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승리 보름 만에… 당권 욕심에 '자중지란' 빠진 국민의짐

국민의힘이 서울·부산시장을 탈환하며 모처럼 선거에서 압승했으나, 차기 당권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중진·초선 할 것 없이 출사표를 던지며 후보군은 다양해졌지만, 단합된 모습으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잊은 채 자기 몸집 불리기에만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진석 의원과 '단일화설'이 나온 주호영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여전히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명확한 방침을 밝히지 않으면서 갈등만 키운다.

조해진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가 되면 저는 우리 당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당, 편향되지 않은 당, 이성과 상식에 따라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당의 모습으로 국민에게 보여드릴 것"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당대표의 우월적 권한을 내려놓고 최고위원회를 합의제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힌 조 의원은 "우리 당부터 분권형 민주적 정치체제를 행동으로 실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 의원은 이와 함께 최고위원회 산하에 범야권 대통합과 후보단일화 추진기구와, 인재영입기구를 설치하고 정책위·여의도연구원 등과 연계해 당 밖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인물은 조경태·홍문표·조해진·윤영석·김웅 의원 등 5명이다. 중진부터 초선까지 보궐선거 승리 후 자신감을 회복한 의원들로 활기를 띠나, 당내에서는 흥행의 '청신호'라기보다 위기의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사임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당내 주류 형성을 위해 자신의 복귀를 경계하는 당 안팎 중진의원들을 겨냥한 발언을 하자 국민의힘이 갈라지며 결속력이 단단하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당권 주자인 홍문표 의원은 지난 22일 주호영 권한대행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에서 '작당했다'는 김 전 위원장 발언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주 권한대행은 "일일이 대응 안 하겠다. 정치공세"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한 주 권한대행의 모호한 태도도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을 역임했던 5선의 정진석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주 권한대행과 '단일화설'까지 불거졌다. 두 사람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홍 의원은 이를 '담합'으로 규정하며 비판을 퍼부었다.

주 권한대행은 오는 29일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마포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마포포럼은 홍문표·조경태·윤영석·김웅 의원 등 대표후보 초청 세미나를 개최 중이다. 이에 따라 그가 이 자리에서 출마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주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마포포럼 참석과 당대표 출마의 연관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그냥 포럼에 여러 사람들이 오니 참석하라 해서 날짜를 잡았는데, 만약 문제가 된다면 다시 검토해볼 것"이라며 "저는 원내대표로 있을 동안 직책 수행 외에 어떤 다른 일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주 권한대행이 '선수'로 뛸 마음이 있으면 언제까지 '심판'을 볼 수 없다"며 "혼란을 야기하지 말고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