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원전·김학의 사건 '기소의견' 묵살 중… 법조계 "새 수사팀 오면 사건 계류될 것"
  • ▲ 대검찰청. ⓒ정상윤 기자
    ▲ 대검찰청. ⓒ정상윤 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등 주요 권력사건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가 난항에 빠졌다. 원전 사건과 김 전 차관 사건은 대검이 수사팀의 기소 의견을 뭉개는 중이고,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은 대검에 기소 의견도 전하지 못한 채 수사팀이 해체될 위기에 놓였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일선 지검에서 맡은 이 같은 주요 권력 사건 수사를 계속 미루는 상황이다. 우선 대검은 '월성 원전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에서 지난 24일 부장검사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의결한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기소 의견을 회피한 상태다. 

    대전지검 "백운규 기소해야"… 대검은 한 달째 답변 회피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지난달에도 백 전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대검에 전달한 바 있다. 대검은 이때부터 한 달이 넘도록 원전 수사 의혹을 뭉개는 셈이다.

    수사팀은 특히 이 사건에 연루된 백 전 장관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는 '업무상 배임 혐의'를 추가해야 한다는 강경한 자세이지만, 법조계에서는 기소가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정환 신임 대전지검장이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기소 의견을 보고한 뒤 수사팀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여는 방안에 대해 살펴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수심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로, 기소 여부와 수사 계속 여부를 심의한다. 보통 수심위 개최까지 2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수심위가 개최된다면 적어도 7월 중순까지는 기소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대검, '김학의 사건' 핵심 이광철 기소도 미뤄

    대검은 또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과 관련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기소 여부도 결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달에 한 번, 그리고 지난 24일에 다시 한 번 이 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고 대검에 보고했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에 이 비서관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것이 수사팀의 의견이지만, 대검은 이 역시 한 달가량 기소를 뭉개는 상황이다.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수사는 상황이 더 안 좋다. 해당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가 맡았는데,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아 관련 인물들의 기소 의견조차 대검에 전달하지 못했다. 

    지난 14일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이규원 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며 탄력을 얻는 듯했지만, 다음달 2일 수사팀이 해체되면서 사건 수사가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3개 권력사건 수사가 계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로 해당 사건들의 수사팀이 해체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수사팀이 조직되더라도 사건을 수사하기보다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 조직에는 새로운 수사팀이 오면 이전 수사팀의 수사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원칙처럼 내려온다"며 "새로운 수사팀이 오면 수사에 동력을 얻기는커녕 계류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홍세욱 법무법인 에이치스 대표변호사 역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아들 군 시절 특혜 의혹 수사처럼 새로운 수사팀이 오면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하지 않을까 싶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 현재 수사팀을 전부 교체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