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함, 군용기, 잠수함까지 동원… 서해를 '내해'로 만들겠다는 ‘서해공정’ 의혹
  • ▲ 동지나해에서 훈련 중인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전투함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동지나해에서 훈련 중인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전투함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이 백령도 서쪽 40㎞까지 다가오는 등 서해를 ‘내해(內海)’로 만들겠다는 야욕을 보인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해군은 물론 공군 군용기까지 매일 우리 영해 인근으로 보낸다. 

    한 군사전문가는 “3월 한미연합훈련 이후까지도 이런 행태가 이어진다면 ‘서해공정’이 아닌지 살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군함 백령도 40km까지 접근”

    신문은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경비함이 동경 124도를 넘어 동쪽으로 10㎞ 이상 전진했다. 백령도 서쪽으로 40㎞(21.6해리) 떨어진 곳이었다. 우리 영해선 22.2㎞(12해리)와 멀지 않은 곳이었다. 해군은 즉각 전투함을 출동시켜 대응했다고 한다.

    합참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중국 군용기는 서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60번 이상 침범했다. KADIZ 같은 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가는 외국 군용기는 보통 해당 국가에 사전통보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중국 인민해방군은 우리 측에 사전통보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 해군은 심지어 신형 잠수함까지 이 지역으로 보냈다. 지난해 8월 중국 해군은 배수량 3600t의 ‘위안(元)’급 재래식 잠수함을 동경 124도 해역에 보냈다. 그것도 한국군 보란 듯이 수상 항해를 했다고 한다. 

    최대 사거리 520㎞, 최고속도 마하 3인 YJ-18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위안’급 잠수함은 2005년부터 실전배치한 신형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공기불요추진체계(AIP·산소 공급 없이 엔진을 가동해 전지를 충전하는 체계. 잠항시간을 2주 이상으로 대폭 늘릴 수 있다)를 갖춘 ‘위안’급 잠수함이 수상 항해를 했다는 것은 ‘서해는 중국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중앙일보는 설명했다.

    중국, 2013년 동경 124도를 ‘해상작전구역’으로 일방 선포

    동경 124도는 중국이 2013년 일방적으로 선언한 ‘해상작전구역(AO)’선이다. 국제법적 구속력도 없다. 그러나 중국은 AO 발표 후 우리 측에 “동경 124도를 넘지 말라”고 요구했고, 우리는 중국 측 주장을 되도록 존중해줬다고 한다. 그런데도 최근 중국군 전투함과 해상초계기가 매일 여러 차례 동경 124도선 동쪽을 넘나든다는 것이 합참과 해군의 설명이다.

    신 의원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라며 “주변국으로부터 해양주권을 수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하지만 이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은 미적지근하다”고 지적했다. 

    군 소식통은 “해군에서 나름 노력한다고 해도 중국 해군에 수적 열세”라고 털어놨다. 중국 전투함이 동경 124도를 넘어와 우리 측 전투함을 현장에 보내면 그곳에는 이미 중국 전투함 여러 척이 대기 중이라는 것이 해군의 설명이었다. 

    “중국, 서해뿐만 아니라 대만도 압박… 3월 이후에도 계속되면 서해공정 의심”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최근 중국이 서해뿐 아니라 대만도 군함과 군용기를 보내 압박한다”며 “중국의 전통적인 A2AD(Anti-Access Area Denial·반접근지역거부) 전략에 따라 공격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사무국장은 “바이든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미국의 중국 압박이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는 3월 한미연합훈련을 정상적으로 실시한다는 발표까지 나오자 중국이 공세적 태도를 취하는 것일 수 있다”면서 “서해 백령도 인근까지 접근하는 행태가 지속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3월 실시할 한미연합훈련 이후에는 중국의 행태가 바뀔 수 있다고 신 사무국장은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의 서해 위협이 3월 이후로도 이어진다면 그때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신 사무국장은 지적했다.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뒤에도 매일 백령도 등 우리 영해에 접근하는 위협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서해를 ‘내해’로 만들겠다는 ‘서해공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신 사무국장은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