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내로남불·위선·무능, 특정 정당 떠올려 안 된다"… 국민의힘 "편파성 드러내"
  • ▲ 국민의힘의 주호영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5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의 주호영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5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4·7보궐선거가 48시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편파적 선거관리' 의혹이 연일 도마에 오른다. 선관위가 여당에는 유리하게, 야당에는 불리하게 판단한다는 지적이다.

    "선관위 중립·독립성 잃어… 국민 분노 폭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중앙선관위가 과연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선관위가 중립·독립성을 잃으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명심하라"며 "국민의 분노 폭발이 선관위의 잘못된 권한을 시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이 문제 삼은 선관위의 불공정 의혹 사례는 △'서울시장보궐선거 왜 하죠' 현수막 문구 불허 △일간지에 '야권 후보 단일화' 촉구 광고를 낸 시민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 통보 △투표 독려 문구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위선·무능' 표현 사용 불허 등이다.

    또 서울 교통방송 TBS에서 '1(일)합시다' 문구로 유튜브 채널 구독을 독려한 캠페인이 민주당의 기호 1번을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선관위가 '문제 없다'고 판단해 이와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에 유리하면 "문제 없다"... 불리하면 "문제 있다"

    앞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TBS의 '1(일)합시다' 캠페인 문구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후보의 '합니다 박영선 1' 슬로건의 유사성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선관위가 "기존 광고나 캠페인 등에 나타난 카피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내용이 포함되더라도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 답변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또 선관위는 '합시다 사전투표'라고 쓰인 투표 독려 현수막이 박 후보의 선거 공보물과 유사하다는 의혹에도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선거 구호를 나타내는 표현 또는 특정 정당의 명칭, 후보자 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국민의힘의 현수막 등에 '이번 선거 왜 하죠' '내로남불·위선·무능'의 단어가 "특정 정당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며 사용 불가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 같은 선관위의 판단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선대위회의에서 "선관위가 공식적으로 민주당을 위선·무능·내로남불이 연상되는 정당이라고 인정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선관위가 여당 선대위로 전락… 상식 이하 편파성"

    주 원내대표는 "(선관위는) 친여 시민단체의 야당 후보 사퇴 낙선운동은 괜찮고, 여성시민단체의 '보궐선거 왜 하죠' 유권자운동은 안 된다고 한다. '무능정권 심판'도 안 된다고 한다"며 "선관위가 여당 선대위로 전락했다"고 분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선관위가 "몰상식, 어거지 결정을 쏟아냈다"며 "상식 이하 편향성과 편파성을 드러내면서 헌법에서 보장된 표현의 자유조차 마구잡이로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현재 기준 관련 논평을 3개씩 쏟아내며 성토를 이어갔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의 '불법선거운동', 선관위만 믿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선관위의 자기모순이 끝이 없다"며 "(단일화를 촉구하며) 야당을 응원하는 신문광고를 낸 국민에게는 선거법 위반이라 윽박지르고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대놓고 선거법을 위반한 민주당 의원에게는 한없이 가벼운 '경고' 조치뿐"이라고 개탄했다.

    앞서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YTN 라디오에 출연 "당·캠프 등에서 여론조사를 여러 차례 한다. (오세훈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리 숫자에서 한 자리 이내로 들어왔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지만 서울시선관위로부터 '경고' 조치만 받았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은 조수진 의원도 이날 논평을 통해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개입'위원회로 추락했다"며 "국민의힘은 '선개위'와 '내로남불'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野 항의방문에 선관위 "공정 지키려 노력했다"

    주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 경기도 과천 선관위를 항의방문해 "편파적이고 중립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법에도 맞지 않는 일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도대체 선관위 결정들이 전체회의 거쳐서 나오는 것인지, 누가 결정하는 것인지 절차도 문제이고 내용도 납득할 수 없다"고 따졌다.

    이에 조해주 선관위원장은 "선관위는 지금까지 공정이라는 잣대를 지키려고 무한한 노력을 해왔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저는 판단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