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 이래진 씨, 靑에 상소문… "기회는 외면, 과정은 처참, 결과는 유린" 해경청장·국방장관 해임 요청
  •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유족이 김홍의 해양경찰청장과 서욱 국방부장관의 해임을 청와대에 요청했다. 사건 당일 청와대가 받은 보고와 지시사항 등과 관련한 정보공개도 청구했다.

    피격 공무원 이씨의 친형 이래진(55) 씨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상소문과 정보공개청구서 내용을 공개했다.

    이씨는 상소문에서 "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늘 말했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기회는 철저히 외면 당했고, 과정은 처참히 찢어졌으며, 결과는 무자비하게 유린당했다"고 규탄했다.

    유족 측 "웜비어 가족도 나서는데 자국민 왜 박해하나"

    이씨는 "유엔은 물론이고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가족까지 적극적으로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도와주는데 왜 우리나라는 자국민을 이토록 박해하느냐"면서 김홍희 해경청장,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 서욱 국방부장관의 해임을 요청했다.

    해경 측이 한 달간 기초자료를 제대로 확보하지도 못했으면서 숨진 이씨의 통장 내역만 분석해 중간 수사 발표를 했다고도 비판했다. 

    앞서 해경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이씨가 도박빚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진월북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씨는 그러나 "사고 선박의 항해일지를 보면 북풍과 서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경은 월북 프레임을 몰고가기 위해 남서풍이라고 했다"며 "해경은 월북이라는 증거가 다수 있다고 하면서 막상 '무궁화10호 직원들의 진술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어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또 "직원들은 해양수산부에서 말할 때 도저히 그 당시 월북할 수 있는 해상 상태가 아니었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 ▲ 피격 공무원 친형 이래진 씨. ⓒ권창회 기자
    ▲ 피격 공무원 친형 이래진 씨. ⓒ권창회 기자
    '숨진 이씨가 빚이 있었다'는 해경 발표에도 반박했다. "동생의 회생을 담당한 변호사 인터뷰를 보니 동생이 채무를 변제할 의지가 매우 강했고 이미 3년 동안 나눠서 변제하면 된다는 계획에 대해 내부적으로 법원과 합의됐다고 했다"고 소개한 이씨는 "회생하겠다는 사람이 왜 월북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실종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이 매번 다르고 자료를 공개해주지 않는데 어떻게 (해경을) 믿을 수 있겠느냐"며 "동생에 대한 조사를 해경이 맡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회생하겠다는 사람이 월북?"… "청와대 정보공개하라"

    이씨는 또 "국방부는 동생 시신이 불태워졌다 해놓고 나중에 말을 바꿨다"며 "동생이 육성으로 월북했다고 국방부에서 말하길래 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더니 또 말을 바꿔 육성이 없다고 했다"고 질타했다.

    이씨는 "국방부가 그동안 말을 몇 번이나 바꿨는지 헤아릴 수 없다"며 "자국민 보호를 위해 국가는 무엇을 했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켰는가를 묻고 싶다"고 개탄했다. 

    "아직 저희 가족들은 동생의 시신이나 유해도 못 찾았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이씨는 "동생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해 유엔을 포함한 남북 공동 조사와 남북한 당국자회담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씨는 이날 국방부와 해경의 청와대 보고 내용과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대상으로 정보공개도 청구했다.

    정보공개 청구 내용은 △9월22일 오후 6시36분부터 오후 10시11분까지 국방부·해양경찰청·해양수산부로부터 보고받은 서류와 지시한 서류 △9월28일 수석·보좌관회의 때까지 청와대가 보고받은 내용 중 '남북 간의 통신망이 막혀 있다'는 취지로 된 내용을 보고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이다.

    이씨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청와대도 대한민국 국가기관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사건 당시 청와대가 실종 공무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떤 보호조치를 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