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방식 놓고 이견 못 좁혀… 장외 설전까지 하며 '옥신각신'
  •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후보 단일화 TV토론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이종현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후보 단일화 TV토론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이종현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야권 단일화 협상이 난항이다.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17일까지도 '여론조사 방식'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상이 제자리를 걸었다.

    전날 늦은 저녁까지 합의를 시도한 양측 실무협상단은 이날 오전과 오후 국회에서 만나 단일화 협상을 이어갔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앞서 양측은 17~18일 단일화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19일 야권의 최종 후보를 발표하기로 합의했다.

    安측 "입장 평행선이라 오늘 결론 몰라"

    국민의당 실무협상단인 이태규 사무총장은 '오늘 내로 협상 결과가 나오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야 하는데 잘 모르겠다. 워낙 (서로 견해가) 평행선이다. 일단 실마리를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적합도 조사'와 '경쟁력 조사'를 놓고 샅바싸움을 계속하는 와중, 안 후보 측이 제3의 방식을 제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 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분들(안 후보 측 실무협상단)이 양 후보를 대입해 '누가 유리하냐, 불리하냐' 이런 식으로 묻는, 단일화 방식으로 정치역사상 한 번도 쓴 적 없는 걸 관철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문항을 '야권 후보로 누가 적합하냐' '여권 후보와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느냐'가 아니라 '박영선 대 오세훈, 박영선 대 안철수 중 누가 더 유리하다고 보느냐'를 묻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반면 안 후보 측은 가상 양자대결 방식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사무총장은 "오 후보가 모르고 하는 말이다. 모든 언론사가 이미 가상대결 조사를 하고 있다"며 "투표용지와 여론조사 설문지가 똑같으면 된다. 오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1번 박영선, 2번 오세훈',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1번 박영선, 4번 안철수' 이런 식으로 똑같이 설명지를 만들어 물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두 후보 측은 여론조사에서 후보의 '경쟁력'을 묻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어느 후보가 서울시장으로서 경쟁력이 뛰어난지' 묻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당은 두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상대로 각각 가상 양자대결을 벌여 어떤 후보가 우세한지 묻는 방식으로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또 유무선 전화 비율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유선전화 10% 이상을 포함하자는 입장이고, 국민의당은 100% 무선전화 조사 방식으로 진행하자며 맞서고 있다.

    'X맨' vs 'A급 X맨' 장외 신경전

    이날 양측 간 장외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약속했던 것과 달리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자 양측이 서로를 깎아내려 지지율 상승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안 후보를 집중적으로 때리니 세간에는 민주당에서 보낸 'X맨'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하는 분도 계신다"며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자칫 이적행위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오 후보 캠프의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은 페이스북에 안 후보를 겨냥해 "2018년 단일화를 거부하면서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분이 야권 전체로 봐서는 'A급 엑스맨'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공방이 가열되자 '싸움을 멈추라'는 훈수도 나왔다. 서울시장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오 후보에 밀려 고배를 마신 나경원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거친 비방과 설전, 당장 멈춰야 한다. 오 후보와 안 후보, 더이상 '내가 지지 않으려는 단일화'가 아닌 '함께 이기는 단일화'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일화를 실무협상단에 맡기지 말고 두 후보가 직접 나서서 '통 큰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에 만화 '아기공룡 둘리' 속 캐릭터를 지칭하며 "희동이와 둘리는 앙숙처럼 싸워도 '케미'(궁합)는 맞았다"며 "투표용지 인쇄 전까지 치킨게임을 하는 것은 두 후보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 오늘 후보 두 분이 직접 담판해 단일화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