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192학점 채워야 졸업"… 교총 "교사도 없는데 되겠나, 현실성 떨어져" 비판
  •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전 경기 구리시 갈매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교원단체들은 구체적인 교원 수급 계획 없는 정책 추진에 우려를 표했다. ⓒ교육부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전 경기 구리시 갈매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교원단체들은 구체적인 교원 수급 계획 없는 정책 추진에 우려를 표했다. ⓒ교육부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자 교원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교원 수급 확보 계획 등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한 충분한 준비와 대책 없이 진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오전 경기도 구리시 갈매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도부터 모든 고등학교가 대학처럼 개인 시간표를 짜 학점을 따는 '학점제'로 바뀐다는 게 핵심이다. 학년별로 64학점, 3년간 총 192학점을 채워야 졸업할 수 있다. 과목마다 출석 3분의 2 이상, 40% 이상 성취 수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졸업이 유예되는 학생도 나오게 된다.

    유 부총리는 "학생이 원하면 특목고 수준의 심화·전문과목 등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며 "개설 과목 증가, 학업 설계 지원, 미이수 학생 지도 등 학점제로 인한 교원 수요 증가를 고려한 새로운 교원 수급 기준을 내년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로 교사 부담 가중… 교원 확보 대책 있어야

    하지만 이번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에 교원단체들은 교사 개개인이 맡아야 할 과목도 늘어나고 미이수 지도까지 도입돼 교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교사 수급이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라며 "충분한 교사 확보와 시설‧인프라 확충에 대한 특단의 대책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성명과 함께 전국 교원 23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학점제 인식 설문조사' 결과도 내놨다. '고교학점제' 도입 과정에서 어려움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중복답변 2개 허용)에 응답자의 67.2%가 '다앙한 과목 개설을 위한 충분한 교사 수급 불가'라고 답했다. 이어 △'과도한 다과목 지도교사 발생' 47.6% △ '학생 수요 변화에 따른 예측 어려움' 36.5% 순으로 나타났다.

    '외부 강사제', 전문성 따라 수업 질 천차만별

    교육부가 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교과 순회교사'와 '외부강사제' 등의 정책에도 비판이 나왔다. 하 회장은 "교육부에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공동 교육과정, 온라인 과정, 순회교사제, 외부강사제의 경우 이동 간 학생 안전‧생활지도 문제, 온라인 강의의 효과성, 교육의 질 담보 문제 등이 있다"고 비판했다.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에 따르면, 개별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 교사 1명이 2∼3개 학교 수업을 한꺼번에 담당하는 '교과 순회교사'를 배치한다. 희소 분야나 교사 확보가 어려운 농어촌지역에서는 박사급 학위를 지닌 학교 밖 전문가를 기간제·시간제 교원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한다. 

    현재 교원 자격이 없는 강사는 교원 자격 소지자와 협력수업을 해야 하지만, 기간제·시간제 교원으로 채용된 전문가는 교원 자격이 없더라도 단독수업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 교육단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교사도 부족한 농어촌지역에 박사급 학위 소지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저 부분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또 강사의 전문성 수준에 따라 수업의 질을 보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성취평가제'와 '미이수제' 도입은 찬성 의견이 더 많아

    다만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의 핵심 중 하나인 '성취평가제' 도입에는 교총의 설문조사에서 '찬성 의견'(60.3%)이 '반대 의견'(25.1%)보다 많았다. '성취평가제'는 과목별 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꿔 학점이 인정되는 A~E등급과 낙제점인 I등급(Incomplete)으로 나누는 것이 골자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우는 '공통과목'은 학생부에 성적과 석차를 표기하지만, 2학년 때부터 듣는 '선택과목'은 성적만 표기한다.

    '고교학점제' 질 관리 차원에서 '미이수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도 '찬성'(62.6%)이 '반대'(27.0%)보다 많았다. 미이수 발생 시 실효성 있는 후속지원 방안으로는 '보충 이수'(48.0%, 동일과목에 대한 보충학습 프로그램 등 제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재이수'(동일과목 다시 수강)는 32.7%만 답변했다.

    한편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과 함께 대학입시제도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고1 학생이 대입 시험을 치르는 2028학년도 미래형 대입제도를 위한 논의에 바로 착수해 오는 2024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