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교수 "글로벌 인플레·금리인상에 대출 부담 악화… 대기업 외화부채 늘면 심각" 경고
  • ▲ 지난 2월 9일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해달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지난 2월 9일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해달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권창회 기자
    지난해 자영업자들의 신규 대출액이 전년도인 2019년보다 120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 증가율도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수준으로, 자영업자의 대출의존도가 그만큼 커졌다는 말이다.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 압박으로 인해 이 같은 사정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803조5000억원으로 2019년 말 684조9000억원에서 118조6000억원(17.3%) 증가했다. 

    2018년 말에는 624조3000억원, 2017년 말에는 549조2000억원 규모로 자영업자 신규 대출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지난해 증가율 17.3%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전국 자영업자 신규 대출액, 전년비 120조원 증가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차주는 238만4000명으로, 1년 전 191만4000명보다 47만 명(24.6%) 늘었다. 차주 증가 규모는 2019년 14만4000명의 약 3.3배다. 차주 증가율은 24.6%로 역시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았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자영업자들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경기회복 전망이 어두운 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29일 통화에서 "자영업자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실제로 팬데믹 매출 피해를 대출을 통해 막아보려고 했던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부가 자영업자 대상으로 저금리로 정책자금을 풀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늑장 백신, 금리 인상 압박, 대기업 부채 악화 모두 자영업에 타격"

    이 교수는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서 경제가 원상회복할 기미도 없지만, 또 다른 문제는 지금 같은 저금리 상태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며 "코로나 극복을 위해 각국이 일제히 재정과 통화 확장에 나서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같은 나라는 올해 경기가 상당히 높게 회복되면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대출이자나 정책금리를 우리나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나 주요국 금리 인상은 우리도 영향을 받는다"고 우려한 이 교수는 "금리가 높아지면 자연히 대출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달러 강세와 국제금리 인상에 따라 대기업의 외화부채 부담이 높아지면 우리 경제 전반이 나빠지고, 그것이 다시 자영업의 경기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