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5.4% 증가… 함대공유도탄 사업비 702억 삭감, 경항모 예산도 1억원만 반영
  • ▲ 국회가 2021년 국방비에서 사업예산을 대폭 삭감한 탄도탄 요격미사일 '철매-Ⅱ'.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회가 2021년 국방비에서 사업예산을 대폭 삭감한 탄도탄 요격미사일 '철매-Ⅱ'.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1년 국방예산이 52조8401억원으로 확정됐다고 국방부가 3일 밝혔다. 내역을 살펴보면, 대북침투용 자산 확보와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신형 요격미사일 예산 등이 대폭 삭감됐다. 대신 언제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연구개발 예산은 잔뜩 증액됐다.

    국회, 전력운영비는 ±0… 방위력 개선비는 773억6100만원 삭감

    국방부는 “2021년 국방예산이 지난 2일 국회 의결을 거쳐 확정됐다”며 “전년 대비 5.4% 증가했으며, 정부 제출안보다 774억원 줄어든 규모”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 규모는 52조9174억원이었다.

    국회는 심의를 거쳐 국방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방위력 개선비 2572억9900만원, 전력운영비 298억1500만원을 삭감했다. 대신 국방부가 요청하지 않은 분야의 방위력 개선비 1799억3800만원, 전력운영비 또한 국방부가 요청하지 않은 분야에서 298억1500만원을 증액했다. 액수로만 보면 전력운영비는 증감이 없었지만 방위력 개선비는 773억6100만원 줄어들었다.

    군 운영관리와 장병 생활에 드는 전력운영비는 총 35조8437억원으로 2020년보다 7.1% 늘었다. 

    국회는 국방부가 제출한 예산안 가운데 시설공사비, 수소차 구매 예산 등 9개 부문에서 298억1500만원을 삭감했다. 대신 병사용 마스크 구매비 161억3600만원, 전투복 소재 국산화 71억8900만원, 재해 예방 및 복구 공사비 19억7600만원 등 13개 부문에서 298억1500만원을 증액했다. 특히 전투복 소재 국산화 예산은 국방부가 요청하지 않은 것이다.

    전력 증강을 위한 방위력 개선비는 2020년보다 1.9% 줄어든 16조9964억원이다. 국회는 차기 고속정 검독수리-B 배치Ⅱ 예산 1456억7900만원 중 1096억3300만원, 도입 기종을 밝히지 않은 함대공유도탄 사업비 702억1500만원도 515억800만원을 삭감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인 ‘철매Ⅱ’ 사업비도 160억6500만원이 줄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227억6500만원이었던 특수침투정·특수전지원함 도입예산에서 225억9700만원 삭감해 1억6800만원만 남긴 점이다. 해군과 해병대의 역량을 대폭 강화할 경항모사업 예산은 1억원만 반영했다.
  • ▲ 국내 특수선 업체 '보고'가 개발한 특수침투정 SDV-1000W. 반잠수정 형태를 띄고 있다. ⓒ'보고' 홈페이지 캡쳐.
    ▲ 국내 특수선 업체 '보고'가 개발한 특수침투정 SDV-1000W. 반잠수정 형태를 띄고 있다. ⓒ'보고' 홈페이지 캡쳐.
    특수침투정·철매-Ⅱ 등 대북 전력예산 대폭 삭감… 그 자리엔 연구개발 예산이

    국회는 대신 백두체계(신호첩보수집) 능력 보강 2차 연구개발 617억원, 군 위성통신체계-Ⅱ 469억2700만원, 원거리탐지용 음향센서 도입 127억1900만원, 근접방어무기(CIWS) 연구개발 65억4000만원, 적외선 차폐 연막통 40억6700만원, 지뢰탐지기-Ⅱ 38억1000만원 등 언제 전력화가 가능할지 예측할 수 없는 연구개발비를 대폭 증액했다. 여기에 각종 배상금(기타 행정지원비)을 방위력 개선비에 포함해 174억3700만원 증액했다. 

    국회가 삭감한 예산 가운데 특수침투정과 특수전지원함 사업예산은 대북 첩보역량 강화 및 유사시 북한 지도부 제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수침투정은 평시에는 국군정보사령부에서 사용하지만, 유사시에는 ‘참수부대’로 알려진 특전사 특수임무여단, 해군 특수전단이 정보사 요원과 함께 북한에 침투할 때 쓴다. 특수전지원함은 해군 특수전단의 적진 침투를 지원하는 함정이다. 군은 2008년부터 이들 장비의 도입을 추진했지만 이번에도 사업이 무산된 셈이다.

    ‘철매-Ⅱ’는 러시아가 주요 시설 방어에 쓰는 S-400을 원형(原型)으로 개발한 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이다. 패트리어트뿐인 한국에 ‘철매-Ⅱ’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대북 견제용 전력’이다. 국회는 그 예산을 75% 삭감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대응,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필요한 전력 보강 등 핵심군사력 건설에 필요한 소요 재원은 반영됐다”며 “F-35A 등 대형 전력 도입사업이 종료 단계에 진입했고, 우리 군의 군사력 건설에 필요한 재원은 모두 반영한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