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더브릿지 언택트 바자회' 성료… 주문 쇄도, 매진 행렬 이어져
  • ▲ 김예분(좌측) '더브릿지' 단장과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메종한남에서 열린 '더브릿지 언택트 자선바자회' 행사 모습(우측). ⓒ이종현 기자
    ▲ 김예분(좌측) '더브릿지' 단장과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메종한남에서 열린 '더브릿지 언택트 자선바자회' 행사 모습(우측). ⓒ이종현 기자
    "여러분, 이 가격에 이런 좋은 제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완판되기 전에 서둘러주세요."

    지난 주말 서울 용산 유엔빌리지에 위치한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김치와 과일, 치약 등을 판매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전망 좋은 식당 한복판에 자리잡은 쇼호스트들이 '매진 임박'을 외치는 생경한 광경에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무대 앞뒤를 분주히 오가는 모습에 더 눈길이 쏠렸다.

    쇼호스트들 앞에서 일사불란하게 지시를 내리는 디렉터는 다름아닌 방송인 김예분이었다. 그 뒤에 애견을 동반한 가수 하리수가 앉아 PD들과 뭔가를 상의하는 모습이다. 무대 왼편에선 팝페라 가수 최의성의 모습도 보였다. 게다가 상품 소개로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은 KBS 간판 아나운서 이선영과 미스코리아 출신 기상캐스터 한경진이었다. 개그맨 김원효와 롯데홈쇼핑 쇼호스트 이은영은 2부 순서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 같은 유명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자선바자회 '언택트 마켓' 때문이다. 연예인 자선봉사단 '더브릿지' 멤버인 이들은 여성 노숙자들을 돕는 기금을 마련하고자 지난 21일 오후 12시부터 5시간 동안 레스토랑 '메종한남'에서 언택트 바자회를 열었다.

    유튜브 채널 '하리수TV' '고니TV' '더브릿지TV' 등에서 라이브로 중계된 이날 바자회는 판매 수익금 전액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여진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방송 두 시간 만에 토니 오 셰프가 소개한 '진짜 맛있는 과일'과 '백김치'가 완판되는 등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날 행사를 진두지휘한 김예분 '더브릿지' 단장은 "40개 브랜드에서 총 95종의 제품을 100% 기부해주신 덕분에 저희 '더브릿지 언택트 마켓'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었다"며 "목표달성액 같은 건 애당초 생각도 안 해봤고, 그저 이번 마켓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들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는데, 도와주신 분들께 어느 정도 보람을 안겨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판매 수익금 전액을 여성 노숙자를 위한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는 김 단장은 "외롭고 소외된 모든 이웃분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2017년부터 4년째 이어온 자선봉사활동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더브릿지' 멤버들과 쭉 이어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 ▲ 가수 겸 목사 최의성. ⓒ이종현 기자
    ▲ 가수 겸 목사 최의성. ⓒ이종현 기자
    최의성 목사 "평일엔 가수, 주말엔 목사‥ '목수'라 불러주세요"

    "2년 전, 제가 섬기고 있는 교회에 '더브릿지' 김예분 단장님과 동료분들이 오셔서 손수 만드신 음식으로 성도 여러분을 대접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해서 단장님께 '저는 무엇으로 보답하면 될까요'라고 여쭤봤더니 '그럼 와서 도와주세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참여해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연예인 봉사단 '더브릿지'가 올해 선교단체로 등록되면서 대표목사를 맡게 된 최의성 목사는 "사실 저도 '더브릿지'의 도움을 받은 사람 중 한 명"이라며 "2018년 12월 '더브릿지' 멤버들이 저희 교회를 방문해 40여명 되는 성도분들을 극진히 대접해주신 아름다운 광경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이 곳에서 2년째 봉사 중인 최 목사는 "돕는 대상들도 다양하지만 도움의 손길을 주시는 분들도 참으로 다양하다"며 "대체 단장님은 어떤 삶을 살아오셨길래 이렇게 돕는 손길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지 매번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설립 초기 '더브릿지'는 미혼모나 'SOS어린이마을'에서 평생 독신으로 헌신하는 여성들을 장기적으로 돌보는 일에 치중했다. '더브릿지' 멤버들도 처음엔 전원 여성으로 구성됐다.

    이후 김예분 단장의 뜻에 동조하는 동료 연예인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봉사 대상과 규모도 점점 커졌다. 서울 남대문 쪽방촌을 돌며 도시락과 마스크를 전달하고, 경기도 연천으로 내려가 연탄 배달을 하는 등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나눔 활동을 펼쳤다. 2017년 결성된 '더브릿지'는 지금까지 매월 꾸준히 봉사 활동을 펼치며 소외된 이웃에게 '반짝 기부'가 아닌 장기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 중이다.

    "단장님은 이미 잘 갖춰져 있는 시스템에 들어가 하루 잠깐 봉사하고 나오는 게 아니라, 정말로 저희 도움이 없으면 힘드신, 그런 분들을 찾아가는 걸 선호하세요. 본인도 사업을 몇 개나 하시면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누군가를 섬기기 위해 직접 모든 걸 다 챙기고 준비하시는 그런 분이죠. 1년에 12번, 그렇게 4년을 쉼없이 달려오신 분입니다. 과분하게도 단장님께서 저를 대표목사로 세워주셨는데요. 저는 그냥 정말로 작은 일 하나 돕는 것뿐입니다."

    최 목사는 그동안 했던 '더브릿지' 봉사 활동 중 가장 인상깊었던 순간으로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학생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대접했던 일을 떠올렸다.

    "토니 오 셰프님을 중심으로 '더브릿지' 멤버들이 하루 만찬을 준비했어요. 단장님이 푸드스타일리스트이기도 하기 때문에 비주얼까지 멋진 진수성찬이 차려졌죠. 교장 선생님께서 북한에서부터 누군가에게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라며 우셨어요. 이런 일련의 활동을 같이하면서 정말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사실 최 목사의 '평일 직업'은 따로 있다. 본인을 '목수(목사+가수)'로 불러달라는 그는 2010년 데뷔한 팝페라 가수다. 팝페라 그룹 'K4'로 데뷔한 최 목사는 2012년 tvN '코리아 갓 탤런트 시즌2'에서 알게 된 멤버들과 '더 브릿지'라는 팀을 이뤄 활동했다. 그러면서 솔로 활동도 병행한 그는 어느날 선배 가수 노사연의 조언을 듣고 '청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가수가 되는 길을 모색하다 신학의 길로 접어들었다.

    "노사연 선배님께서 가수로서 명성이 높아질수록 말 한 마디가 더 중요해진다는 걸 깨달으셨다면서 저에게 사람들의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그런 귀한 메시지를 전하는 가수가 되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그런 가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 신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됐어요."

    KC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같은 학교에서 신학으로 석·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담당 교수가 세운 교회에서 목사로 사역 중인 그는 평일에는 가수, 주말에는 목사로 헌신하며 현실참여형 목회 활동을 벌이고 있다.

    '더브릿지' 대표목사로서 자선콘서트도 병행하는 그는 내달 CTS에서 또 한 번 동료 가수들과 자선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제가 '더 브릿지'라는 팀으로 활동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이름의 봉사 단체에서 대표목사까지 맡게 돼 남다른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7월에 목사 안수를 받자마자 단장님께서 '더브릿지'를 선교단체로 등록하셨는데요. 이 단체를 통해 외면받고 소외된 분들의 상처와 영혼을 어루만지는 일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 이탈리아 요리 전문가 토니 오 셰프. ⓒ이종현 기자
    ▲ 이탈리아 요리 전문가 토니 오 셰프. ⓒ이종현 기자
    토니 오 셰프 "나누면 두 배로 돌아오는 기적 맛봐"

    "내가 힘들고 고단하다보니 주변을 돌아보지 못할 때가 참 많아요. 그런데요. 나눔을 시작하는 게 어렵지, 막상 마음을 먹고 나눔 활동을 하게 되면 정말로 해야할 일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이번 '더브릿지 언택트 바자회'에서 쇼호스트로 맹활약을 펼친 토니 오(본명 오치영) 셰프는 1년 전부터 '더브릿지'의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다.

    이탈리아 요리 전문가인 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김예분 단장의 권유로 '더브릿지'에 합류해 '나누면 두 배로 돌아오는' 기적을 맛보고 있는 중이라고.

    "저는 봉사 활동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아요. 저도 분명히 얻어가는 게 있거든요. 제가 갖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를 나누면, 저도 '기쁨'이나 '뿌듯함', '평안함'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귀한 것들을 얻어가게 돼요. 그래서 저는 그런 활동은 서로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탈북 청소년들을 위해 일일 레스토랑을 열고 코스 요리를 대접한 적이 있는데요. 그들의 행복한 표정들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런 게 이런 나눔 활동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요."

    토니 오 셰프는 "미군부대가 철수한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500인분의 짜장밥차를 준비해 대접했던 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더브릿지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우리들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김치 장인'들의 김치를 소개하는 '월간김치'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이번 바자회에 직접 제품을 기부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저에게 이런 귀한 기회를 주신 단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제 시간과 물질을 더 쪼개서 나누고 베푸는 일에 더 많은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 ▲ 이선영 KBS 아나운서. ⓒ이종현 기자
    ▲ 이선영 KBS 아나운서. ⓒ이종현 기자
    이선영 아나 "1년에 12일은 착하게 살 수 있어 좋다"

    "김예분 단장님과는 기아대책기구 홍보대사로 처음 만나 인연을 맺게 됐어요. 이전부터 단장님이 봉사단체를 만들어 함께하자는 제안을 했었는데요.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많아 합류를 못 하다가 2년 전부터 활동을 같이 하고 있어요."

    이날 바자회 1부 행사에서 기상캐스터 한경진 등과 함께 쇼호스트로 활약한 이선영 KBS 아나운서는 "KBS에서 교양프로그램만 진행하던 사람이라 물건은 처음 팔아봤다"며 "그래도 평소에 홈쇼핑으로 물건을 많이 샀던 경험이 있어, 이렇게 하면 잘 팔리지 않을까 하는 감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홈쇼핑에서 쇼호스트가 이렇게 말하면 제가 주문 버튼을 눌렀다는 걸 떠올려봤어요. (웃음) 가격과 함께 이 제품을 누가 살 것인지 등을 염두에 두고 팔았죠. 유튜브 채널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좋은 마음으로 물건을 구매하시리란 걸 잘 알기 때문에 이 모든 수익금이 노숙인들에게 100% 돌아간다는 점도 계속 강조했어요."

    이 아나운서는 "솔직히 매달 이런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시작은 크리스천 연예인들이 모인 작은 단체로 출발했는데, 후원해주시는 분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나눔에 대한 방법이 다양해지고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작년 이맘때는 자선음악회를 열어 티켓 수익금을 기부했었는데요. 지금은 코로나 상황이라 단장님께서 우리가 직접 물건을 팔아서 노숙인을 돕는 행사를 해보자고 제안하셔서 언택트 바자회를 열게 됐어요. 저는 단장님이 가는 방향에 대해 틀렸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최선을 다해 결과를 이뤄내는 것을 2년째 하다보니…. 그리고 단장님 본인이 가장 열심히 하기 때문에 저는 할 말이 없어요. (웃음)"

    이 아나운서는 "'더브릿지' 멤버들과 서포터즈 중에 다양한 직군이 있어 각기 다른 행사에서 저마다 보유한 재능을 기부하는 식으로 참여가 이뤄진다"면서도 "사실 특출난 재능보다는 내가 가진 시간을 자발적으로 드려 봉사를 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는 아나운서이자 한 아이의 엄마일 뿐인데 '더브릿지' 멤버로 여기에 있는 동안엔 온전히 이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는 '착한 존재'로 8시간 기능을 하게 된다"며 "1년에 12일은 착하게 살 수 있어서 좋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의 작은 재능을 보람된 곳에 쓸 수 있다는 점 외에도 그냥 제 시간을 나눠서 그로 인해 누군가 조금이라도 따뜻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봉사한 날부터 한 며칠 동안은 착하고 조신하게 지낼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호호."

    이 아나운서는 "서울 남대문 쪽방촌을 돌며 도시락과 커피, 마스크 등을 전달하는 봉사를 할 때 나눔과 봉사라는 게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지난달 추위로 어려움을 겪는 쪽방촌 소외 계층을 상대로 봉사 활동을 펼쳤던 일화를 소개했다.

    "물품을 가져다드리면 본인만 챙기는 게 아니라 옆집에 사는 어떤 분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며 이웃을 챙기는 분도 계셨고요. 근처에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사신다며 당신이 직접 갖다드리겠다는 분도 있었어요. 또 당시에 자리를 비우셨던 어떤 분은 문앞에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메모를 남겨주시기도 했고요. 이렇듯 모두에게는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다 있다고 봐요. 나누고 베푸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도 얼마든지 남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 ▲ 구승우 '메종한남' 대표. ⓒ이종현 기자
    ▲ 구승우 '메종한남' 대표. ⓒ이종현 기자
    메종한남, 장소 무상 대여‥ 하루 매출 전액 기부

    "레스토랑을 열 장소로 이곳을 선택했을 때부터 이런 유니크한 공간이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공간으로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요. 마침 김예분 단장님께서 너무나 좋은 기회를 저희에게 주셔서 개인적으로도 참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식당을 무상으로 대여한 '메종한남'의 구승우 대표는 "우연히 손님으로 만난 '더브릿지' 관계자분을 통해 자선바자회를 준비 중이시라는 걸 알게 됐다"며 "평소에도 의미있는 일에 동참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단장님 덕분에 레스토랑을 오픈한 이래 가장 보람있는 하루를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 전날, 새벽 2~3시까지 잠이 안 오더라고요. '더브릿지'라는 봉사 단체와 좋은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정말 기뻤거든요."

    장소뿐 아니라 이날 발생한 매출 전부를 기부할 방침이라고 전한 구 대표는 "차후에도 이 공간을 좋은 일에 쓰고 싶다는 분이 계시다면 얼마든지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저희 레스토랑이 그냥 상업적인 공간으로만 소비되기보다는 의미있는 공간으로 쓰여지길 바랍니다. 특히 랜선 공연 등으로 재능기부를 할 분이 계시다면 대환영입니다. 저희 레스토랑이 야경이 참 예뻐서 공연 장소로는 적격이거든요."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