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이준석은 유승민계"…주호영 "야권 분열될 수도"
  • ▲ 국민의힘 홍문표, 조경태, 주호영, 이준석, 나경원 당대표 후보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100분 토론' 생방송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국민의힘 홍문표, 조경태, 주호영, 이준석, 나경원 당대표 후보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100분 토론' 생방송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6·11전당대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이준석 후보를 향한 중진 그룹의 견제가 날이 갈수록 거세진다. 중진들은 계파논쟁과 정치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집중적으로 공격했지만, 자신의 비전을 앞세우지 않은 네거티브 공세에 좀처럼 타격을 입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승민계 이준석 당선 시, 윤석열 입당 주저할 것"

    나경원 후보는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준석 돌풍'과 관련 "변화와 쇄신, 결국 과거와 다른 국민의힘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잘못했다는 꾸짖음을 충분히 받겠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선출되는) 당대표가 중요한데 안정적 리더십 없이는 굉장히 당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이 후보의 정치경험 부족을 지적했다.

    "이준석 후보가 '유승민계'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모든 후보를 모아 그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나 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입당하려다가도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저하게 될 것"이라며 계파논쟁을 재차 꺼내들어 견제했다.

    주호영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자강과 통합 둘 다"라며 "둘 다 성공시키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전략의 문제다. 경험에서 나오는 통찰력, 지혜가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최근 '자강론'에 기반한 당내 대선 경선 진행에 무게를 둔 데 따른 반박이다.

    이 후보도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계파논쟁을 반박했다. 그는 "유승민 전 의원과 굉장히 가까운 건 사실"이라고 인정한 이 후보는 "(대선후보 경선) 룰에서 조금만 유 전 의원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다 이준석이 그랬다'고 얘기할 테니, 오히려 제가 방어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제가 만약 당대표가 되면 최대 피해자는 유승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1위에 나경원·주호영 전략적 동맹

    중진 그룹이 이같이 견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 후보가 예비경선 당원투표에서 31%를 득표하며 대세론을 굳혔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경선 기간 내내 핵심지지층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 당심(黨心)을 얻으며 열세를 뒤집은 것이다. 

    이 후보의 상승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중진 그룹이 그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계파논쟁에 불을 붙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vs 중진' 구도는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진행된 첫 TV토론인 MBC '100분 토론'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중진 그룹은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이 후보를 향해 협공을 펼쳤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당 안팎에 있는 상황에서 후보 선출을 위한 스케줄로 맞붙었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 일정에 따라 진행하면서 후보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오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나·주 후보는 윤석열 전 총장 등 외부인사 영입을 위해 당내 시간표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지난 서울시장선거에서 우리 당이 결국 정시에 버스를 출발시켜 이긴 것"이라며 "버스는 특정인을 기다려서는 안 되고 특정인을 위한 노선으로 가서는 안 된다. 공정하고 엄격한 룰을 통해 국민의힘이 경선을 운영해야지만 많은 주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나 후보는 "윤 전 총장이 우리 당에 들어오지 않아도 그냥 버스를 출발하겠다는 거냐"며 "당의 스케줄만 강조하면 우리 당 내의 후보만 대선 열차에 올라타게 된다. 그렇게 됐을 때는 야권의 다른 후보들인 윤 전 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등이 공정성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주 후보도 "자칫 잘못하면 야권이 분열된 상태로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이 후보 공격에 가세했다.

    상황은 그러나 중진 그룹의 거센 견제에도 좀처럼 이 후보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하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이미 '중진 심판론'이 굳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후보가 생태탕을 먹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 잘못에 대한 심판이었다"며 "마찬가지로 국민이나 당원이 이준석 후보에게 보내는 지지는 기성 정치인들이 잘못한 것에 대한 심판 메시지"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