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전시 대비 훈련 안 해… 작년부턴 북한 도발 상황도 안 알려줘” 행안부 항의합참 "사실 아니다" 부랴부랴 해명… 국민의힘 "오죽하면 행안부가 그러나" 사과 요구
  • ▲ 과거 시행했던 을지연습의 한 장면. 을지연습은 '충무계획'에 따라 전시대응계획을 점검하는 범정부 차원의 연습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부터는 전시대응계획 연습이 대폭 축소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거 시행했던 을지연습의 한 장면. 을지연습은 '충무계획'에 따라 전시대응계획을 점검하는 범정부 차원의 연습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부터는 전시대응계획 연습이 대폭 축소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는 업무를 두고 군과 행정안전부 간 협조가 제대로 안 된다는 징후가 계속 나타난다.

    행안부는 “북한이 국지도발할 경우 행안부 파견 장교들이 군 상황실에 출입할 수 없게 돼 있고,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전시(戰時) 대비 훈련을 실시하지 않아 각 지자체에 해당 업무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도발했을 때 군 당국은 각 부처 장·차관과 비상계획관에게 상황을 알리지도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합참은 13일 이 같은 행안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행안부 “북한 도발 시 행안부 파견 장교의 합참 종합상황실 출입 허용해 달라”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 3월 말 합동참모본부에 공문을 보냈다. 행안부는 공문에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 따르면, 북한의 국지도발 시 주 대응기관은 국방부지만, 행안부는 국민 보호 임무를 맡고 있다”고 지적한 뒤 “행안부에 파견근무 중인 비상대비협력단 장교(대령 1명, 중령 4명)에게 군 정보종합실에 출입할 수 있는 특수인가증을 발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평도 포격도발과 같은 북한의 국지도발이 발생했을 경우 행안부 파견 장교들이 합참 정보종합실로 달려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알려주면 해당 지역 주민 보호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었다. 현재 행안부 파견 장교가 군 정보종합실에 들어가려면 협조요청을 하고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 

    이와 관련, 행안부 관계자는 “북한이 포격하고 총 쏘는데 언제 승인을 기다리고 앉아 있을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백종헌의원실 관계자가 전했다. 

    “각 지자체에 전시동원업무 아는 인력 드물어… 훈련 좀 하자”

    행안부는 또한 합참에 “3년 동안 안 했던 전시동원 절차 연습도 좀 하자”고 요청했다. 

    행안부는 “충무사태 발생 시 조치사항 160건에 대한 실제 훈련이 전무한 상태로, 이로 인해 각 지자체 공무원 가운데 동원 절차를 알고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각 지자체 공무원과 군부대 동원집행관이 함께 업무수행 절차를 연습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충무사태’란 전쟁이나 국가비상사태를 말한다. 여기에 대응해 만든 정부 계획이 ‘충무계획’이다. ‘충무계획’은 국민 보호와 군사작전 지원, 정부 기능 유지를 축으로 한다. 

    행안부는 유사시 충무계획의 전시동원 절차에 따라 병력 동원과 물자 징발·지원, 동원된 사람에게 보상금 지급 등을 맡아 처리한다. 병력 동원에는 소집영장과 함께 집결지 확보도 포함된다. 또한 군의 작전에 필요한 각종 후방지원도 행안부 소관이다.

    하지만 2018년부터 3년 동안 ‘충무계획’ 연습을 전혀 하지 않은 탓에 1~2년이면 보직이 바뀌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관련 업무를 전혀 모른다고 행안부는 지적했다. 

    이를 두고 백종헌 의원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이 군보다 낫다”고 지적했다.

    北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행안부가 대응요령 배포
  • ▲ 행안부가 지난 3월 25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 배포한 북한 공격시 대응요령 안내문. ⓒ행안부 자료 캡쳐.
    ▲ 행안부가 지난 3월 25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 배포한 북한 공격시 대응요령 안내문. ⓒ행안부 자료 캡쳐.
    행안부는 또 “군사상황이 발생하면 (합참은) 각 부처 비상계획관에게 상황을 알려 달라”는 요청도 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면 국방부에서 각 부처 장·차관, 비서관, 비상계획관에게 관련 상황을 알려줬다고 한다. 그런데 2020년 해당 업무를 국방부 민정비서관실에서 합참으로 이관한 뒤로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든 뭘 하든 군에서 각 부처 장·차관과 비상계획관에게는 관련 내용을 전혀 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행안부는 “최소한 각 부처 비상계획관에게 문자메시지라도 좀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행안부는 이 공문은 지난 3월 말 합참에 보냈다. 북한이 순항미사일과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였다. 

    이때 합참과 국방부는 북한 미사일을 ‘미상 발사체’라고 부르며 “정밀 분석 중”이라고만 답했다. 반면 행안부는 지난 3월2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마자 북한 핵공격 등에 대비하는 요령을 담은 안내문을 17개 광역지자체에 배포했다.

    행안부의 안내문에는 민방위 경보 사이렌 소리의 종류마다 담긴 의미, 핵공격 대응 요령, 평소 대피 준비 및 인근 대피소 숙지, 대피방법, 비상 시 필요한 물품 안내 등이 담겼다. 

    행안부는 이와 함께 “최근 북한의 미상 발사체 발사로 인하여 안보위기 상황이 고조됨에 따라 기관별 위기대응태세 강화를 위해 만전을 기하여 주시기 바란다”며 “지자체별 비상연락체계 유지 및 국가 지도통신망 송수신 상태 점검, 시·도 민방위 경보통제소 비상근무 강화, 민방위 주민대피시설 점검 및 비상 시 국민행동요령을 국민들에게 안내해 달라”고 각 지자체에 당부했다.

    합참 “사실 아냐”… 野의원들 "국방부·합참 사죄해야"

    합참은 13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행안부가 합참에 항의했다는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해당 공문은 행안부가 군과 연계된 정부 연습을 준비하면서 3월 말에 보내왔고, 현재도 세부 내용을 정상적으로 협의 중”이라며 “군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어 “(행안부 파견 장교의) 종합상황실 출입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실무적으로 협의가 진행돼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여기서 답변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어떤 상황이라도 우리 국민의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전파하는 시스템은 이미 잘 갖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합참의 설명은 그러나 잘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3일 오후 성명을 내고 국방부와 합참에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방부의 훈련 유명무실화가 얼마나 위태롭게 보였으면 같은 정부 내의 행안부가 항의까지 하고 나섰겠느냐”며 “국방부와 합참은 그 존재가치가 사실상 부정당한 현실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