상설’을 일축하듯 김정은이 건재를 과시했다”고 전했다.

    7일 여의도에 퍼진 ‘김정은 사망설’과 ‘평양 쿠데타설’

    지난 7일 여의도 금융가에서는 “김정은이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한 매체는 “북한에서 쿠데타 조짐이 감지됐다”는 보도까지 내놨다. 

    김정은 사망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CNN 긴급타전’이라는 제목으로 확산했다. “김정은이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프랑스 의료진이 현지에 급파돼 시술했으나 이미 사망했고, 이로 인해 평양이 봉쇄됐다. 북한 수뇌부 가운데 친중파가 중국에 이 사실을 전했고, 친중파인 김평일(김정일의 이복동생)이 권력을 승계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한 매체가 보도한 북한 쿠데타설은 이렇다. 

    최근 국가보위성 소속 밀무역선이 김정은의 새 저택을 짓기 위해 고급 건설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왔다. 배에서 내린 건설자재는 차량 7대에 나눠 싣고 평양으로 수송됐다. 이때 맨 뒤의 차량에 불이 붙어 전소(全燒)됐다. 사고를 조사한 호위사령부는 의도적 방화로 판단해 김정은에게 보고했으며, 김정은은 이를 쿠데타 징조로 간주해 국가방역사령부 조사단을 현장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김정은 사망설’은 확인 결과 CNN이 지난해 4월 ‘김정은 신변이상설’이 돌던 때 보도했던 내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북한 쿠데타설’은 검증할 방법이 없다.

    국정원 “김정은 신변 이상 없다”…눈길 끄는 2017년 8월 <포린폴리시>기고문

    이 같은 소문이 퍼지자 국가정보원은 7일 “김정은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국정원은 “김정은은 지난 6월2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종일 주재했고, 최근까지 정상적으로 통치활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김정은 신변이상설은 근거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8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면서 소문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2017년 8월 미국 <포린폴리시>에 실린 한 기고문을 보면, 이 소문이 누군가 의도한 것일 수 있다. 

    주한미군 제2사단 수석 전쟁기획참모를 지낸 폴 잉링 예비역 중령은 당시 <포린폴리시>는 기고문에서 “최고의 병법은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라며 “김정은의 쿠데타 불안 망상증을 더욱 악화시키기 위해 북한 안팎에서 비밀 첩보전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잉링 중령은 “북한 체제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유입하면 훼손 또는 해체가 가능할 정도로 취약하다”며 “북한 안팎에서 첩보전을 벌여 김정은이 북한의 군장성·외교관·경제관료·정보기관들을 불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편집증적 성격을 활용해 북한 지도부의 분열을 조장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잉링 중령은 “반드시 북한을 바꿀 필요는 없다”면서 “북한의 현실을 보는 김정은의 인식을 바꾸는 것만 목표로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