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영상 사용말라는 지시에 기자들 뒤늦게 거센 항의"…국민의힘 박대출 의원 "KBS, 선거도우미냐" 비판
  • ▲ KBS는 지난 14일 법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여비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뉴스를 보도하는 2분짜리 영상에서 박 전 시장의 영상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 15일 성추행 여배우 2차 가해 혐의로 1년 법정구속된 배우 조덕제씨의 영상은 시종 비중있게 내보냈다.ⓒKBS 홈페이지 캡처
    ▲ KBS는 지난 14일 법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여비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뉴스를 보도하는 2분짜리 영상에서 박 전 시장의 영상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 15일 성추행 여배우 2차 가해 혐의로 1년 법정구속된 배우 조덕제씨의 영상은 시종 비중있게 내보냈다.ⓒKBS 홈페이지 캡처
    KBS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을 보도하면서 박 전 시장의 영상을 사용하지 못하게 압박을 가했다고 야당의원이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KBS는 성추행 여배우 2차 가해 혐의로 법정구속된 배우 조덕제씨의 얼굴과 영상은 커다랗게 보도했다. 야당에선 KBS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선거 도우미'를 자처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KBS, '박원순 영상 사용하지 말라' 지시 의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KBS가 어제(14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이 법원 판결에 의해 사실로 인정된다는 내용의 뉴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논란이 내부에서 일고 있다고 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KBS가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관련 뉴스를 보도하면서 그의 영상을 사용하지 않게끔 지시했고, 취재 기자들 사이에선 부당한 지시라며 뒤늦게 거센 항의가 일었다는 주장이다. 다만 지시한 주체와 경로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박 의원은 "누군가 '고 박 전 시장의 영상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사실이라면 어이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팥 없는 팥빵처럼 보도할 건가"라며 "널리 알려진 성추행 보도에 가해자 영상 없는 TV 뉴스를 내보내라는 건가"라고 박 의원은 목소리를 높였다.

    KBS, 박원순은 스치듯 짧게…조덕제는 시종 얼굴·영상 내보내

    KBS는 14일 '뉴스7'에서 '법원의 박원순 성추행 인정' 사실을 전달하는 2분짜리 보도 영상에서 박 전 시장의 영상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KBS 보도에서 박 전 시장의 모습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착용한 박 전 시장이 빠르게 걸어가는 모습 5~6초만 노출됐다.

    반면 KBS는 성범죄 사실을 다룬 다른 보도에서는 전혀 다른 형태로 보도했다. 15일 KBS는 '뉴스7'에서 '성추행 여배우 2차 가해' 혐의로 1년 법정구속된 배우 조덕제(남·53)씨에 대해 보도할 땐 조씨의 얼굴과 영상을 시종 비중있게 내보냈다.

    박 의원은 "박 전 시장이 여비서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냄새 맡고 싶다'는 등 낯 뜨거운 내용까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뉴스가 아닌가"라며 "여권에 불리한 내용이 부각될까봐 부담스러웠나. 정권 지지율과 서울시장 선거에 악영향 끼칠까봐 빼라고 한 건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알아서 기었으니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특혜 달라고 한 건가"라며 "누가 이런 어이없는 지시를 했나. 보도국장인가? 아니면 더 윗선인가? 기사에 관련 자료 넣는 것은 취재기자 판단이 우선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KBS, 정부·여당 선거 도우미로 나서지 마라"

    박 의원은 그러면서 "보도국장 등은 자살이 연상되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 박 전 시장의 마지막 CCTV 영상을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었다고 변명하지만 이 역시 거짓"이라며 "기자들에 따르면 보관 중인 자료에는 해당 영상 자체가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박 의원은 "KBS는 선거 도우미로 나서지 마라"라고 경고하며 "양승동 KBS 사장은 즉각 감사에 착수하고 진상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