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판단과 무관, 주문한 고객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 고려… 향후 법적 판단 따라 주문 재개 여부 결정할 것"
  • ▲ 교보문고는 지난 23일 김일성 우상책인  <세기와 더불어>가 출간 후 논란이 지속되자 판매를 중단했다. ⓒ뉴시스
    ▲ 교보문고는 지난 23일 김일성 우상책인 <세기와 더불어>가 출간 후 논란이 지속되자 판매를 중단했다. ⓒ뉴시스
    교보문고가 김일성 북한 주석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판매를 중단했다. 교보문고 측은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고객 보호차원"이라고 설명했다.

    25일 출판계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지난 23일 오후 대책 회의를 열고 '세기와 더불어'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는 온라인 서점에서도 검색되지 않도록 했다.

    교보문고 측은 이와 관련해 "대법원이 이적표현물로 판단한 책을 산 독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며 "정치적인 이슈나 판단과 무관하게 고객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법원 또는 간행물윤리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지면 신규 주문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상황이 조속히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세기와 더불어'를 출간한 민족사랑방 출판사는 책에 대해 1992년 4월부터 1998년 7월까지 펴낸 김일성 회고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회고록이 아니라 그를 우상화하기 위한 북한의 체제 선전물로, 사실과 동떨어진 내용들뿐이어서 역사적 가치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책은 국내에서 '이적표현물'로 지정된 상태다.

    2011년 8월 12일 대법원 제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정부 허가 없이 북한에 몰래 가서 김일성 동상을 참배하고, 북한 인공기와 김일성·김정일 사진, '세기와 더불어'를 소지한 혐의로 기소된 정모(남·당시 49세) 씨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당시 "국가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어야 이적표현물"이라며 '세기와 더불어'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일부 시민단체·개인들은 최근 법원에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경찰과 통일부 등도 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이 책은 출판사와 서점 간 직거래 방식이 아니라 800여 개의 국내 출판사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출판인단체 한국출판협동조합을 통해서만 온·오프라인 서점에 유통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전체 주문량은 100여 부로 알려졌다. 

    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책 판매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 한국출판협동조합에 따르면, 출판사에서 책을 유통해 달라고 요청하면 철회 의사가 없는 한 계약 관계에 따라 정상 유통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