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北 대사대리 “김정은이 원하는 건 제재 해제… 압박해야” CNN 인터뷰
  • ▲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CNN과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은 과거 류 전 대사대리가 리수용 외무상을 수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CNN과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은 과거 류 전 대사대리가 리수용 외무상을 수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9년 9월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귀순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김정은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김정일·김정은의 금고지기’로 불리던 전일춘의 사위다.

    “김정은 절대 핵 포기 않아… 핵무기 감축으로 제재 완화 노릴 것”

    류 전 대사대리는 지난 1월31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 그 자체가 체제 안정과 직결된 문제”라며 “김정은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비핵화가 아니라) 핵무기 감축협상에 나설 수는 있을 것”이라고 류 전 대사대리는 전망했다. 김정은이 2081년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 응한 것에도 이런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외교관 입장에서 볼 때 당시 저것(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은 이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힌 류 전 대사대리는 “이후 미북 비핵화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핵화를 (제재 완화의) 전제조건으로 걸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핵무기 감축’으로 협상하려 한 김정은은 비핵화할 생각이 없었고, 완전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를 이루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러날 수 없었기에 결국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류 전 대사대리는 또 김정은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러 세 차례나 밖으로 나온 이유 중 하나로 강력한 대북제재를 꼽았다. 대북 압박이 없었다면 김정은이 대화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금 북한이 원하는 게 무엇일까”라는 CNN 기자의 질문에 류 전 대사대리는 “김정은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원하는 것은 대북제재 해제 아니겠느냐”며 “지금처럼 강력한 대북제재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화벌이 무대, 중국·러시아서 중동으로… 북한인권, 계속 제기해야

    C류 전 대사대리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된 이후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장소가 바뀌었다”고도 말했다. 

    2017년 이전까지 북한의 외화벌이는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됐다고 한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이 대북 석유수출 제한 등 강력한 대북제재를 가한 뒤부터는 쿠웨이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 연안으로 외화벌이 무대를 옮겼다는 것이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의 외화벌이 사례를 설명하며, 자신이 2010년부터 3년 동안 시리아에서 근무하면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재래식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정은과 북한에 관한 의견을 밝힌 류 전 대사대리는 “과거 오바마정부가 이란 핵문제를 다룬 경험을 토대로 북핵 문제도 현명하게 풀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대신 바이든정부는 북한인권 문제는 절대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정부가 북한과 비핵화협상을 벌이며 인권문제를 뒤로 미뤘는데, 이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류 전 대사대리는 “인권은 도덕성의 문제이자 김정은 정권에는 민감하고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10대 딸 교육 위해 귀순했지만… 북한에 남은 83세 노모 걱정돼

    류 전 대사대리는 알려진 대로 딸 교육문제 때문에 귀순했다. 한 달 동안 비밀리에 탈출을 준비한 뒤 딸에게 “아빠 엄마와 자유를 찾으러 떠나자”고 말하자 딸은 매우 놀라면서도 “좋다”고 답했다고 류 전 대사대리는 회고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그러면서 “딸에게 한국에서 살면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류 전 대사대리에게는 떨치지 못하는 걱정거리가 있다. “저희 때문에 (북한에 남은) 가족이 연좌제로 피해를 입을까봐 늘 걱정된다”고 토로한 류 전 대사대리는 “그저 그들이 오래 살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류 전 대사대리에 따르면, 북한에는 그의 형제들과 83세의 노모와 장인·장모가 남아 있다. 그의 장인은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 실장이다. 노동당 39호실은 김씨 일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부서다. 전일춘은 김정일 생전인 1998년 2월 39호 실장이 된 뒤 2016년까지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