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야당 의원 자격 박탈에 책임 물어… 폼페이오 "홍콩 입법회, 공산당 거수기로 전락"
  •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 장관은 7일(현지시각) 홍콩 야당의원 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14명 부위원장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 장관은 7일(현지시각) 홍콩 야당의원 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14명 부위원장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공산당 관리들을 대상으로 '핀셋 제재'를 추가 단행했다. 지난달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 입법회의 의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에 따른 대응조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14명의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전부를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이 14명 명단에는 왕천·차오젠밍·천주·우웨이화·선위에위에·장춘셴·지빙시안·아르켄 이미르바키·완어샹·왕둥밍·파드마 촐링·딩중리·하오밍진·차이다펑 등이 이름을 올렸다. 

    美 국무부,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 14명 전원 제재

    성명에 따르면, 이들 관리와 이들의 직계가족은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또한 미국 관할권 내에 있거나 미국인의 소유·통제에 속하는 그들의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 국민은 이들과 거래할 수 없게 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중국 공산당은 홍콩의 민주적 절차를 향한 끊임없는 공격을 통해  홍콩 입법회를 거수기(rubber stamp)로 전락시켰다"고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 공격의 하나는, 영·중 공동선언과 홍콩기본법에 따라 홍콩인들이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는 능력을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사실상 무효화한 조치였다"며 "이러한 조치들은 유엔 등록 조약인 중·영 공동선언에 따른 중국의 국제적 책무를 완전히 무시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지난달 12일, 홍콩 야당 의원 전원 사퇴… "일국양제는 끝났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민주적 절차를 향한 중국의 공격'은 지난달 11일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채택한 결의안을 말한다. 

    이날 상무위는 홍콩 독립을 지원하거나 홍콩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통치권을 거부하는 등의 행위를 할 경우 입법회 의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 결의안에 따라 앨빈 융 등 민주파 의원 4명의 입법의원 자격을 전격박탈했고, 다음날인 12일에는 70명의 입법회 의원 중 민주파 의원 15명이 "일국양제는 끝났다"며 자진사퇴했다. 이로써 홍콩 입법회는 모두 친중파 의원들로 채워지게 됐다.

    이날은 미국 대선이 치러진 11월3일로부터 8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바이든 전 부통령의 당선이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하자,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언론은 "시진핑 주석이 더 이상 미국과 긴장 완화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국제 약속 지켜라"… 폼페이오, 중국 향해 거듭 촉구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오늘 우리의 조치는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중국에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과 함께 책임을 묻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며 "중국은 국제적 약속을 준수하고 많은 나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미국은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책임을 물어 캐리 람 장관을 같은 방식으로 제재한 바 있다. 람 장관은 지난달 27일 홍콩 국제재경방송(HKIBC)과 인터뷰에서 "홍콩 행정장관에게 서비스하는 은행이 없다"며 "급여를 현금다발로 받고 있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 장관은 7일(현지시각) 홍콩 야당의원 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14명 부위원장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美 하원, '홍콩 시민들에게 5년간 미국 거주권 부여' 법안 통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국무부의 이 같은 성명이 발표된 날 미 하원은 홍콩 야당 지도자 탄압을 견제할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0 홍콩 시민의 자유와 선택에 관한 법'이라는 이름의 이 법은, 홍콩 시민들에게 미국에서 5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임시보호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상원의 승인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최종적으로 이 법안이 확정되면, 홍콩 시민들의 난민 신청 절차가 신속히 처리될 수 있다.

    톰 맬리나우스키 뉴저지주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 법안과 관련 "홍콩인들을 환영하는 것은 단지 인도주의적 차원의 일이 아니다"라며 "이것은 중국 정부가 홍콩을 부순다면 홍콩의 생명에 가장 크게 기여할 사람들을 잃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서 밝혔다. 

    맬리나우스키 의원은 그러면서 "우리의 개방성과 자신감으로 폐쇄적이고 두려운 체제와 싸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