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신경계 이상 발생 이어 올해 1월 사망자 발생… 페루 국민들 '시노백' 불신
  • ▲ 중국 '시노팜'의 우한코로나 백신.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시노팜'의 우한코로나 백신.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루에서 최근 중국산 백신의 효율 논란이 불거졌다. 페루 당국은 중국이 발표한 자료를 내세워 반박했다. 현지 보도대로라면 한국이 중국과 '백신여권'을 상호 인증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페루 과학자 “중국산 백신 효율 매우 낮다” 페루·중국 당국 ‘발끈’

    페루의 안디나통신은 지난 6일 페루 보건부(MINSA)가 내놓은 성명을 보도했다. 페루 보건부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실시한 중국산 우한코로나 백신 임상 3상 시험에서 나타난 효율이 79.34%에 이른다”며 “중국산 백신 효율이 턱없이 낮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페루 보건부가 제시한 자료는 중국 베이징 생물학연구소에서 내놓은 시노팜 백신 임상시험 결과”라며 “페루에서의 임상시험 결과는 내놓지 않았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통신은 “에르네스토 부스타만테 박사가 전날 한 지역 TV방송국에 출연해 ‘중국산 백신의 효율성이 최대 33%, 최소 11.5%에 불과하다’고 말하자 보건부가 반박성명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명한 분자생물학자인 부스타만테 박사에 따르면, 중국산 백신은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33%, 베이징 변종 바이러스에는 11.5%의 효율성을 보였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백신 최소기준(효율성 5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부스타만테 박사는 “문제는 중국산 백신을 이미 의료진에게 접종했다는 점”이라며 “상황이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이 소식이 퍼지자 페루 보건부가 급히 진화에 나선 것이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페루에 백신을 공급 중인 중국 국영기업 ‘시노팜’은 “페루 매체가 보도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페루 당국과 중국산 백신 모두 신뢰 잃어

    하지만 중국산 백신은 페루 시민들로부터 이미 신뢰를 잃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13일(현지시간) 페루 보건부는 중국 ‘시노팜’ 백신의 임상시험을 일시중단했다. 임상시험 지원자가 백신을 맞은 뒤 길랭-바레 증후군과 유사한 신경계 이상 증상을 보였다. 하지만 페루 보건부는 5일 만에 임상시험을 재개했다.

    그런데 지난 1월 ‘시노팜’ 임상시험 도중 사망자가 생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임상시험을 주관하던 카예타로 에레디아 대학 측은 “숨진 임상시험 지원자는 백신이 아니라 위약을 접종받았다”며 “사망자는 당뇨병을 앓았고, 그 합병증으로 숨졌다. 백신과는 무관한 사망”이라고 주장했다.
  • ▲ 중국 외교부가 내놓은 '백신여권' 앱.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외교부가 내놓은 '백신여권' 앱.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월16일(현지시간)에는 페루 당국의 투명성 문제도 터졌다. 전직 대통령과 전직 보건부장관·외무부장관 등 고위공직자와 가족 487명이 중국산 백신을 ‘새치기 접종’한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BBC에 따르면,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 필라르 마세티 전 보건부장관 등은 지난해 10월 임상시험 중이던 ‘시노팜’ 백신을 ‘새치기 접종’받았다. 

    중국산 백신의 자국 내 임상시험을 결정하고, 도입을 결정한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2020년 11월 비리 의혹으로 탄핵당했다. 이런 일들 때문에 페루 시민들은 중국산 백신과 당국을 믿지 않는다.

    중국 백신 사용국과 ‘백신여권’ 상호 인정할 경우 한국도 위험

    시노팜 백신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0일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 가운데 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지난 2월26일과 3월3일, 7일에 발생했다. 

    이런 중국산 백신을 맞은 나라가 중국·홍콩·페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파키스탄에 50만 회분, 캄보디아와 페루에 각각 30만 회분을 공급했다. UAE·바레인·세르비아·짐바브웨·사우디아라비아 또한 중국산 백신을 공급받았다. 

    반공 중화권 매체 에포크타임스는 “중국은 지금까지 수출 또는 기부를 통해 전 세계에 중국산 백신 4억6300만 개를 공급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8일 ‘백신여권’을 만들어 홍콩·마카오에 먼저 적용한 뒤 주변국과 상호 인증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도 ‘백신여권 상호 인증’ 협상국에 포함됐다. 

    한국이 중국의 ‘백신여권’을 인정할 경우 중국산 백신을 맞은 중국인들이 국내로 대거 몰려들게 된다. 중국 측이 자국 백신 홍보를 위해 “우리와 상호 인증했으니 중국산 백신을 접종한 나라들과도 백신여권을 인증하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