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5년 전 수사관 등 일부 비위 문제삼아 합수단 해체…"합수단 출범 후 자본시장법 사범 1000명 기소"
  •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올해 초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폐지한 배경에 대해 "부패의 온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법조계 반발이 거세다. "수년 전 일어난 비위 1~2건을 문제삼아 합수단을 통째로 해체시켰다는 설명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추 장관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종합국감에서 "합수단이 증권범죄에 대한 포청천으로 알려졌지만 그게 아니라 부패 범죄의 온상이었다"고 말했다.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과 관련해 "증권·금융범죄가 잇달아 터지고 있는데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성공한 범죄가 됐다"며 "근본적인 책임은 합수단을 폐지하고 수사하던 검사를 좌천한 추 장관에 있다"고 한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의 지적에 대한 답이다.

    秋 "합수단 검사·수사관·전관 변호사 유착 의혹 논란 지속"

    추 장관은 "합수단은 금융범죄에 대해 엄정한 대응이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고액 금융사건을 직접수사해 검사와 수사관, 전관 변호사 등의 유착 의혹으로 논란이 지속됐다"면서 "2015년 검찰 수사관이 (사건 관계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해 구속돼 파면됐고, 2016년에도 당시 합수단장이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해 구속됐다"고 말했다. 합수단을 폐지한 이유는 소속 검사와 수사관의 비리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법조계는 추 장관의 발언을 두고 "합수단이 부패의 온상이라 말한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추 장관의 논리대로라면 청와대는 물론 법무부도 없애야 한다"고 비난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어느 조직이든 (비위) 사건은 발생할 수 있는데 그것 때문에 조직 전체를 없앤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런 논리라면 조국 전 장관 기소됐으니 법무부를 없애야 하고 대통령도 탄핵됐으니 청와대도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그는 추 장관이 합수단을 폐지한 이유에 대해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계속 조사하면 여당 국회의원 여럿이 구속될 것 같으니 합수단을 해체시킨 것"이라며 "그 사태를 막으려고 검찰의 칼날을 잘라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추 장관의 발언은 합수단에 몸담았던 검사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과연 누가 검찰과 추 장관 중에 누가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 구속 막으려 합수단 해체"

    이 변호사는 또 "법무부 장관이 자기 지휘 감독을 받는 자기 자식과 같은 검사들에 대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느냐"며 "검찰 조직을 범죄의 온상 취급하는 사람이 장관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추 장관 스스로가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이라며 "검찰 내부에서 비리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가야할 방향이 맞다면 잘못된 부분은 정리하고 계속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관 입장에서는 합수단이 없더라도 금융·증권 범죄를 충분히 수사할 수가 있다는 식의 설명을 했어야 한다"며 "추 장관 말 그대로라면 검사 1~2명이 비리를 저지르면 검찰을 없애야 하고, 판사가 비리 저지르면 법원을 없애야 한다는 식인데 남아나는 조직이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합수단은 출범한 지 몇 년 안돼 1000명 가까운 자본시장법 사범을 기소해 300여 명을 구속시키는 성과를 냈다"며 "그런데 추 장관이 5년 전 비리를 문제삼아 합수단을 폐지했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추미애 논리라면 남아나는 조직 있겠냐"

    김 변호사는 "결국 합수단 폐지는 권력형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일환"이라며 "대안도 없이 합수단을 폐지하면 앞으로 라임·옵티머스 같은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추 장관이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라임·옵티머스 사건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금감원 직원 등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데 청와대와 금감원도 폐쇄하자는 얘기가 된다"고 꼬집었다.

    실제 '라임 사건'의 경우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금감원 내부 문건을 제공하고 금품 3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역시 김 전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옵티머스 사건'에 연루된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옵티머스 지분 9.8%를 차명으로 소유한 사실이 밝혀져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금감원에서는 지난 10년간 알선 수재·금품 수수·대출 청탁 등으로 사익을 편취해 징계를 받은 직원이 15명에 달한다.

    한편 2013년 출범한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은 주로 금융·증권 범죄를 파헤쳐 왔다. 그러나 추 장관은 올해 1월 직제개편안을 발표하며 합수단을 폐지하고 담당 업무를 형사와 금융조사부로 분산했다. 이때 합수단은 여권 인사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던 신라젠과 라임자산운용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이에 검사들은 검찰의 금융비리사건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반발했지만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앞세워 합수단 해체를 단행했다.