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간첩은 '남한에 정착해 살고 있으라'는 게 임무, 유사 시 공작 나설 것""이들 찾아내는 건 국정원뿐… 요인 암살 등 발생하면 문대통령과 박지원 원장 책임"
  • ▲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모임' 회원들이 4일 '대공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을 멈추라'고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모임' 회원들이 4일 '대공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을 멈추라'고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상윤 기자
    국가정보원 출신 전직 정보요원들이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법 개정을 멈추라고 거듭 촉구했다.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모임'(국정원 전직 모임) 명의로 서울 여의도 생태공원에서 개최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직 정보요원들은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 국가안보가 한 순간에 무너져내린다"며 "국민들이 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30일 국회 정보위원회는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단독 표결로 국정법원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을 폐지하고 이를 경찰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제일 잘하는 대공수사, 서둘러 폐지하는 이유 뭔가"

    기자회견에서 연사로 나선 신언 '국정원 전직 모임' 공동대표는 "민주당은 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계속 단독으로 절차를 밟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초조한지 모르겠다"며 "정보기관은 국가 안위를 지키는 전문적이고 특수한 기관인데 이 기관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대공수사권을 없애버리면 안보는 누가 지키나"라고 개탄했다. 

    신언 공동대표는 이어 "박지원 국정원장은 전직 직원들의 면담 요청을 4주째 묵살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들 입장을 듣지도 않고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국정원법 개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찬양고무죄마저 삭제한다니… 간첩·주사파 천국 될 것"

    이어 이홍종 나라지킴이고교연합 공동대표는 "평생을 국제정치를 공부한 학자로서 나라를 뒤흔들 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는 음모를 보고 울분을 참지 못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홍종 공동대표는 "간첩 수사를 위해서는 해외정보와 국내정보의 긴밀한 연계 필요하다. 북한 간첩의 90%가 외국을 통해 유입된다"며 "경찰은 해외정보망도 없고, 휴민트라는 인간정보, 외국 정보기관의 협력 등의 역량을 활용해야 하는데 경찰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홍종 공동대표는 이어 "지금은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가지고 국군안보지원사령부·경찰·해양경찰이 긴밀한 연계하여 대공문제에 대처하고 있다"며 "만일 국정원의 대공수사기능을 폐지하면 연계 체제는 와해된다. 민주당은 또 찬양고무죄 삭제를 요지로 하는 국보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마저 통과되면 간첩과 주사파의 천국이 열린다"고 우려했다.

    "안보위협 직면한 나라 중 안보수사 경찰에 맡기는 나라 없어"

    이홍종 공동대표는 또 "우리와 같이 직접적인 안보위협에 직면한 나라 중 안보수사를 경찰에 맡기는 나라는 없다"라며 "사노맹 사건, 이석기 내란선동 사건 등 북한과 연계되지 않았거나 연계가 밝혀지지 않은 반국가행위에 대해 정보수집이 불가능해진다"고 개정안을 비판했다.

    국정원 재직 당시 대공수사 업무를 맡았던 박왕규 전 영국 대사관 공사는 국민들에게 "대공수사권 문제에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박 전 공사는 "제 나이가 여든살이 넘었고 국정원에서 퇴직한지 20년이 지났다. 그런데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겠다는 걸 보고 정말 너무 하다 싶어 1인 시위까지 참여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간첩에게 프리패스 주는 꼴인데… 일반 국민들 심각성 너무 몰라"

    이어 박 전 공사는 "1인 시위를 하던 중 어떤 신부님이 다가오더니 무엇 때문에 시위를 하는지 묻더라. 그래서 개정안의 문제점을 설명해줬는데,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간첩들에게 프리패스를 주는 꼴인데 국민들이 그 심각성을 너무 모른다"며 "어떤 사람은 경찰에 정보를 넘기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정보는 비밀정보다. 그 정보를 경찰에 넘기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라고 통탄했다.
  • ▲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모임' 회원들이 4일 '대공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을 멈추라'고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모임' 회원들이 4일 '대공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을 멈추라'고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상윤 기자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원 제1차장을 지낸 염돈재 전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도 연사로 나섰다. 염 전 대학원장은 "국가재정은 파탄나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는 등 문재인 정부 들어 나라가 성한 곳이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한 뒤 "반면 안보는 다르다.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요즘 간첩은 그저 정착해서 사는 게 임무… 국정원밖에 못 찾아낸다"

    염 전 대학원장은 "요즘 북한 간첩은 (한국에) 그냥 잘 정착해서 살고만 있으라는 게 그들이 맡은 임무다. 이들이 유사 시에 어떤 일을 벌일지 아무도 모른다"며 "이들을 추적하는 일은 국정원밖에 할 수 없다. 요새 간첩이 어디 있냐고 하는데, 그건 마치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투할 위험이 없다는 주장처럼 얼빠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염 전 원장은 그러면서 "만일 유명 탈북 인사들이 암살당하는 일이 생긴다면 이것은 박지원 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노총 집회 금지 처분과 맞물려 장소를 옮겼다. 기자회견은 인적이 드문 여의도 생태공원에서 소수 취재진과 유튜버 등이 참여한 가운데 소규모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