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24일 '북핵대책 연구'용역→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5월1일 취소행안부 “북한 핵공격대책 미흡” 시인… 국방부 “다양한 대책 있다” 호언장담
  • ▲ 2018년 4월 행정안전부가 낸 '북한 핵 및 화생공격 시 현실적인 정부 대응책에 관한 연구' 용역 제안요청서 내용 중 일부. ⓒ제안요청서 캡쳐.
    ▲ 2018년 4월 행정안전부가 낸 '북한 핵 및 화생공격 시 현실적인 정부 대응책에 관한 연구' 용역 제안요청서 내용 중 일부. ⓒ제안요청서 캡쳐.
    문재인정부가 2018년 4월 북한의 핵공격 대비책 연구용역을 추진하다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자 며칠 뒤 취소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방부는 북한 핵공격 대비책을 묻자 “단거리를 포함해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모두 요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부, 2018년 4월 ‘북한 핵공격 시 현실적 정부 대응책’ 연구용역 냈다 취소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 4월24일 ‘현 여건 하에서 북한 핵 및 화생방 공격 시 현실적인 정부 대응책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의 5개월짜리 연구용역 공고를 냈다. 용역비는 3800만원, 공개입찰 마감은 5월4일까지였다.

    정부는 “2017년 9월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화생방 공격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으나 기존의 정책연구는 예산사업 신설, 조직 개편, 법·제도 개선 등 중·장기적 관점에 치우쳐 있다”며 “이에 당장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명확한 방침이 세워지지 않은 실정”이라고 연구용역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그러면서 “또한 북한 핵·화학·생물학 위협에 따른 정부 대비책은 평시 테러 대응 및 소규모 사고 대응 수준에 불과해 전시 화생방전 대비태세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비상대비자원관리법·민방위기본법 등에 따른 기존의 비상대비체계를 활용한 효과적인 화생방 공격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성사된 지 나흘 뒤 ‘취소’

    백 의원에 따르면, 이 연구결과는 정부뿐 아니라 민·군 공동으로 시행하는 을지연습과 충무계획에도 반영될 예정이었다. 

    정부는 또한 연구용역을 통해 “북한의 화학·생물학 공격에 대비한 백신·치료제·제독제 비축 및 동원, 주민대피시설 보강, 보호장비 및 의료장비 확보, 전문 치료병원 지정 등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민방위체계 전반을 개편하는 방침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2018년 5월1일 정부는 돌연 연구용역 취소 공고를 냈다. 취소 사유는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에 따른 안보환경 변화”였다. 

    정부는 그때 이후 북한이 대구경 방사포와 순항미사일을 쏘아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코앞에 대구경 방사포를 배치해도 “남북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우긴다. 3년이 지난 지금, 북한 핵공격 대비책은 어떻게 세워졌는지 국방부에 물었다.

    북한 핵공격에 따른 국방부의 대비책 “북한 미사일 다 요격 가능”
  • ▲ 경북 성주에 임시배치 돼 있는 '사드' 발사대. 이마저도 미국이 도로 가져갈 위기에 처해 있다. ⓒ뉴데일리 DB.
    ▲ 경북 성주에 임시배치 돼 있는 '사드' 발사대. 이마저도 미국이 도로 가져갈 위기에 처해 있다. ⓒ뉴데일리 DB.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취소된 연구용역은 소관부처가 달라 잘 모르나 국방 차원에서는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고, 한미 간에 협의하는 것도 있다”며 “한미 간의 협조를 포함해 문서화는 물론 제도까지 핵공격에 대비한 절차들이 모두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부 대변인은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북한이 쏘는 단거리미사일에 대해서는 한국과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를 통해서 충분히 요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짚고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공격 시 대피시설 수용인원이 전 병력 중 몇 퍼센트인지, 핵공격 대응 물자는 어느 정도인지 등은 ‘군사보안’ 관련 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고 부 대변인은 설명했다.

    단거리미사일+대구경 방사포 혼합공격 못 막아… 서울에 민간용 핵 대피소 없어

    북한이 남한을 단거리탄도미사일로만 공격한다면 국방부의 말이 맞다. 현재 한미 연합군은 유사시 800여 기의 요격미사일을 동시에 쏠 수 있다. 주한미군 제35방공여단의 탄도미사일 요격용 PAC-3 MSE 대대와 한국군의 2개 패트리어트 PAC-3 대대의 요격 미사일 수다. 경북 성주의 사드(THAAD) 포대까지 더하면 850여 기다.

    ‘2020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은 김정은 직속인 전략로케트군 예하에 13개 미사일여단을 두었다. 이들은 KN-23 같은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외에 노동미사일과 스커드미사일을 보유했다. 

    중국 관영매체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은 1300여 기 안팎이다. 이를 김정은이 자랑하는 ‘초대형 방사포’와 섞어 쏘면 한미 연합군의 요격체계로 모두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서 핵탄두 장착 탄도미사일만 가려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관공서를 제외하면 핵공격 대피시설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2017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는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는 핵 대피소가 단 한 곳도 없다.

    서울시 신청사와 주한 스위스대사관이 '가급 대피소'(핵 대피소)지만, 시 신청사는 전시 지휘본부로 사용되고, 스위스대사관은 외국공관이기 때문에 민간인은 들어갈 수 없다. 그나마 미사일이라도 막을 수 있는 '나급 대피소' 또한 경찰청 청사나 구청 등 관공서 지하여서 시민들의 접근이 어렵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온 뒤 서울을 비롯해 가급 대피시설 신축 소식을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즉, 문재인정부는 2018년 4월 이후 핵전쟁 대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