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사퇴 후 단숨에 지지율 1위…유승민·원희룡·홍준표도 본격 대선행보
  • ▲ 윤석열 전 검찰총장.ⓒ정상윤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정상윤 기자
    2022년 차기 대선일(3월9일)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의 대선 구도는 안갯속이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야권 후보 중 선두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거취에 따라 구도 재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野 유승민·원희룡·홍준표에 윤석열 변수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윤 전 총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상황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로 지난 5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응답률 6.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32.4%로 여야 현직 '정치인'을 제치고 선두를 기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4.1%)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14.9%), 홍준표 무소속 의원(7.6%), 정세균 국무총리(2.6%)가 그 뒤를 이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리얼미터 홈페이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주호영 "윤석열 만날 계획 없어" 신중론

    야권은 윤 전 총장의 사퇴로 연일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유력한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았던 야권에서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의 열망을 이룰 핵심 카드로 떠랐기 때문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 중도사퇴하고 나왔지만, 국민의 여망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문재인정부에서 잘 키워서 또 핍박해서, 핍박으로부터 자생적인 힘을 얻어 나온 국민후보가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전 총장이 공식적으로 정치입문을 선언하기 전까지는 '야인 윤석열'과 거리를 두면서 자강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윤 전 총장과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윤 전 총장이 선두로 치고 나오면서 야권의 다른 후보군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4·7 재·보궐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부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 드러내기에 나섰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내년 대선은 대한민국 새 희망을 만드는 선거가 돼야 한다. 그 출발점은 경제"라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결국은 경제다'라는 내용의 저서 출간작업을 마무리 중이며, 보궐선거가 끝난 후 출판기념회 등을 열고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유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통화에서 "출판기념회 또는 북콘서트 등 어떤 형식이 될지 모르겠으나, 보궐선거가 끝나고 무언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 것"이라며 "대선캠프도 선거가 끝나고 꾸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의원은 연일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끝나는 보궐선거 후 야권 재편이 예상되는 만큼 여권 선두주자인 이 지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로 대선주자로서 존재감 향상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무상을 좋아하시는 (이재명) 경기지사님은 이제 도정에만 전념한다고 하시긴 했습니다만 언제든지 도정보다 국정에 기웃거릴 기회만 노리고 있을 것"이라며 "무상 좋아하다가 망한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그리스가 다시금 생각난다"고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을 비판했다.

    원희룡 "LH 고양이 살판난 나라" 날 선 비판

    원희룡 제주지사는 당장 중앙정치에 발을 들이기보다 우한코로나(코로나19) 변수로 내려놓지 못한 지사직을 수행하며 주요 현안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상황이다.

    원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의혹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이 잡으려는 것은 검찰인가 LH 범죄자인가"라며 "수사 능력이 충분한 검찰을 배제시키고 우왕좌왕이니 결과가 불 보듯 하다. LH 고양이들이 살판난 나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통탄스러운 나라"라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보궐선거 후 야권 재편 상황을 지켜보며 중앙무대로 올라갈 타이밍을 잴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우한코로나 확산 추이다. 현직 광역단체장이 우한코로나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대선을 위해 직을 내려놓는다면 여론의 빈축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원 지사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 원 지사는 도정에 신경 쓰고 있다. 보궐선거 이후에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지사직 조기사퇴는)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옵션에서 멀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