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정부 정책 고르는 3점짜리 문제… 5개 선지 중 1개만 현대사, 제시 문장만으로도 정답 유추
  •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20번 문제가 내용만으로 답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지나치게 쉬워 변별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20번 문제가 내용만으로 답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지나치게 쉬워 변별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지난 3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한국사 영역 20번 문제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문제는 3점 짜리 문항인데도 내용만으로 답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지나치게 쉬워 변별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절대평가 방식으로 치러지는 수능 한국사 시험은 총 50점 만점으로, 2점짜리 10분항, 3점짜리 10문항으로 구성된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올해 수능 문제에 따르면 한국사 20번 문제는 '다음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것을 고르라'고 한다. 제시된 문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1992년 1월 연두 기자회견 담화문이다. "지난해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 대결과 단절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공영의 새 시대를 열기로 합의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자주적으로 실현하려는 우리의 노력도 북의 호응으로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통일은 소망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내용이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 비난… 네티즌들 "0점 방지용 문제. 문제보고 절할 뻔"

    정답은 '남북 기본 합의서를 채택했다'는 내용의 5번이다. 논란이 되는 점은 정답 외 다른 선지가 현대사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선지는 ①당백전을 발생하였다 ②도병마사를 설치하였다 ③노비안검법을 시행하였다 ④대마도(쓰시마섬)를 정벌하였다 ⑤남북 기본 합의서를 채택하였다 등 5개다. 1번부터 4번까지는 중세, 근대에 이뤄진 내용인데다 지문에 담긴 '지난해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통일은 소망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등 내용만으로도 답을 유추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출제 기본방향에 충실했다"며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했으면 풀 수 있게 평이하게 출제한다는 원칙에 부합한다고 해명했다. 20번 문항의 1~5번 선지가 각각 다른 시대 사건을 설명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사 출제 원칙이라고 할 수있다. 1번, 3번, 6번 등 다른 3점짜리 문제에서도 같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원 측은 또 해당 문제는 지난 정부에 대한 내용으로 남북관계 문제는 이전에도 꾸준히 출제됐다며 출제 의도에 대한 확대 해석을 삼가해달라고도 했다.

    그러나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걸 문제라고 냈냐"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진다. 자신을 수험생이라고 밝힌 네티즌 iuvop****는 "한국사 20번 솔직히 책상 위에 올라가서 절할 뻔"이라고 비꼬았고, 다른 네티즌 light****는 "시험치면서 한국사 20번 보고 아! 기쁘다!! 했단 말임"이라고 적었다. 또 "진짜 이 문제보고 20번 문제라고? 하면서 풀었다. 0점 방지용 문제(lnung****)", "수능 한국사 20번 문제 초딩도 맞출듯(star****)", "20번 문제 좀 웃기긴 하던데. 그냥 받아먹는 문제 아니었나?(noans****) 등의 글도 올랐다. 

    이 밖에도 네티즌 qwery*****는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 마지막 20번 기분좋게 맞추고 힘내라는 취지였을 듯"이라고 조롱했고, 또 다른 네티즌 powe****는 "'이거 장난인가'가 아니라 이건 장난이다"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