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7일 이후 SNS서도 안 보여…“항저우 칩거설”"판빙빙처럼 비밀감옥 구금설" 추측만
  • ▲ 2014년 뉴욕증시에 알리바바를 상장했을 당시 마윈. 그때는 몰랐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4년 뉴욕증시에 알리바바를 상장했을 당시 마윈. 그때는 몰랐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종설이 나돌던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 현재 항저우에 머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2개월 넘게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탓에 실종설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마윈이 2018년 판빙빙처럼 모처의 ‘비밀감옥’에 구금된 것 아니냐고 추측한다.

    마윈 실종설 퍼지자 “항저우에 칩거 중” 보도 나와

    마윈 실종설은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야후파이낸스'에서 처음 제기했다. 매체는 과거 중국 공산당을 비판한 기업인들이 장기간 실종된 뒤 재판정에 나타났다가 곧 투옥된 사례가 많았다며 그의 실종 가능성을 제기했다. 

    SNS 활동도 실종설에 힘을 실었다. 마윈은 구독자가 2600만 명이 넘는 SNS에 지난해 10월17일 이후 한 편의 글도 올리지 않았다.

    실종설이 확산하던 지난 5일 CNBC 기자는 익명의 소식통 말을 인용해 “마윈은 의도적으로 시선을 끌지 않으려는 것일 뿐 실종된 것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CNBC의 데이비드 파버 기자는 방송에서 “마윈의 측근에게 들었다”며 “그는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 머물고 있다”며 마윈 실종설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파버 기자는 “과거 발언이 중국 당국의 미움을 사게 된 후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을 피하려고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마윈 실종설이 제기된 이유는 지난해 10월23일 그가 공개석상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중국 금융당국이 알리바바의 금융계열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제지한 직후였다. 

    마윈은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 금융 서밋’에 참석해 “중국 금융당국은 담보가 있어야만 대출해주는 전당포 영업에 만족한다”면서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운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구시대적 규제로 핀테크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SNS 활동, 공개 활동 없는 마윈… 판빙빙 닮은 꼴

    이 발언이 보도된 뒤인 지난해 11월2일 마윈은 앤트그룹 경영진과 함께 중국 금융당국과 인민은행에 불려가 ‘면담’했다. 사실상 문책을 받은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TV 프로그램 ‘아프리카 기업영웅’ 최종회에서도 그가 빠진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12월에는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이달 초 마윈에게 국내에 머물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후로도 마윈이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자 실종설이 불거진 것이다.
  • ▲ 알리바바 금융 계열사 앤트그룹 사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알리바바 금융 계열사 앤트그룹 사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윈의 실종설과 함께 그의 소재에 관한 추측도 무성했다. 일각에서는 ‘판빙빙 사건’을 떠올리며 마윈도 비슷한 상태로 구금된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판빙빙은 2018년 6월 갑자기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이후 7월 탈세혐의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출국금지 명령을 받은 뒤 조사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8월에는 판빙빙이 소속사 회계담당자 등과 함께 베이징 빈부차오 초대소에 구금됐다고 중국 '신랑재경'이 보도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판빙빙의 소재 파악이 안 되자 중국에서는 처형당했다거나 해외로 망명했다거나 진짜 실종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다 10월4일 판빙빙이 SNS에 사과문을 올리면서 실종설은 사라졌다. 

    이날 중국 관영 CCTV는 “지난 6월 초 이중계약을 이용한 판빙빙의 탈세가 세무총국의 조사로 진상이 밝혀졌다”며 “세무당국은 탈세를 저지른 판빙빙에게 8억9000만 위안(약 1500억9000만원)의 벌금과 추징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판빙빙은 “세계무대에서 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와 인민의 응원 덕분이었다”며 “용서해달라”는 반성문을 SNS에 올렸다. 판빙빙은 이후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마윈도 혹시… 중국, 유명인과 외국인은 비밀감옥 ‘RSDL’에 감금

    마윈이 중국 당국에 의해 판빙빙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중국의 비밀감옥도 관심을 끈다. ‘지정장소 구금(RSDL, Residential Surveillance in a Designated Location’이라는 제도로 당국이 철저히 감시할 수 있는 구역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구금이다. ‘가택연금’과 비슷하지만 공산당 초대소나 호텔·게스트하우스 등을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중국 당국이 명령을 내리면 공안은 증거나 영장 없이 사람들을 RSDL에 최대 6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다고 인권단체 ‘세이프가드디펜스’는 설명한다. 대상은 중국인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는다. 

    구금된 사람은 외부와 통신이 차단되는 것은 물론 24시간 모든 행동을 감시당한다. 때로는 잠을 재우지 않는 등의 고문을 한다. 중국인은 신장위구르 소수민족처럼 ‘사상 재교육’을 받기도 한다. 중국인 가운데 유명인은 이런 방식의 구금을 당한다. 

    싱크탱크 ‘미국-아시아법연구소’에 따르면, RSDL에 구금된 사람은 2013년 400명을 시작으로 점차 늘어 2019년에는 6000명이 됐다. 7년 동안 구금된 사람은 3만 명에 달한다.

    중국 당국이 외국인과 유명인에게 ‘RSDL’ 같은 구금을 하는 이유는 목적을 달성한 뒤 이들을 석방할 때 고문이나 폭행, 학대했다는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공산당 초대소나 호텔·단독주택 등에 구금한 것을 ‘보호구금’이라고 우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마윈이 두 달 넘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탓에 알리바바 주가도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4일 뉴욕 증시에서는 알리바바 주가가 전 거래일 종가 232.63달러에서 225.49달러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CNBC 보도가 나온 5일에는 240.40달러까지 회복했지만 지난해 10월 최고가 317.14달러에 비해서는 4분의 1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때문에 마윈의 자산도 두 달 만에 110억 달러(약 11조9370억원)가 줄어든 501억 달러(약 54조3680억원)을 기록 중이라고 '블룸버그빌리어네어인덱스'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