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방역점검 강화 등 교육부 조처에도 수험생·학부모 '발 동동'… "거리두기 격상 시급" 주장도
  • ▲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에 방역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권창회 기자
    ▲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에 방역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권창회 기자
    "가족들 모두 집에서도 수험생 아들을 위해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코로나에 걸리면 입시를 망쳐 인생이 망할 것이라고 말하는 아들을 어떻게 다독여줘야 할지 모르겠다."

    고3 수험생 아들은 둔 학부모 이모씨는 우한코로나(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자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아들이 다음달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행여나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입시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해서다. 

    교육부는 27일 "수능 때까지 원격수업 전환을 하지 않은 입시학원을 대상으로 집중 방역점검과 학원법 위반 여부 점검을 병행하겠다"며 "주로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오후 5시 이후 야간 불시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수능 특별 방역기간(11월19일~12월3일) 학원과 교습소의 대면교습을 자제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방역 수칙을 위반한 학원과 이용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학원 측 과실로 감염이 확산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재차 안내했다.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와 수능 시험장으로 활용되는 학교는 26일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교육부는 코로나19가 악화하더라도 수능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수능 때까지 학원 불시 점검… 수능 12월3일 예정대로 시행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21명, 자가격리 중인 수험생은 144명이다. 교육부는 이들이 수능을 치를 수 있는 병상과 시험실을 확보한 상태다.

    교육부의 이 같은 조처에도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걸리면 망한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올해 입시를 치르는 한 재수생은 "수능 이후 실기고사를 봐야하는 희망 대학 모두 확진자의 응시를 제한하고 있다"며 "수능을 보다 감염이 되면 또 재수를 해야 한다. 목숨 걸고 수능을 본 뒤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휴가·재택이 어려운 직장에 다니는 수험생 자녀의 부모들은 걱정이 더 크다. 직장 생활 중인 한 학부모는 "회사 규모가 작아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는 데다 휴가도 몰아서 쓸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며 "직장 생활로 외부 접촉을 차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아이에게 미안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수능 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4일부터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적용되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조치를 강화해 감염 위험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수능 전 감염확산 막기 위해선 거리두기 단계 격상해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5일 '수능 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또는 3단계 시행을 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을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 수능 당일까지 학생들의 감염 가능성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감염병 전문가들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 권역의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 이상으로 격상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공간이 줄어야 모임도 줄고 그것이 결국 감염을 차단하는 주요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더 과감하고 신속하게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야 한다"며 "거리두기 단계를 높여도 확진자 수가 1~2주 이후에 줄기 때문에 더 큰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선제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5단계 격상 시 우선 모임 행사는 기존 100인 이상 금지에서 50인 이상 금지로 전환된다. 집단감염 위험군인 종교활동도 20% 제한에서 비대면으로 바꿔야 한다. 학교는 밀집도 3분의 1 준수, 직장은 전체 직원의 3분의 1 이상 재택근무가 권고된다. 노래방이나 공연장, 헬스장 등은 아예 운영이 금지되고, 상점과 백화점의 경우 21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거리두기 상향 조정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대본은 수도권과 각 권역의 거리두기 조치를 좀 더 강화할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이틀간 의견을 더 수렴해 29일 중대본 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