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연쇄범죄란 무엇인가'… '32년 경력' 베테랑 형사 출신이 쓴 '연쇄범죄의 모든 것'
  • 12년 전 초등학생을 납치·성폭행했던 '전과 18범' 조두순(68)의 출소가 임박하면서 이른바 '강력 범죄자'의 처벌 수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출소를 앞둔 조두순을 향한 분노는 최근 '조두순 출소 반대 서명'이나 '조두순 접근 금지법'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지존파나 유영철, 강호순 등의 연쇄살인범들과 속칭 '발바리'라 불리는 연쇄성범죄자들, 그리고 연쇄방화범에 이르기까지 연쇄범죄자들에 대한 검거와 처벌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재범 방지를 위한 대안이나 사회적 갱생, 교화 방법 등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범죄는 나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범죄의 내용이 동일하다는 것은 아니다. '연쇄범죄'는 처벌이나 처우, 교정과 사회 내의 관리에 있어서 별도의 특수성과 차별성을 가질 필요가 있는데, 그렇지 않았을 때 조두순의 석방 논란처럼 사회적 부작용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연쇄범죄', 미리 예견하고 대비하는 게 최선"


    최근 '연쇄범죄란 무엇인가(도서출판 우물이 있는 집)'를 펴낸 저자는 '연쇄범죄'를 선진국형 범죄로 정의한다. 우리나라가 명실공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이상, 선진국형 범죄의 유형인 '연쇄범죄'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연쇄범죄'가 발생하고 범인의 검거가 늦으면 늦을수록 사회는 충격과 혼란에 휩싸이고 급기야 국가 전체가 대형 사건의 그늘에서 허둥대게 된다. 따라서 저자는 그런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범죄를 예견하고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특히 '연쇄범죄'는 그 수법이나 범행동기, 피해자의 숫자에 등에 있어 일반범죄와 아주 다른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연쇄범죄'에 대한 예방책이나 수사, 검거 후의 처벌 등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다면 그 부작용은 실로 막대할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32년간 사건 현장을 누빈 베테랑 형사 출신이 지은 '연쇄범죄란 무엇인가'는 '연쇄범죄'의 유형과 특성, 원인 등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쇄범죄'의 사례를 분석한 다음, '연쇄범죄'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한 '연쇄범죄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잭 더 리퍼 사건'부터 '지존파'‥ '유영철 사건'까지


    '연쇄살인'은 비교적 익숙하지만, '연쇄범죄'는 아직 생소한 느낌이 드는 용어다.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연속범죄'와도 다르고 한 장소에서 여러 명을 상대로 범행하는 '다중범죄'와도 다르며, '연속범죄'와 '다중범죄'가 합쳐진 양태의 '난동범죄'와도 다르다.

    '연속범죄'나 '다중범죄'나 '난동범죄' 역시 그 피해가 막대하고 사회적인 충격을 주는 대형사건들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범행의 지속성이나 은폐성, 잔인성, 예측불허성을 수반하는 '연쇄범죄'의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이 책은 이러한 '연쇄범죄'의 특징을 구체적인 사건들의 설명과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외국의 사례인 '클리블랜드 연쇄토막살인사건', '제프리 다머 사건', '뒤셀도르프의 뱀파이어 사건', '잭 더 리퍼 사건' 등 연쇄살인 및 연쇄강간 사건과 함께 '지존파', '막가파', '유영철 사건', '강호순 사건', '울산 봉대산 다람쥐 사건'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다른 범죄들과 구분되는 '연쇄범죄'의 특성을 짚어주고 있다.

    연쇄범죄의 특성을 간단히 정리하면 '냉각기'라고 하는 휴식의 시간을 갖느냐의 유무, 그리고 범행 전의 사전 계획성의 유무라고 할 수 있다.

    "신속한 검거 위해 '연쇄범죄 전문수사관' 도입 필요"


    '연쇄범죄'가 사회의 안정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아파트 가격의 하락이나 학령인구의 감소와 같은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결과들로 입증가능하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는 결국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전에 범죄를 예방하고 근원을 차단하지 못하고 언제나 범죄가 발생한 후에 수사를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범죄의 예방과 수사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아서 결국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리고 신속한 범인 검거 역시 적극적인 범죄예방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연쇄범죄'는 그 특성상 검거되기 전까지는 범인이 범죄행위를 그만 두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연쇄범죄'는 한 번 발생하면 그 해악이 엄청나므로 조기에 검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쇄범죄'에 대한 수사제도를 만들고 전문수사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시점이다.

    "프로파일러와 '두뇌게임' 하는 연쇄살인범은 영화가 만든 허상"


    저자는 '연쇄범죄'가 사회적 신뢰를 무너트리고 법질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는 점을 들어 '연쇄범죄'를 일종의 '사회적 테러'로 규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연쇄범죄자(특히 연쇄살인범)들이 영웅이나 '전지전능한' 존재로 미화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매스미디어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내용을 대중에게 전달하며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연쇄범죄'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 소재의 빈곤성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데, 소재의 단순성과 빈곤함을 극복하기 위해 선정성을 부각하고 현실성이 없는 내용들로 각색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프로파일러와 두뇌게임을 하는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것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속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 저자 김복준


    1982년 경찰에 입문해 2014년 동두천경찰서 수사과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32년 동안 수사 외길을 걸었다. 법을 어긴 사람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지킨 탓에 동료나 범인들로부터 '쌍심줄' '악질 형사' '에이즈 형사' 등으로 불려왔다. 고(故) 하승균 전 총경과 함께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건국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경찰교육기관에서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국립중앙경찰학교 수사학과 외래교수를 지냈고, 현재 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범죄학을 연구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TV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활동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사건의뢰' 진행도 맡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살인사건 1', '대한민국 살인사건 2', '형사 김복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