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쿼드 참가' 요구에 서훈 "입장 이해해 달라" 주저… 5월 회담 개최 여부 불투명
  • ▲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청와대가 13일 한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사실상 회담의 선결조건인 중국 견제 성격의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4개국 비공식 안보협의체) 참여에 우리 정부가 부정적 의견이어서 섣부른 기대감만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이날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5월 중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이달 초 한·미·일 3국 안보실장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같은 논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 해당 보도와 관련 "현재로서는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면서도 "한미 정상회담은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조기에 개최한다는 공감대하에 양국 간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 내용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야권에서도 관심을 나타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여유분 백신을 구하는 노력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미국의 화이자 백신이 5월이 되면 여유분이 조금 생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韓 '일정 확정' 요구에 美 "검토 중"

    하지만 5월 중 회담 개최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한·미·일 안보실장회의에서 미국 측은 한미 정상회담 일정 확정을 원하는 우리 측 요구에 '현재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당분간 양국 정상이 만날 일 없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회담에서 서 실장은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쿼드 참가 요구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우리(한국)의 처지도 알아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 실장이 미국에 미북협상의 조기 재개를 요구했지만, 미국 측은 "과거 (트럼프) 정권처럼 무분별한 대화는 앞으로 하지 않는다"고 반응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반면 쿼드에 참여한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오는 16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면 정상회담이다.

    시진핑 방한도 동시 추진… 野 "동맹 소외 우려"

    한국은 현재 한중 정상회담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적 모호성' 외교 기조를 택한 상황이다.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지난 3일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가급적 조기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방한) 일정이라든가 구체적 계획은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회담이 한미 정상회담보다 앞서 열릴 경우 동맹보다 우선한다는 뜻으로 미국에 불쾌감을 주는 외교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미국이 동맹국과 또 반중 연합전선을 구축하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한국이 미국의 핵심동맹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전 세계적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통령의 안보 멘트가 노골적으로 중국 편을 들고 있다. 국립외교원장이 한미동맹을 '중독' '가스라이팅'이라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한 김 부대표는 "철 지난 운동권 감성으로 국가의 외교를 좌지우지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다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