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의혹 아나운서, 설연휴 교양프로 진행… KBS노조 "업무 배제했다더니 교양프로 MC 맡겨… 시청자와의 약속 저버렸다"
  • 라디오 뉴스를 여권에 이롭게 편파진행했다는 의혹을 받아 업무에서 배제된 KBS 김OO 아나운서가 지난 6일과 13일 KBS1 TV의 한 방송 토크쇼 진행을 맡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KBS는 김 아나운서가 북한과 여권에 불리한 원고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식으로 방송한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 1일 "라디오 뉴스 진행과 주말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 업무에서 김 아나운서를 배제조치했다"고 밝혔다.

    당시 KBS는 KBS노동조합의 추가 폭로로 김 아나운서의 편파진행 의혹이 확대되자 "감사를 통해 관련자들이 제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따라서 KBS가 김 아나운서를 업무에서 배제한 것은 공개적인 업무에서 일정 기간 배제되는, 일종의 '자숙 기간'을 부여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논란을 빚은 김 아나운서가 온 가족이 시청가능한 토요일 오전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것은 '자숙'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라는 게 KBS노조의 지적이다.

    "업무배제조치 후 방송 MC 맡겨…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


    이영풍 KBS노조 정책공정방송실장은 1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 아나운서는 지난 6일과 13일 KBS1 TV 'OOOO' 진행을 맡았고, 지난 9일에도 차주 방송용 녹화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논란 이전에 녹화한 분량을 방송했거나, 진행자를 대체하기 어려워 부득불 김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잡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아마도 사측은 김 아나운서에게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을 제외한 다른 프로그램을 맡기는 것은 문제없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면 이는 양승동 사장을 비롯한 KBS 경영진의 내로남불과 정권편향적 성향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진행자는 프로그램의 얼굴이자 KBS의 얼굴"이라며 "KBS 경영진은 뉴스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정치적 편견을 마음껏 배설한 자가 교양프로그램에서 KBS의 '얼굴 노릇'하는 것이 정녕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감사 및 징계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김 아나운서를 방송 업무에서 배제하는 게 상식적인 조치일 것"이라고 강조한 이 실장은 "'라디오 뉴스 진행만 지적을 받았으니 교양 진행은 문제없다'는 식의 발상은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KBS "김OO 아나운서, 라디오 진행 업무만 배제한 것"


    한편, 편파진행 논란을 빚은 김 아나운서가 설 연휴 기간 특집 방송에 출연한 것에 대해 KBS 측은 "문제가 됐던 라디오 진행 업무에서만 배제한 것"이라며 다른 방송 출연은 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

    지난 8일 KBS노조가 배포한 'KBS1라디오 편파·왜곡방송 2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아나운서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 초까지 9개월간 40여차례 '여권에 유리하고 야권에 불리하도록' 뉴스 원고를 고쳐 방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KBS노조와 시민단체 '공영방송을 사랑하는 전문가연대'는 지난달 27일 김 아나운서를 방송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