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조국 라인과 거리 두기" 주장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文 만류에도 안 굽혀"이성윤 교체" 의견 냈지만 유임… 박범계 '패싱인사'에 文에 대한 배신감 겹쳤을 것
  • ▲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 말미에 청와대로 입성,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을 조율해온 신현수 민정수석이 최근 문 대통령의 만류에도 수차례에 걸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두고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이견이 있었다"고 확인한 청와대의 공식 견해로 미뤄볼 때, 박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청와대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춘추관을 찾아 "검찰 인사를 두고 검찰과 법무부의 견해가 달랐고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이견이 있었다"며 "신 수석은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했는데조율이 진행되는 중에 인사가 발표돼버리니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왜 그만두려 했나?

    결국 검찰 인사를 두고 윤 총장 측과 긴밀하게 의견을 타진 중이던 신 수석의 의사를 배제한 채 박 장관이 주도한 검찰 인사안을 문 대통령이 재가한 것이 사의표명의 원인으로 보인다.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대통령의 심중이 이번 검찰 인사에서 드러났다는 의미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신 수석은 윤 총장과 함께 이른바 윤석열 찍어내기에 조력한 추미애 검찰 라인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박 장관의 선택은 이와 배치됐다.

    박 장관은 지난 7추 라인으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 남부지검장으로 전보하는 내용의 검찰 고위직 인사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심 국장 전보는 수평이동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영전인사다.

    추 라인과 함께 조국 라인까지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신 수석으로서는 이번 박 장관의 패싱인사가 불만스러웠을 수 있다.

    과거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과 문무일 전 검찰총장 사이에서 검찰 인사를 조율한 조국 전 민정수석처럼 브리지역할을 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에 박 장관의 검찰 인사안을 재가한 문 대통령을 향한 배신감도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문재인정권의 최초 검찰 출신 민정수석인 신 수석에게 청와대가 제대로 역할을 부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수차례에 걸친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은 문 대통령에게 역할 부여를 촉구하는 항의이자, 박 장관에게는 민정수석도 역할이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과거 법무부장관·검찰총장·민정수석이 조율했던 검찰 인사문화가 추 전 장관이 들어서면서 상당히 혼란스러워진 만큼 대통령이 각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나눠달라는 항의 차원의 사의표명이다. 조만간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에서 또 충돌?... 이미 식물 민정수석

    정치권에서는 조만간 있을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를 놓고 박 장관과 윤 총장·신 수석이 또 다시 충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더해 신 수석의 이 같은 결기에도 이미 이번 검찰 인사 과정을 볼 때 윤 총장에 더해 신 수석까지 '식물수석'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윤 총장을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한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을 기점으로 청와대와 검찰총장 간 갈등이 봉합국면으로 들어서는 듯했지만 이번 박 장관과 신 수석의 갈등이 오히려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 출신 민정수석은 검찰개혁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가진 문 대통령이 검찰 출신의 신 수석을 기용한 것은 검찰과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검찰 수사에 대응한 소방수역할을 맡기겠다는 의도였지만, 검찰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청와대 내부에서 신 수석 무용론이 나왔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이번 신 수석 패싱이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때문이라는 설도 나왔다.

    백 전 장관 수사 이후 검찰이 원전 수사를 확대해 청와대를 정조준하게 되면 조 전 장관 수사 때부터 시작된 검찰과 갈등을 통제하지 못할 것으로 청와대가 판단하면서 검찰 인사에 관한 신 수석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기 검찰총장은 이성윤?

    이 지검장 유임을 두고는 청와대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의혹 수사,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의혹 사건,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등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추론이 나온다.

    청와대가 이 지검장을 오는 7월 윤 총장 후임으로 낙점하고, 검찰이 맡은 수사를 공수처로 가져와 권력수사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친정부 성향인 이 지검장 유임을 통해 윤 총장 고립을 강화하는 동시에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의혹 수사가 청와대 개입으로 번지는 것을 막겠다는 뜻도 엿보인다.

    특히 이성윤 검찰총장체제에서 현재 대전지검에서 진행되는 월성 원전 사건도 통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수 있다. 월성 원전 사건은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경제성 평가 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 “대통령과 결부하지 말아달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조율이 끝나지 않은 인사안을 박 장관이 밀어붙였고, 이를 문 대통령이 결재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은 결부하지 말아달라"면서도 "결국 박 장관의 의지대로 절차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백 전 장관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문 대통령이 이에 격노, 박 장관의 인사안을 재가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 수석의 거취와 관련 "몇 차례 사의를 표했으나 문 대통령이 그때마다 만류했다""신 수석은 아직 사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