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마포 비전발표회… 당원투표 50%·여론조사 50%, 27일 경선 5인 선발
  • ▲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에서 열린 비전발표회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조경태·김웅·윤영석·주호영·홍문표·김은혜·나경원 후보.)ⓒ이종현 기자
    ▲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에서 열린 비전발표회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조경태·김웅·윤영석·주호영·홍문표·김은혜·나경원 후보.)ⓒ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선거에 나선 8인의 예비경선 후보자들이 '비전 발표회'를 통해 각각 공약과 비전을 제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중진 대 신진 구도가 두드러지면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당 쇄신과 정권교체라는 거시적 과업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신진 돌풍'에 견제구… "'패기' 하나만으로는 성공 못해"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비전 발표회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5분의 정견발표 시간을 통해 자신이 '정권교체'를 달성할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다만 방법론에서는 '경륜'과 '패기'가 팽팽하게 맞섰다.

    추첨 순서에 따라 첫 주자로 발표에 나선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선거의 '성공 경험'을 내세우면서 "복잡한 야권통합, 후보 단일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진정한 프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 전 원내대표는 최근 불어닥친 '신진 돌풍'을 의식한 듯 "젊은 후보들이 나와서 선전하는 것은 우리 당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지만, '패기' 하나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경륜'과 '패기'의 조합"이라고 강조했다.

    중진 간에도 신경전…"실패한 장수로는 전쟁 못 이겨"

    홍문표 의원도 '중진의 경륜'을 내세웠다. 홍 의원은 "새로운 논리와 새로운 인물도 좋다"며 신진의 돌풍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비닐우산으로 엄청난 태풍과 폭우를 막을 수는 없다"고 경계했다. "실용적인 개혁을 통해 준비된 당대표가 필요하다. 경륜·경험·체험을 통해 새로운 정당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또 '신예'뿐만 아니라 당외 유력 대권주자와 인연을 강조하거나 국민의힘이 패배한 4·15총선 전 당 지도부를 이끌었던 중견급 후보들도 겨냥해 "기차를 같이 탔느니, 아파트가 같다느니, 도대체 대한민국 제1야당 수권정당의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잔졸하게 정치를 해서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패한 장수를 다시 전쟁에 쓰는 것은 전쟁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도 지적했다.

    윤영석 의원의 경우 '3선 의원의 경험'과 '내각제 개헌'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윤 의원은 "그야말로 칼바람이 몰아치는 친문·친노의 본거지 경남 양산에서 당당하게 당선했다"면서 "민주당 100명이 나와도 무섭지 않다는 기백과 용기로 의정활동을 했다"고 자신했다.

    윤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혁파하겠다"며 "대통령의 권한을 철저히 견제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방분권형 개헌" "박근혜 석방운동" "용광로 정당"

    민주당 출신인 조경태 의원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며 자신의 경력을 내세워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정부를 상대할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과 문재인 일파를 누구보다 잘 안다"며 "내년 정권 창출을 위해 민주당과 문재인 일파의 술수를 잘 읽는 조경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의원은 '당심'을 겨냥한 듯 "제가 당대표가 되면 통합과 화합, 관용의 정치를 위해 옥고를 치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운동에 앞장서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도 말했다.

    추첨 순서에 따라 마지막 발표 주자로 나선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경륜'을 내세웠다. 나 전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 '용광로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모든 대선주자를 민심의 용광로에 녹여내 더 단단한 쇳물로 만들겠다. 젊은 후보들의 패기와 아이디어를 다 담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전 의원은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를 알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쌓인 지혜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또 자신이 '계파 없는 경선' 관리의 적임자라고 자처하면서 "특정 세력,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당대표는 거침없는 확장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뚜렷해지는 당내 '세대 갈등'을 우려한 듯 "다음 당대표가 할 일은 첫째도 정권교체, 둘째도 정권교체"라고 피력했다.

    '신진 그룹'의 패기… "불가역적인 변화 있어야"

    신진 그룹은 이구동성으로 '불가역적 변화'를 외쳤다.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줄 세우기 계파정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젊은 세대가 극혐한다"면서 '계파정치 탈피'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당대표후보 중 본인이 당대표가 되면 '당직을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총선 이후 대한민국 제1야당이라는 정당이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당당히 맞서지 못했다"고 지적한 이 전 최고위원은 이런 태도가 "젊은 세대에게 비상식적으로 비쳐졌다"고 질타했다. 

    4·7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 '청년 유세차량 연설'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음을 강조한 이 전 최고위원은 "젊은 세대가 가장 바라는 미래이고,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우리의 변화를 꼭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김웅 의원은 "민주당이 저렇게 사악했는데도 우리는 신뢰받지 못했다"며 "제가 국민의힘의 불가역적인 변화를 만들어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 경험'을 내세우는 중진 의원들을 향해서는 "기존 정치판에서만 익혔던 경륜으로는 변화되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역설했다.

    "우리가 대선을 맞이해 무슨 준비를 하고 있나. 그때도 '문재인 심판'을 이야기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김 의원은 "누구보다 빨리 중도로 뛰쳐나가 실용으로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중원 정치'를 강조했다.

    "집권해도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확신 줘야"

    김은혜 의원은 '야구 선수'가 꿈이었다면서 빨간색 야구복을 입고 발표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당내 유력 대권주자의 부재를 우려하면서 "문제는 당내 주자가 아니라 당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은혜 의원은 "국민들은 문재인정권에 분노하면서도 국민의힘 지지를 주저한다"고 전한 김 의원은 "우리 당이 집권해도 절대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드리려면 방법은 하나, 새 판을 짜야 한다. 당의 얼굴이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며 '변화'를 앞세웠다.

    김 의원은 "당대표가 되면 정치콘서트를 통해 대선주자 '인튜베이팅'에 나서겠다"며 "당내 주자와 외부 주자들이 함께 하는 대선 프리마케팅으로 대선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6~27일 이틀간 당원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 방식을 적용한 예비경선(컷오프)을 거쳐 27일 경선에 오를 상위 5인을 결정한다. 본경선에서는 현행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 70%, 국민 여론조사 30%를 적용해 6월11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최종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